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기관 서던 리치 시리즈 2
제프 밴더미어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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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환경 재해가 발생해 격리된 X구역의 비밀을 다룬 SF 소설 서던 리치 3부작.

 

그 누구도 허가 없이 들어갈 수 없고 온갖 소문이 난무하는 X구역. 32년 전, 어떤 사건으로 주위 환경이 변했고, 보이지 않는 장벽 혹은 경계가 생겼습니다. 유령 같은, 투과성 경계선이죠. 경계 너머 비밀을 밝히려고 서던 리치가 생겼고, 탐사대를 보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X구역의 비밀은 모호함 그 자체입니다. 그저 '원시 상태의 황야'라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1권 소멸의 땅 편에서는 네 명의 여성학자들로 구성된 12차 탐사대가 X구역에서 경험한 기이한 일들을 다뤘습니다. 생물학자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죽음에 이르며 끝났는데...

 

 

 

"저들이 생존자인가요?"

세상에... 2권 <경계기관> 첫 문장에서부터 멘붕.

 

생물학자, 심리학자, 측량사, 인류학자 네 명의 탐사대원 중 심리학자를 제외한 생물학자, 측량사, 인류학자가 돌아온 겁니다. 이전 탐사대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X구역의 경계를 통과해서 돌아왔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돌아오지 못한 심리학자의 정체도 놀랍습니다. 그녀는 서던 리치의 국장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실종된 서던 리치 국장을 대신해 온 남자. X구역에 대해 아는 정보는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요원 출신 가족에서 자란 그는 컨트롤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일명 해결사 역할로 서던 리치에 오게 되었습니다. <경계기관> 편은 컨트롤이 서던 리치 조직 내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을 담았어요.

 

유독 생물학자에게 신경 쓰이는 서던 리치 신임 국장 컨트롤. 뭔가 그녀의 기억은 더 많은 걸 알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기억이 안 나는 것인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전 국장의 책상 서랍에는 X구역에서 온 죽지 않는 식물도 방치된 채 있고, 국장실에 숨겨진 비밀공간에는 1권 <소문의 땅> 편 탑 벽면에 적힌 기이한 문장의 일부가 고스란히 적혀있습니다. 탑과 등대에 관한 뭔가가 있음을 암시하는 단어가 많이 나왔는데 2권 <경계기관>에서 등대에 관한 스토리는 살짝 들려주네요. 등대지기 손 에반스를 등장시키며 이 부분의 비밀은 완결편 <빛의 세계>로 이어집니다.

 

 

 

X구역을 둘러싼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는 건드리면 그 너머로 끌려들어 갑니다. 바다 위에도 있는 경계. 등대를 기점으로 내륙으로 이어졌고, 위로는 성층권까지 달합니다. 통로가 몇 군데 발견된 이후 서던 리치에서는 그 통로를 이용해 탐사대를 보내왔던 겁니다.

 

하지만 통로는 우리가 그곳으로 건너가는 공간이 아닌, X구역의 무언가가 이쪽으로 나오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는 컨트롤. 경계의 존재가 뭔가를 들여보내기 위한 건지, 내보내기 위한 건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X구역은 더욱 미스터리 하기만 합니다.

 

충격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6미터 높이에 3.5미터 너비의 통로가 있어야만 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존재는 대체 무엇일까? - 책 속에서

 

 

 

등대와 탑의 관계, 일렁이는 거대한 경계, 경계의 휘몰아치는 불빛, 첫 탐사대 생존자가 찍어 온 불가해한 영상, 그 문을 통해 무단으로 몰래 넘어간 전적이 있는 실종된 전 국장의 비밀, 거기에 컨트롤이 전화로만 보고하는 성별도 모르는 의문의 보이스, 컨트롤이 서던 리치로 오게 된 숨은 배후의 존재, 자신은 생물학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생물학자, 서던 리치 조직 일원인 휘트비의 알쏭달쏭한 발언들...

 

<경계기관>편에서는 서던 리치 내 비밀과 음모가 마구 뿌려놓인 상황입니다. 여기서 휘트비라는 인물이 은근 거슬리는데요. 그가 주장하는 테루아 가설이 뭔가 떡밥 같단 말이죠. 지리적 위치나 토양, 기후 같은 어떤 장소의 특징을 의미하는 테루아. 포도와 와인의 관계에서 나온 용어인데, 장소의 성질에 따라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테루아 개념을 휘트비는 X구역에 대입해본 겁니다. 

 

후반부에는 소스라치게 놀랄 오싹한 장면 덕분에 심장 떨어질 뻔하기도 했어요. 스티븐 킹 작가가 이 소설을 두고 "오싹하고 대단히 흥미롭다"라고 평하는데 기여한 장면이 아닐까 싶을 정도네요.

 

1권 <소멸의 땅> 비밀 중 아주 작은 일부만을 2권 <경계기관>에서 감질나게 해결해주고선, 또다시 음모론을 잔뜩 펼쳐놓으며 의문을 더하네요. 안개 같은 모호함 속에 허우적대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내 상상력을 넘어서는 스토리이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천천히 이루어졌지만 그 누구도 눈치 못 챈 X구역의 확장으로 엄청난 사건이 터지면서 결말은 더 짐작하기 어려워집니다. 연약해 보이면서도 맹렬한 생물학자와 의문의 도가니 한가운데 던져진 컨트롤. 이 둘의 여정이 완결편 <빛의 세계>로 이어집니다.

 

<경계기관>편은 비밀 기관 서던 리치 조직의 요원들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 환상 SF 소설 속 첩보물까지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서던 리치 3부작 중 첫 번째 <소멸의 땅> 촬영 중인 영화 원작 소설이라는 걸 잊을 수 없어, 2권 <경계기관>을 읽는 중에도 이 사람은 어떤 배우가 맡을까, 이 장면은 영화관에서 다들 심멎하겠네... 상상하며 읽어내려가는 맛이 더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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