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트러몰로지스트 4 - 최후의 내리막길
릭 얀시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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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생물을 연구하고 쫓는 괴물학자 워스롭 박사와 그의 제자 윌 헨리의 이야기를 다룬 몬스트러몰로지스트. 1, 2권은 괴이한 괴물 그 자체에 집중했다면 3, 4권은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철학적인 물음이 담겨 있습니다. 처음엔 으아~ 꺄~ 비명 일색이었다면, 내적 성장을 거듭하는 윌 헨리의 모습에 연민과 안타까움이 버무려 마음이 묵직해집니다.

 

 

 

완결편에 등장하는 괴물은 멸종된 지 100년 지난 것으로 알려진 T. 세레호넨시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을 지닌 이 생물은 독 한 방울을 10퍼센트로 희석하면 초강력 마약이 되기도 해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이기도 합니다. 우연히 살아 있는 알을 받은 워스롭 박사는 부화시켜 괴물학협회의 지하에 보관하지만, 비밀이 새어나가 누군가가 훔쳐갑니다. 

 

 

 

몬스트러몰로지스트 4권 최후의 내리막길 편은 어느새 열여섯이 된 윌의 성장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젠 워스롭 박사에게 대드는 것도 능숙해졌습니다. 할 말 다 하며 제법 수다스러워진 윌 헨리라니! (정말 잘 컸구나! 영화화되었을 때 열여섯 살, 멋짐이 묻어난 윌 헨리의 모습이 벌써 기대되는걸요.) 

 

 

 

이번 편은 시간 구성도 뒤죽박죽입니다. 열여섯 윌의 과거 시점과 19년이 지난 1911년을 오가며, 사라진 괴물을 쫓는 과정과 윌이 워스롭 박사를 떠난 이후를 함께 다룹니다. 시간이 흐른 후의 상황을 짐작하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안타까웠습니다. 괴물학의 명성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고, 윌은 박사와 함께 살고있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워스롭 박사에게 들른 윌. 윌이 떠난 후 너무나도 망가진 워스롭 박사. 엉망인 집을 치우던 윌은 가정부의 유골을 발견하게 되고, 박사는 '존재 그 자체'를 찾았다고 하면서 지하실에 숨겨둔 무언가의 존재를 언급하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사라진 괴물 사건에는 조직범죄단이 얽혀 있었습니다. 갖가지 오해로 일은 틀어지고, 워스롭 박사의 스승이자 벗인 괴물학 협회장의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보복에 보복으로 응답하는 윌 헨리.

 

더 이상 지킬 인간성이 남아있기는 한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윌은 열두 살 주눅 둔 아이의 모습이 아닙니다. 이름 없는 내가 아닌 것, 다스 웅게오이어. 내 안의 괴물이 슬금슬금 풀리는 것 같습니다. 윌 헨리는 어느새 잭 더 리퍼라 알려졌던 (1, 3권에 등장한) 존 컨스 박사와 다를 바 없는 모습입니다.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 같은 괴물의 도난 사건은 결국 괴물학이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질 정도로 파장이 큽니다. 그 와중에 워스롭 박사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은 윌 헨리. 워스롭 박사의 자아와 영혼을 보살피던 윌 헨리는 이제 워스롭 박사의 충실한 종을 그만두고 떠납니다. 

 

 

 

몬스트러몰로지스트 4권의 제목이기도 한 <최후의 내리막길>은 워스롭 박사가 말한 '존재 그 자체', 지하에 사는 그것을 향해 지하실로 내려가는 발걸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위대한 괴물학자의 인생 드라마이면서 그의 곁에 머물던 한 소년의 성장기인 <몬스트러몰로지스트>. 읽어나갈수록 괴물이란 무엇인지 정의 내리기 힘들어집니다. 인간과 괴물. 그 차이는 1만 분의 1센티미터의 거리만큼입니다.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비교적 단순한 개념이라면

우리 안에 숨은 끝없는 어둠은 절대로 단순한 것이라 할 수 없다. - 책 속에서

 

 

 

묵직하게 결말을 이끌어 간 릭 얀시 작가. 그저 기괴한 B급 호러 괴물 스토리에서 끝내는 게 아닌,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고 있습니다. <몬스트러몰로지스트>는 괴물 이야기로 시작해 영광과 패배를 모두 담은 인생담으로 마칩니다.

 

소설 속 작가가 윌 헨리의 일기장을 읽기 시작한 지 6년. 마지막 일기장을 읽고서는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건 아마도 제가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의 마음과도 같을 겁니다. 그들의 결말이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행복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었어요. 사실 어쩌면, 이런 결말을 예상했기에 오히려 더 부질없는 희망을 가졌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정말 여운 찐~~~하네요.)

 

한 달 간 너무나도 즐겁게 읽어와서, 마지막 권을 펼칠 때부터 이미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 정도로 워스롭 박사와 윌 헨리에게 푹 빠졌습니다. 오래도록 잊지 못할 캐릭터들입니다.

 

배신, 잔인함, 시기, 욕정, 증오를 가진 인간.
진정한 괴물은 무엇이며 이상생물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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