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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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서도 감동의 여운이 오래 이어집니다. <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작가가 아날로그 손편지를 통해 힐링을 안겨줍니다. 치유와 사랑의 드라마 <츠바키 문구점>.

 

오래된 가옥에서 혼자 사는 포포. 그녀의 집안은 대대로 전통 있는 대필가 집안입니다. 가업으로 여성이 대대로 이어온 서사 書士. 포포는 십일 대째 서사입니다. 츠바키 문구점이라는 표면상으로는 문구점이지만 알음알음 대필 의뢰를 받고 있습니다.

 

 

 

선대가 돌아가신 후 이곳을 물려받은 포포. 어린 시절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그녀는 엄한 할머니의 교육을 감당하지 못하고 반항하며 집을 뛰쳐나간 후 해외에서 방랑하며 살았지만 결국 이렇게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대필가라는 운명을 저주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자신을 구원해준 것은 글씨 쓰기 재능이었다는 것도 깨닫습니다.

 

 

 

대필 작업에는 안부 엽서, 조문 편지, 절연 편지, 거절 편지 등 대필 의뢰자의 사연이 각양각색입니다. 결혼 십오 년째에 맞은 이별을 지인들에게 알리는 이혼 보고 편지도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어지는 계절인 가을엔 유난히 대필 의뢰가 늘어납니다. "그저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라는 평범한 편지 대필 의뢰도 들어오는데, 오히려 사연 있는 편지보다 더 쓰기 어려운 게 평범한 편지인 것 같아요.

 

 

 

돌아가신 선대와의 관계가 엉망이었던 포포. 임종을 지키지도 못했고, 그전에도 외면하기만 했던 그녀로서는 츠바키 문구점 곳곳에 자리 잡은 선대의 흔적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가라앉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친구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건네받는데. 그 편지에는 포포에 대한 할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포포는 할머니께 답장을 씁니다.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요.

 

 

 

소설 <츠바키 문구점> 뒷부분에는 포포의 편지가 실려 있습니다. 소설 속에 나온 편지들이 모두 수록되어 있어요. 글씨체, 도구, 편지지 등은 편지 내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글로만 묘사하던 부분을 실제 편지 형식으로 보니 더 실감 납니다. 할머니의 옛 편지에서는 눈물 자국까지도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어요.

 

 

 

츠바키 문구점은 일본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를 배경으로 합니다. 츠바키 문구점을 제외하고는 가마쿠라에 있는 실제 명소가 그대로 등장합니다. <츠바키 문구점> 드라마 여행하러 가마쿠라로 가고 싶어지네요.

 

 

 

소설 <츠바키 문구점>은 NHK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송되었는데요. 소설 속 주요 틀은 같지만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더 길게 다뤘더군요. 츠바키 문구점의 '츠바키'는 동백나무란 뜻입니다. 문구점 앞에는 포포가 좋아하는 동백나무도 있어요.

 

 

 

소설에서는 대필 작업을 할 때마다 다양한 문구들이 등장합니다. 종이 질감, 펜 종류, 잉크 색깔, 봉투 크기, 우표 그림 등 편지 내용에 따라 신중히 고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볼펜, 만년필, 붓펜, 붓의 느낌이 전혀 다르기에 어떻게 편지 쓸지 이미지가 떠오르면 필기구 정하기부터 시작합니다. 조문편지에는 평소보다 먹색을 훨씬 옅게 해 씁니다. 그중에서 가장 신기한 펜은 유리펜이었어요. 투명하도록 선한 마음을 전할 때 사용한 필기구입니다.

 

 

 

이메일과 SNS로 해결 가능한 세상에서 손편지를 쓰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거리 곳곳에 있던 빨간 우체통도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아이들 세대에서는 특히나 우표를 실제로 보지 못한 경우도 흔할 겁니다.

 

<츠바키 문구점>은 점점 잊혀가는 아날로그 손편지를 되살렸습니다. 편지는 그 사람의 말투, 느낌, 냄새까지 전해지는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킵니다. 편지는 쓰는 사람의 분신 같은 것이니까요. 2017 일본서점대상 4위에 오른 <츠바키 문구점>. 손편지를 쓰는 포포에게서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배울 수 있습니다. 배려의 마음으로 보내는 편지의 힘에 공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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