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오찬호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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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씨의 인문·사회·예술 교양서 블랙피쉬의 첫 책은 JTBC <차이나는 클라스>의 오찬호 저자가 들려주는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감정 온도 조절 기능을 상실한 사회에서 차별, 혐오, 강박 등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한국 사회의 민낯을 짚어준 책입니다.

 

얼굴이 붉어진다는 것은
모든 표현의 형식 중에서
가장 고유하고 인간적인 것이다.
- 찰스 다윈

 

 

 

각자도생의 삶은 낯 뜨거워질 순간을 잘 모르게 만들었습니다. 시민이 되기 위해 언제, 무엇에 얼굴이 화끈거려야 하는지, 우리가 행복하기 위한 발걸음이 될 사회학적 자기계발서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층간소음, 노키즈존, 장애인 시설 반대. 사적 재산권의 남용 사례를 통해 '내 것'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상한 권리를 찾는 소비자 행태를 꼬집습니다.

 

 

 

홍성수 교수의 <말이 칼이 될 때>를 최근에 읽어서 더 공감하며 읽었어요. 좋아하지 않는다에서 박멸하자로 넘어가는 과정은 순식간입니다.

 

노이슬람존, 노중동인존을 감히 만드는 것과 같은 노키즈존. 노키즈존이 차별인지 아닌지 찬반 토론 나오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 사회가 갈 때까지 갔다는 반증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기분 나빠도 자제 권고여야 할 사항일 뿐인 것을. 노키즈존 뒤에는 특정 여자에 대한 혐오가 깔려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럴 만한 이유를 상대를 가려서 주장하면 혐오가 된다는 것을요. 여기서 상대방은 바로 소수자들입니다.

 

 

 

예외에 집착하고 평균을 보지 못하는 것도 짚어줍니다. 좋은 사회란 예외가 되지 않더라도 행복한 개인들로 넘쳐나야 하는 건데 말이죠. 사회 시스템이 차별에 반대하지 않으니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차별에 둔감한 사람이 되는 거라고 합니다. 차별이란 행위 자체가 없었다며 부정하기 일쑤고요. 가정에서부터 '사람'이 들어갈 자리에 남자, 여자 집어넣지 않는 것으로 소소한 변화를 만들어보세요.

 

한국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살다가 형성된 고정관념은 성차별 외에도 많았습니다. 부지런함의 역설을 이야기하는 부분 인상 깊었어요. 글 쓰고 강연 다니며 시간강사로 살아온 오찬호 저자의 경험담은 김민섭 저자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성실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이유를 보니 서글프기까지 하더라고요.

 

 

 

부끄러움 불감증 사회. 꼼수를 안 하면 바보 되는 세상.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에서는 문화라는 변명으로 애써 외면하는 사회문제들을 하나씩 들춰냅니다. 우리는 책임을 희생자, 패배자에게 물어 억울한 사람이 부당한 것을 극복해야만 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괜찮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괜찮게 살아갑니다.

 

본능이 이기적이든 말든 이타적인 게 중요함을 배웠고 실천할 수 있기에 사람이다. 이 선택은 내 고유의 것이고 그래서 누구에게도 무시당할 수 없다. - 책 속에서

 

 

 

사회는 독해지라고 강요합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으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상한 강박으로 무장합니다. 독해지길 강요하는 세상에서는 자기 가치관이 절대적이어야 하고, 평범 이상의 무엇을 갖춰야 합니다. 휴식조차 효율성을 따지고, 다이어트는 자기 관리의 표본이 되었고, 인맥왕이 되어야 합니다. 부정한 사회를 부정적으로 보면 되려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됩니다.

 

게으른 적도, 성실하지 않은 적도 없었던 과거 산업 전사, 수출 역군들이 궁핍한 노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고생 끝에 낙원 따위 기대하기 힘든 현실입니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는 서민이자 심지어 민주 시민임을 자처하는 평범한 우리끼리의 일상에서 자신이 하는 말이자 듣는 말입니다. 분노해야 할 때 침묵하고, 쓸데없는 가치에 집착하는 개인을 만들어낸 사회. 우리는 '사회'의 피해자이면서 이 사회를 만든 '우리'.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에서는 우리의 부끄러운 일상을 파헤칩니다. 세상의 문제를 '그대로' 직시하고 있습니다. '아닌 건 아닌 거'라는 간단한 철학을 실천하는 자, 다른 이의 존엄성을 뭉개지 않는 자들이 많아지는 것이야말로 사회를 평균적으로 좋게 만드는 해법이라고 합니다. 나만 애쓴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뒤집을 조언이 많으니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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