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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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읽는 내내 울컥울컥. 몇 년 전에 읽었다면 이런 감정은 느끼지 못했을 거란 생각에 역시 인연 책은 때가 있나 봅니다.

 

흔한 고전 서평 모음집이 아니었어요. 청년 유시민을 만든 책들을 30년의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읽으며 느낀 소감을 기록한 책입니다. 당시 대학생이 된 딸에게 헌정했을 만큼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모든 청춘에게 권하는 지혜가 담긴 <청춘의 독서>.

 

 

 

2009년 출간 후 새 옷 입고 나온 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이 책에 소개한 14권의 고전은 유시민 작가가 청춘 시기에 꽂혔던 책입니다. 19세기 러시아 청년들이, 20세기 유럽과 미국 지식인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했던 고민과 사색이 담긴 책이자 지식소매상 유시민의 모습을 만든 바탕이 된 고전들입니다.

 

"나에게 『죄와 벌』은 열병과 같은 정신적 흥분을 안겨준 '날카로운 첫 키스'였다." - 책 속에서

 

 

 

뭣도 모르고 가입한 학생써클 덕분에 만난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는 지식인이 어떤 존재이며 무엇으로 사는지를 배웠고,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 선언문 『공산당 선언』은 그의 영혼을 울렸습니다. 로맨스를 빙자한 정치소설 푸시킨의 『대위의 딸』을 읽고 열렬한 푸시킨 추종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토록 다르게 읽히다니, 그렇다면 그때 본 건 도대체 무엇이었나."라며 기억한 것과 크게 달라 당황하기도 했다는 최인훈 작가의 소설 『광장』. 청년 시절엔 그저 대한민국의 불합리한 사회 현실 비판 소설로 읽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수준이 매우 높은 지식인 소설이자 경험의 질적 차이로 당시엔 내면에 접수할 수 없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이런, 열 번도 넘게 읽은 대목인데, 또 눈자위가 뜨끈해지고 콧날이 시큰하다. 소설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릴 만한 감성이, 내게, 아직도, 남아 있었던가." - 책 속에서

 

 

 

『공산당 선언』을 읽고 가슴 설레는 젊은이라면 반드시 다윈을 읽으라고 말하는 유시민 작가. 약간 생뚱맞아 보일 수 있겠지만 그만큼 다윈의 『종의 기원』은 오남용의 위험을 내포한 책인 만큼 제대로 올바르게 읽어봐야 할 책으로 손꼽습니다.

 

 

 

인생의 고비마다 읽어 지금까지 여섯 번을 읽었다는 어떤 책은 청년 시절 생각을 완전히 바꾼 계기가 된 책이기도 합니다. 50년을 살면서 읽은 책들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 하나만을 고르라고 한다면 바로 이 책이라고 합니다. 바로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입니다. 무엇이 그토록 유시민의 가슴을 두드렸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보세요.

 

그릇된 편견과 고정관념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 책도 있고, 선한 목적은 선한 방법으로만 이룰 수 있음을 깨닫게 한 책도 있고, 사회가 진보하는데도 허덕이는 삶을 다룬 책을 읽으며 유시민의 꿈을 일깨우기도 합니다.

 

그 유명한 항소이유서 마지막 단란에 인용한 네크라소프의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라는 글귀는 스물여섯 살 때 구치소에서 읽은 책,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서두에 실린 편집자의 글 덕분이었습니다.

 

오늘을 사는 지혜, 더 나은 내일을 그리는 가슴 벅찬 여정을 담은 <청춘의 독서>. 청년 시절 읽었던 고전을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읽으며 깨달은 점은 읽는 이가 아는 만큼 보이더라는 겁니다. 그때 놓쳤던 부분이 새롭게 눈에 들어옵니다.

 

유시민 작가의 글은 고전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그 책들이 어떻게 지금의 유시민이라는 사람을 만들었는지, 하나하나 해부해봅니다. 썰전과 알쓸신잡 방송에서도 다양한 책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청춘의 독서>를 읽다 보면 그의 목소리가 자동 재생되는듯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몇몇 포인트에서는 절제된 슬픔과 분노를 담은 조곤조곤한 그의 말투가 떠올라 더 울컥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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