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트럼프 왕국 - 어째서 트럼프인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18
가나리 류이치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외국인 입장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상상을 넘어선 결과였습니다. 큰 몸집, 직설적이고 거친 말투, 초등학생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며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폄하한 트럼프. TV로만 접하던 우리들 입장에서는 그곳의 실제 분위기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트럼프를 지지한 약 150여 명의 지지자들의 생각을 인터뷰한 <르포 트럼프 왕국>은 '왜 트럼프였는가?'를 보여주고 있어 현재 미국의 상황을 짚어보는 계기가 된 책입니다.

 

 

 

당시 대도시에서는 트럼프를 거부해서 트럼프의 강세를 실감하지 못했다는 뉴욕 주재기자 가나리 류이치. 하지만 선거 결과 전미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트럼프 왕국'이 여러 곳이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것도 대부분 지방이었습니다. 보이지 않았던 또 하나의 미국을 보여준 결과입니다.

 

트럼프 왕국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러스트벨트 지역이었습니다. 제철업, 제조업이 발달해 중산층을 형성했던 지역이었습니다. 번성은 옛말. 이제는 쇠퇴해 실업과 폐쇄감의 고통을 체감하며 도시 이곳저곳에 쓰러져가는 민가와 공장들이 즐비하고, 그로 인해 약물 중독과 범죄 및 사회 문제가 증가한 곳들입니다. 자살과 약물 남용이 심각해 중년 백인의 사망률이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본선 1년 전부터 취재한 가나리 류이치 기자는 트럼프 지지자로 돌아선 전 민주당 지지자들, 정치에 무관심층이었던 젊은 층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을 인터뷰하며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한결같이 정치에 대한 기대와 희망 대신 불만 가득한 목소리를 먼저 들었다는 겁니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말의 실현 가능성과 정책 세부 사항의 팩트보다는 오랜 세월 축적된 불만을 건드린 큰 메시지에 공명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구체적인 경험, 체감한 것들에 대한 사회 불만들을 기반으로 하기에 트럼프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아무리 트럼프의 말에 구체적 해결책 제시가 없음에도 말이죠. 품위 없고 너무 솔직하게 말하는 트럼프지만 4년쯤은 맡겨보자고 생각하기에 이릅니다. 이런 꼴통 정도는 되어야 현 상황을 부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전대미문이 일어난 노동자의 도시. 대대로 민주당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지만 이번엔 트럼프를 지지했습니다. 오바마 정부 3기라 불린 힐러리보다는 사업가 트럼프에게 더 기대하는 심리가 컸습니다.

 

엘리트 정치인이 중산층의 삶을 희생시켜왔다는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공화당의 부시 가문, 민주당의 클린턴 가문 모두 거부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반은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라고 매몰시킨 클린턴의 발언이 불을 지르며 트럼프를 지지했던 일반 서민들의 분노를 일으키기도 했고요.

 

 

 

불법 이민자, 일자리 해외 유출 등 세계화는 금융 엘리트의 배를 채워주기만 했다는 결과는 반기득권층의 감정을 폭발시켰습니다. 민주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의 약진도 트럼프 현상과 닮은 점이 많았습니다.

 

 

 

중산층 몰락 시대를 설명한 책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브랑크 밀라노비치, 21세기북스)에서도 나오듯 세계화의 영향으로 생긴 불평등은 트럼프 지지 현상을 설명하는 바탕이 되기도 합니다. 선진국 중류 이하 사람들의 불만을 전략적으로 취한 트럼프는 단순하고 낙관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불안 속에서 달리 의지할 존재조차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환영받은 겁니다.

 

무너진 아메리칸드림과 내일에 대한 희망과 꿈이 없는 몰락한 중산층들은 미국 사회에 뿌리 깊은 반기득권층, 반엘리트 감정을 섞은 트럼프에게 공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격차와 빈곤 상태의 세계화된 현대 사회 모습은 남의 일도 아니고, 우리도 충분히 공감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국주의를 내세운 할리우드 영화를 볼 때마다 느꼈던 감정이기도 한데 참 지독하게도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주장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다양한 인종, 종교, 출신지 사람들이 공존해온 미국. 오히려 분단은 심각합니다. 적의와 증오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쉽게 분출되어 왔다는 걸 역사적 사건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보면서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주는 바람 이면에는 미국제일주의가 철저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영향은 과연 미국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어가고 있을까요. 트럼프를 지지한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트럼프의 주장은 과연 도움이 되는 걸까요. 트럼프의 주장을 다른 후보가 했다면 아마도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합니다. 대부호 유명인 트럼프이기에 가능했던 전략이라고 말이죠. 

 

트럼프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던 현대 미국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르포 트럼프 왕국>. 20세기 미국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사로잡아 미국주의를 신조로 삼은 트럼프 왕국의 결과는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