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에 머물다
박다비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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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된 바깥채, 100년 가까이 된 안채. 낡고 작고 불편한 오래된 제주 농가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부부. 외관을 보면 차라리 허물어버리고 새로 건물을 올리는 게 나을법했지만, 박다비 저자는 남편 J와 함께 직접 집을 고쳐 살기로 합니다. 두 달간 고친 바깥채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할 안채가 번듯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 <오래된 집에 머물다>.

 

몇 달 전만 해도 내가 제주에서 이렇게 집을 고치며 막노동을 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 책 속에서

 

 

 

철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서고생도 시작. 겹겹이 쌓인 벽지와 합판을 뜯어내니 돌과 흙과 나무로 만들어진 오래된 집의 태초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오랜 세월 이 집을 견디게 한 대들보와 서까래에 감탄하면서 자연의 것들은 생각보다 강하고 견고하다는 것을 목격합니다.

 

오늘의 우리는 버림에 익숙하다. (중략) 과연 귀하게 여기는 무언가가 하나라도 있을지 궁금하다. '귀하다'는 것은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어 아끼고 보살피게 되는 것이다. 낡았다는 이유로 버릴 수 없는 그 무엇. 옛것들은 또한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다. 누군지 모를 그 누군가에게는 매우 귀한 무언가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 책 속에서

 

 

 

미장 작업을 할 땐 미장이 가장 힘든 일인 것 같고, 보일러를 깔 땐 보일러 바닥 작업이 가장 힘든 일인 줄 알았고, 벽체 작업을 할 땐 그게 또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더라고. 초보자에게는 그야말로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제주 시골에서 살아야겠다는 이유를 온몸으로 보여준 박다비 저자와 남편 J. 공사의 대장정을 엿보면 마음마저도 느릿느릿해야만 할 것 같은 제주의 여유와 낭만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주변을 둘러보고, 사소한 것 하나도 깊이 생각해보고, 아끼는 마음까지. 

 

 

 

아내가 '몹쓸' 아이디어를 내면 남편 J는 현실로 만들어내는 찰떡궁합 덕분에 여기저기 소소한 아이디어가 빛을 발휘하네요. 그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게 없을 정도로 그 공간만큼은 그들의 꿈을 실현시키는 장소입니다. 

 

 

 

직접 만든 흙화덕으로 피자 파티를 열고, 직접 만든 퇴비로 텃밭을 가꾸며 '지금 여기' 행복을 누리는 그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사서고생 일색이었지만 그 여정이 부러워 보이는 건 왜일까요. 

 

나중에 거기 말고
지금 여기에 - 책 속에서

 

 

 

오래된 집 고치기, 시골 라이프 그리고 나만 알고 싶은 제주의 이곳저곳을 기록한 <오래된 집에 머물다>. 농가 고쳐 제주에서 살기를 낭만적인 일로만 바라보기보다는 공사의 대장정을 보여주며 현실을 또렷이 보여줍니다. 대신 비포 앤 애프터를 통해 그만한 가치가 있었음을 드러냅니다. 그들 같은 라이프 스타일을 꿈꾼다면 이만한 멘토도 없지 싶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어디에서 살든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박다비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네요. 각자에게 더 마음먹기 좋은 삶을 살면 그만이라고 말이죠. <오래된 집에 머물다>는 그저 오래된 집이 쓸모 있게 바뀌는 과정만을 다룬 책이 아닙니다. 힘든 여정 속에서도 내 생각과 손길이 담긴 공간을 만들어냄으로써 지금 내 삶의 태도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오히려 감동 한 스푼, 두 스푼 더해져 왜 굳이 제주였을까, 왜 시골이었을까를 공감하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고, 누군가는 빠르고, 누군가는 느리며 누군가는 크고, 누군가는 자그마하며 누군가는 대담하고, 누군가는 다정하며 그렇게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려 볼 수 있기를. - <오래된 집에 머물다> 프롤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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