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스토리
황장석 지음 / 어크로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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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과 혁신의 공간 실리콘밸리. 수많은 정보기술 기업 관계자들이 발도장 찍는 그곳. 세상은 이미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돌고 있습니다. 과연 실리콘밸리는 어떤 원리로 움직이고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실리콘밸리를 파헤치는 책 <실리콘밸리 스토리>.

 

창업과 혁신적인 기업 문화에 초점 맞춘 기존 실리콘밸리 분석을 넘어 이 책은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쌓아온 실리콘밸리의 경험과 역사, 문화에 초점 맞췄습니다. 실리콘밸리 문화를 이끈 사람들의 이야기와 어두운 이면까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샌타클래라밸리 지역에 설립한 반도체 핵심 소재인 실리콘에 빗대어 이 지역을 실리콘밸리라 부르기 시작했었다네요. 이 용어는 1971년 주간지 <일렉트로닉 뉴스> 칼럼을 통해 공식적으로 기사화되었고 이후 기술과 혁신을 상징하는 곳으로 자리 잡히게 됩니다.

 

점차 실리콘밸리라 부르는 곳이 넓어졌습니다. 골드러시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성공한 샌프란시스코도 포함됩니다. 금융의 도시에서 2008년 경제 위기를 기점으로 스타트업의 도시로 변모해 트위터, 우버, 에어비앤비, 핏빗 등의 본사가 이곳에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는 자유분방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1939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인 HP의 금요일 맥주 파티는 실리콘밸리를 상징하는 사례로 손꼽을 수 있습니다. 캐주얼한 근무 복장, 근무시간 유연제, 수평적 의사소통, 커피 타임 등의 선구자 역할을 한 HP는 차고 창업의 대표적 선례로도 유명합니다.

 

오죽하면 우리나라는 차고가 없어서 실리콘밸리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리콘밸리에서의 차고 창업은 애플, 구글 등 흔한 사례입니다. 그런데 차고 창업의 의미를 살펴보면 이 말이 그저 우스갯소리로 넘길 수 없습니다. 차고 창업은 기술 기업이 창업 초기에 제품을 개발, 생산, 판매하는 것부터 추후에 투자를 받는 것까지 창업자가 회사를 키워가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차고 창업이든 재학 중 창업이든 창업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만연합니다. 실리콘밸리 기업과 상생하며 인재를 키워내는 스탠퍼드 대학은 학생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상당하고 교수들도 창업한다고 하면 적극 권장합니다. 문제 해결 방식을 고안하는 스탠퍼드 D 스쿨(디자인연구소) 같은 실사구시 학풍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야후, 구글, 스냅챗, 인스타그램, 선 마이크로 시스템스 창업가들이 모두 스탠퍼드 대학 출신입니다.

 

 

 

벤처 투자의 오랜 전통도 엿볼 수 있습니다. 전설적인 투자가로 존경받은 유진 클라이너와 세쿼이아 캐피털을 설립한 돈 밸런타인을 대표적 사례로 소개합니다. 구글에 투자한 유진 클라이너는 제품만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투자하라는 클라이너의 법칙을, 애플에 투자한 돈 밸런타인은 수요 많은 기존 시장에 새로운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투자의 방식과 취향은 다르지만 기술을 이해하며 창업자와 멤버의 핵심 역량을 아는 만큼 투자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실리콘밸리는 IC 위에 만들어졌다"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인도계와 중국계를 뜻하는 IC입니다. 실리콘밸리 어디서든 만나게 되는 아시아 이민자들. 1세대 이민자와 달리 이들은 기술을 들고 온 고학력 엔지니어 중심의 2세대 이민자들입니다.

 

이민자들의 이야기는 특히 흥미로웠는데요. 강남 8학군에 비견될 만한 학군 좋은 도시로 유명한 쿠퍼티노에서의 아시아계 비중, 중국보다 더 심한 부모 교육열로 대치동 엄마를 능가할 수준인 인도계 부모의 교육열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어두운 면도 함께 끄집어 냅니다. 가족이 명문대 출신에 고액 연봉자들이다 보니 실리콘밸리 명문고 자살 문제가 심각한 편이었어요. 성공에 대한 압박감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판자촌, 홈리스 문제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성장과 더불어 고액 연봉자들이 많아지자 물가가 함께 뛰어 원래 주민들의 생활이 힘들어졌습니다. 고액 연봉자들조차 비싼 월세와 집값을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니까요.

 

 

 

어두운 이면을 지녔지만 기술 변화와 사회 변화를 이끌고 비즈니스의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는 현재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곳은 클라우스 슈밥이 언급한 4차 산업혁명 개념보다 오히려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자동화란 개념이 더 보편적이라고 합니다. 실리콘밸리는 기본소득 실험, 쇼핑몰의 경비 로봇, 자율주행차 등 인공지능이 대세임을 일반인들도 체감할 정도입니다.

 

 

 

인사이드 실리콘밸리 코너에서는 실리콘밸리의 소소한 가십을 소개하는데요. 실리콘밸리 문화와 역사를 이끈 인물 스토리, 실리콘밸리 기업의 세금 회피 전통, 기술 절도 사건 등 흥미로운 가십이 눈길 끕니다. 『아날로그의 반격』 책에서 실리콘밸리의 아날로그 방식을 언급한 부분도 소개되었네요.

 

<실리콘밸리 스토리>에서 분석한 실리콘밸리의 숨겨진 컬처 코드 속에는 부러워할 만한 점도, 씁쓸한 점도 있습니다. 회사를 성장시켜 더 큰 회사에 매각하는 엑시트와 처음의 사업을 다른 사업으로 변화시켜나가는 피벗이 일상인 실리콘밸리. HBO 드라마 <실리콘밸리>에서 보여준 인수 전쟁은 드라마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하네요.

 

살벌하지만 기회의 땅이 된 실리콘밸리. 돈과 기술, 아이디어가 어떻게 연결되어 선순환을 창출하는지, 기술 발전과 혁신의 원동력이 된 실리콘밸리 특유의 문화를 살펴본 <실리콘밸리 스토리>.

 

국내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2012년 스탠퍼드 대학교 후버연구소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지낸 후 현재 실리콘밸리에 정착해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황장석 저자의 목소리는 생생한 현실감으로 꽉 채워져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경영전략을 배워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 실리콘밸리 유학을 준비하는 분, 저처럼 막연하게 알던 실리콘밸리에 대한 호기심을 풀고 싶은 이들에게 현실적인 이야기가 가득한 <실리콘밸리 스토리>를 경제경영 교양서로 읽어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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