완두콩의 비밀
오가와 이토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블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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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영화 『달팽이 식당』의 원작 소설 작가 오가와 이토의 힐링 에세이 <완두콩의 비밀>. 완두콩 하고 발음할 때부터 귀염뽀짝한 느낌이 스멀스멀 몰려옵니다. 저는 오가와 이토의 소설 『츠바키 문구점』을 읽고 이 작가에게 반했었는데요. 따스한 행복감을 선사하는 작가 특유의 분위기를 이번에는 생생한 기록의 현장, 일기로 만나봅니다.


"오늘도 슈퍼 조이풀한 하루를 보냈다!" - 책 속에서


펭귄(남편을 부르는 애칭)은 도쿄에 있고 반려견 유리네와 저자는 독일 베를린에 있는 상황입니다. <완두콩의 비밀>은 베를린에 머무르면서 쓴 일기를 모았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부부간의 대화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는 다름 아닌 요리! 가만 보면 오가와 이토는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입니다. 소설 달팽이 식당에서도 이 책에서도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1월 1일 베를린에서 일본 설음식을 만들어 먹고 저녁에는 뭘 먹을까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작가의 단상으로 시작합니다.


맛있어서 부쩍부쩍 줄어드는 게 곤란하다는 오가와 이토표 집 된장, 감동적으로 맛있었다는 팥빵, 탱탱함이 유지되는 비법으로 직접 삶은 완두콩 등 먹거리 이야기가 한가득입니다. 펭귄이 일본에서 식재료를 들고 와준 덕분에 근사한 식사 자리를 만들기도 하고, 평소엔 자주 모이는 친한 여자 셋이서 먹고 또 먹습니다. 독일에도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걸 깨알 홍보합니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올리브유를 살짝 뿌린 아스파라거스만으로도 진수성찬이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일상의 행복이란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입니다.





"유유히 흘러가는 일상적인 시간이 지금은 못 견디게 사랑스럽다." - 책 속에서


베를린의 사계를 보내며 쓴 기록은 특별할 거 없는 소박한 일상의 모습입니다. 어학원을 다니며 홈스테이를 하며 여행을 다니며, 적당히 느긋하면서 적당히 유쾌하고 적당히 부지런을 떠는 하루하루의 모습을 보면... 반짝반짝하는 생기가 느껴집니다. 내가 그와 같은 일상을 살았다면 나는 저런 기쁨을 캐치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그의 글에는 두근거림이 배어있습니다. 단순한 일에도 설렘이 깃들어 있을 때 그 여정은 결코 지루할 수가 없습니다. 충만함이 가득합니다. "아주 좋다", "굉장히 맛있다", "너무너무 귀여웠다", "역시 즐겁다"라는 문장을 시도 때도 없이 만나게 됩니다. 최강은 '조이풀 joyful'입니다. "오늘도 조이풀한 하루 보내!"라는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하고 뭔가 좌절할 성싶은 일이 일어날 때마다 "조이풀, 조이풀"하고 주문처럼 외기도 합니다.


남프랑스 여행을 하며 일상생활 자체를 여유롭게 꾸려나가려 하는 프랑스인의 자세에 자극을 받았다는 오가와 이토는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소소하지만 성취감을 맛보는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행복의 맛을 담백하게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에세이 <완두콩의 비밀>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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