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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컬 라이프 - 알아두면 쓸모 있는 생활 속 화학 이야기
강상욱.이준영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상명대 화학에너지공학과 강상욱 교수와 소비자주거학과 이준영 교수가 알려주는 생활 속 화학 이야기 <케미컬 라이프>. 화학공화국에서 안전하게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안내서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생리대 파문, 다이옥신 기저귀, 살충제 달걀 파동 등 끊임없이 불거지는 사건들. 화학물질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극심한 상황입니다. 케미포비아, 에그포비아, 노케미족, 노푸족 같은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입니다.
일상에서 사용하고 착용하는 대부분이 화학물질인데 정확한 정보 대신 무분별한 정보만 가득해서 올바른 정보인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케미컬 라이프>에서는 위험한 장소, 음식, 물건, 정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줍니다. 욕실 청소하다 골로 간다, 모기 잡다 사람 잡는다 등 재치 있는 말 덕분에 오래 기억할 수 있었어요.
2017년은 햄버거병, 살충제 달걀 등 먹거리 사고로 불안감이 높았던 한 해였습니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의 문제가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온 사건입니다. 화학물질이 피부를 통해 흡수되면 분해되지 않는 물질들이 우리 몸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걸 의식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에서 햄버거 패티와 관련한 글을 읽을 땐 정말 먹을 게 못 되는구나 싶을 정도로 비위 상하게 하더라고요. 햄버거병 때문에 거대 기업들은 변종 슈퍼박테리아를 죽이겠다고 소고기 패티를 암모니아로 세척하는 방법을 쓴다고도 하는데 어떤 기업인지 명시하진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뚝배기에 대한 진실도 경악스러웠어요. 뚝배기의 미세 구멍에 침투하는 세제. 설거지 후 열심히 씻어내도 세제가 나오더라고요. 식당 뚝배기 음식 좋아하는데 ㅠ.ㅠ 세제의 계면활성제 때문에 위험한 것이라고 하니 1종 세제로 씻거나 친환경 물질로 설거지해야겠습니다.
소시지와 베이컨 같은 가공육이 발암물질로 분류되었다는 사실 아시나요. 담배 연기, 석면, 엑스선과 동급입니다. 우리나라 국민 섭취량으로 보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만, 가공육은 기름에 튀기거나 굽지 말고 끓는 물에 데쳐 먹으라고 합니다.
여성의 건강권 문제와 직결하는 생리대 독성물질 검출 사건도 충격적입니다. 기저귀 다이옥신 검출 사건도 그렇고요. 2018년 10월부터 전성분 표시제 도입 예정이라지만 정부의 지침도 믿을 게 못되고 전성분을 읽어내느라 골치 아프게 들여다보는 것도 화가 날 지경입니다. 각자도생의 시대라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요.
어쨌든 현재로서는 유해 화학물질의 습격에서 나를 지키려면 실생활에 사용하는 화학물질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화학물질 배척 대신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적은 양이 검출돼서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넘기는 것도 문제라고 합니다. 아기들이 쓰는 생필품은 특히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집집마다 천연세제 하나쯤은 갖고 있을 텐데요. 베이킹소다도 가루 상태를 흡입하게 되면 위험하다고 하니 유의하셔야겠습니다. 친환경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올바르게 사용했을 때 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안전한 듯 보이지만 어떤 조합이냐에 따라 치명적이 되기도 하는 화학물질도 있고, 위험하다고 두려움에 떨게 하는 물질이 실제로는 문제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파라벤, 계면활성제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것도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합니다. 치약 보존제로 사용되는 파라벤은 블루베리에도 함유되어 있는 물질이라고 합니다. 까다롭다는 EU에서도 메틸 파라벤, 에틸 파라벤은 사용을 허락했습니다. 파라벤 종류에 따라 독성 정도가 다르다는군요. 문제는 현행법상 어떤 파라벤이 들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실리콘,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샴푸의 경우 피부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문제 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문제가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수증 만큼은 절대 만지지 말라고 합니다. 특히 보습제를 바른 손으로 영수증을 만지면 비스페놀A가 순식간에 흡수된다는군요.
읽는 내내 자영업자들과 알바생들의 건강이 심히 걱정될 지경이었습니다. 미용실, 네일숍, 편의점... 등 환기되지 않는 공간에서 일하거나 영수증을 자주 만지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친환경, 무독성이라는 이름의 마케팅으로 전환한 업체들. 올곧이 믿을 수 있을까요. 대체한 물질 역시 위험한 경우도 허다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환기에 관한 지침이 필요하고, 소비자를 위해서는 생활 속 화학물질 데이터를 잘 정리해 정보를 쉽게 볼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환기도 제대로 못하는 요즘, 실내 공간에서의 화학물질 위험성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더라고요.
일상생활 속 화학제품, 안 쓸 수 없는 시대인 만큼 소비자의 안전과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야겠습니다. 걱정만 하기보다는 현명한 고민을 통해 올바른 소비 습관을 지향하는 게 답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