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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의 생활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43
가와하라 아쓰시 외 지음, 남지연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12월
평점 :
이런 것도 궁금해? 싶을 정도로 놓치기 쉬운 주제를 풍부한 사료와 함께 한 권에 담은 잡학지식책 AK 트리비아 북 시리즈. <중세 유럽의 생활>은 중세 유럽 농촌과 도시에 살던 사람들의 삶을 집대성한 책입니다.
중세 유럽은 기도하는 자, 싸우는 자, 일하는 자 세 가지 신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책은 중세 유럽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일하는 자에 해당하는 농민과 상공업자의 삶을 다룹니다.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의 거주지 농촌. 중세 농업혁명이 기폭제가 되어 출현한 농촌 형태는 현재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농민의 생활 터전인 마을의 역사, 중세 농촌의 특징, 농촌에 살던 사람들의 지위와 법적 신분 상태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중세 유럽을 떠올리면 봉건 영주에 의한 지배관계 속 농민들 모습만 생각났는데, 이 책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하찮았던 농민의 지위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하늘에서 제일 먼 땅속에서 재배된 순무, 양파 등이 가장 하급의 천한 음식으로 농민이 먹어야 한다고 여겼을 정도입니다.
로빈 후드와 잉글랜드 국왕의 관리 사이에 벌어진 셔우드 숲을 둘러싼 분쟁에 관해서도 다루는데요. 영화로만 보고 어렴풋이 기억하던 로빈 후드의 액션 속에 더 본질적인 의미가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중세엔 삼림 이용권이 국왕, 영주 계층이 독점했고 마을 공유림까지도 침해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합니다. 농민에게 삼림은 꼭 필요했지만 삼림의 중요성은 어마어마했던 만큼 농민은 배제되었던 겁니다.
수공업과 수공업 제품의 거래를 담당했던 상공업자는 그들이 일하기 좋은 장소에 정주하기 시작하면서 도시가 생겨나게 됩니다. 권리와 안전 확보를 위해 길드가 만들어지게 되고요.
중세 유럽에서 도시 공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고대 도시와는 다른 새로운 도시 변천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중세 도시의 랜드마크는 도시 공간을 에워싸는 석조 벽인 시벽이라고 하는군요. 공간을 구분하는 의미를 넘어 성스러운 상징적 힘을 가졌습니다.
상공업 중심의 중세 도시에서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시장입니다. 특히 브뤼헤는 국제 상인들이 모이는 남북 상업의 일대 거점이 되었습니다.
중세의 1년은 지역에 따라 달랐다고 해요. 1월부터 시작하기도, 3월 부활제를 기점으로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교회에서 예수 탄생, 여러 성인을 기리는 축일 등 교회력을 중심으로 제어합니다.
중세 유럽 서민들이 살던 주택, 먹는 음식, 입은 옷 등 의식주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것들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느낌이었어요. 이제 중세 장면이 나오면 허투루 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서민들의 장식품까지도 낱낱이 살펴보고 있어 놀라웠는데 유산 상속 때 만들어진 재산 목록 사료를 통해 들려주더라고요. 헝겊 조각까지도 있었어요.
두꺼운 분량은 아니지만 컬러 도판이라 책 자체는 조금 무거운 편입니다. 어마어마한 사료를 소개해 보는 맛이 좋았어요. 중세 유럽 농촌과 도시의 일상생활을 다룬 <중세 유럽의 생활>.
내용의 전반적인 수준은 상중 정도쯤 되는 것 같습니다. 아예 무관심 분야였는데 새롭게 알고 싶어 하는 입문자에게는 살짝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중세 시대 기술되고 그려진 각종 사료, 문서, 유적 등을 통해 살펴보고 있어 깊이 있는 잡학 지식 책을 원한다면 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