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기 - 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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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 경제학자가 이번엔 국가의 거짓말을 추적합니다. "그건 원래 그래." 식으로 살아온 대한민국. 국가라는 이름에 가려진 진실, 어마어마하네요.

 

국가가 조직적으로 사기 치기 시작하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소수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제도가 정착되고 고치기도 개선하기도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국가 내부의 요소들은 변하지 않습니다. 구조적 문제 때문입니다.

 

<국가의 사기>에서 언급한 숱한 사기를 하나하나 짚어보면 분명 갸우뚱할만한 이야기들입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금까지 전혀 못했었다는 게 부끄럽습니다.

 

 

 

무엇보다 생활 경제와 관련한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왔어요. 정상적인 중산층의 삶이 갑자기 어려워지는 계기로 우석훈 저자는 과도한 주식 투자와 무리한 주택 구입을 꼽습니다.

 

시세 차익이 기본이 된 이상한 한국 증시. 우리나라 주식은 마권으로 돈 버는 것과 같은 메커니즘이란 것을 짚어줍니다. 개인이 감당하기엔 위험한 거래라는 거죠. 문제는 정부에서는 주식을 더 많이 하길 원한다는 겁니다. 모든 정권은 집권하는 동안 지수가 올라가길 바랄 뿐이지 주식을 자제하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가계부채 문제도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구제받을 사람은 이미 모두 구제받았고, 구제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방법은 내놓지 못한 겁니다. 대부업체가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보장도 해줘야 하니 말입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분석한 글은 더 높은 선진국 단계를 위해 필요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한국의 독특한 자유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작은 정부를 표방한 신자유주의는 극도의 이념이 되었다고 합니다. 서민의 삶은 방치되고, 더 좋은 대안이 있어도 경제적이지 않다는 역설적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합니다. 정책집단이 아닌 이념집단으로 뭉친 한국은 결국 생활경제에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념과 이익이 부딪치는 순간은 한전의 역사를 사례로 듭니다. 한전이 민영화될 확률은 누구누구가 대통령이 될 확률과 비슷하다는 등 제법 세게 비꼬는 말도 등장할 정도로 이념보다 더 끈끈한 클랜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층간소음이 심해진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었네요. 철근과 시멘트 전쟁 스토리는 소설 읽는 느낌이었어요. 빨리 망가지는 아파트를 원하는 토건 세력 덕분에 걸핏하면 공사입니다. 100년 살 수 있는 집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공사가 늘어나면 좋은 건 어느 쪽일까요.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이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는 최전선 젠트리피케이션. 한번 뜨는 동네가 되어버리면 원래의 젠트리파이어들은 결국 밀려나게 됩니다. 긴 호흡으로 준비하는 장기팀과 일상적인 일을 해내는 단기팀이 공존해야 하는데, 20년 정도 걸려야 완성되는 사업을 하지 않으니 단기 투자만 과열됩니다.

 

금융, 원전, 전기, 물, 주택, 교육, 교통 등 내 삶에 밀접한 문제인데도 그동안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싶었어요. 한국 행정의 현실을 낱낱이 파헤치다 보니 정권이 바뀌어도 황당한 정책을 엎어버리기 힘든 상황이 부지기수라는 데 답답함이 일더군요.

 

국가의 사기는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됩니다. 정말 기가 막힌 사기는 그런 게 있었는지 모르고 지나가게 되고요.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사회경제적 제도와 구조가 달라진 게 없기에 그렇습니다. 경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수많은 사기극을 보여준 <국가의 사기>. 우석훈 저자의 조언이 정답인 것도 아닌 것도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최선의 해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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