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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트러몰로지스트 2 - 웬디고의 저주
릭 얀시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평점 :
"우리는 도망치고 있었지만, 우리가 피해 도망치는 그것은 실은 우리와 함께 있었다."
1권에서는 괴물학자와 제자의 관계를 중심으로 괴물학이란 이런 것이라는 맛보기를 보여줬다면, 2권 <웬디고의 저주> 편에서는 북미 대륙에서는 익숙한 전설의 괴물 웬디고를 소재 삼아 흥미를 돋웁니다.
괴물학자의 조수 윌 헨리가 1988년에 벌어진 일들을 기록한 일기장 내용이 <몬스트러몰로지스트>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 스토리입니다.
열두 살인 윌 헨리와 괴물학자의 관계는 여전히 투닥투닥. "너 때문에 내 머리가 다 지끈거린다. 너와 얘기를 하느니 차라리 미노스 방의 미궁에서 헤매는 게 낫겠어."라는 괴물학자 워스롭 박사의 말은, 둘의 대화를 보고 있는 독자가 그 둘에게 딱 하고 싶은 말입니다.
툭하면 "윌 헨리이이이이이이!" 호출하니 한밤중에도 달려가야 하고, 말끝마다 "냉큼 움직여라, 윌 헨리!"가 입에 붙은 괴물학자. 심각한 상황에서도 독자를 웃기는 능력자이기도 해요. 어쨌든 저도 모르게 측은지심으로 윌 헨리를 보고 있더라고요. 어떨 땐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몰아붙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윌 헨리에 대한 정을 슬쩍 엿볼 수 있어 미워할 수 없는 괴물학자입니다.
1권에서는 워스롭 박사를 그저 괴팍한 성정의 괴물학자로만 인식했다면, 2권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바로 사랑을 하는 워스롭 박사. 사랑이라니! 흉측한 괴물을 다루면서 (무엇보다 워스롭 박사라고!) 사랑이라는 주제? 도통 어울리지 않지만 그걸 엮은 릭 얀시 작가, 대단하더라고요.
워스롭 박사는 웬디고를 전설의 미신으로 생각합니다. 웬디고는 평범한 토착 생물일 뿐인데 신화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으로 치부하죠. 뱀파이어나 요정처럼 괴물학의 연구 분야로 치지 않습니다. 그러던 차에 오랜 친구가 웬디고를 쫓는다며 산으로 들어갔다가 실종되자, 박사와 윌 헨리는 캐나다로 향하는데.
깊은 숲 속으로 친구의 발자취를 뒤따르며 결국 그를 구해내지만, 이미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전설 속 괴물 웬디고처럼 변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일어나는 기이한 살인사건들은 웬디고의 존재를 믿지 않는 박사에게 혼란만 줍니다. 그저 미치광이가 된 친구가 벌이는 짓인지, 진짜 웬디고가 존재하는 것인지. 숲 속에서 벌어지는 일은 박사마저도 정신적 공황에 빠질 정도로 험난했습니다. 박사와 조수 간의 갈등도 최고조에 달했어요.
렙토 루르코니스.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이름은 웬디고. 5미터의 키, 종잇장처럼 얇은 몸, 얼음 심장, 노란 눈을 가진 웬디고 역시 식인입니다. 먹어도 먹어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식욕 때문에 언제나 굶주림 상태인 웬디고. <몬스트러몰로지스트>에서는 특히 심장을 목표로 하는 웬디고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먹고 또 먹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더 허기를 느끼지. 결코 채워지지도 않고 만족시킬 수도 없는 굶주림이다."
한편 괴물학 협회 회장 폰 헬룽 박사가 신화 속 존재들을 괴물학 사전에 포함시키려 하자, 반대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하는 박사와 조수. 친구가 웬디고를 쫓아 숲 속으로 들어간 것도 웬디고의 존재를 믿어 의심치 않는 폰 헬룽 박사 때문이라고 생각하죠.
친구와 친구의 아내 그리고 워스롭 박사. 이 세 명의 관계는 뜬금없는 삼각관계 로맨스가 아니라, 워스롭 박사를 이해하는데 무척 중요한 배경이었어요. 그리고 웬디고를 쫓은 친구의 비밀과도 얽혀 있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허기. 웬디고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웬디고에게는 끝없는 허기만 존재합니다. 한 모금 들이키면 채워지기도 하는 사랑과는 다르죠. 그런데 결코 채워지지 않는 굶주림과 닮은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뒤틀린 과거를 바로잡고 싶었던 친구의 속내도 애잔했습니다. 과학에 대한 신념 때문에 많은 것을 잃은 박사의 스토리도요.
그나저나 1권 읽으며 잔혹한 묘사에 면역력 생겼다 싶었는데... 아니군요. 2권에서도 만만치 않은 수준의 잔혹 포텐 터집니다.
"이 세상 모든 신성한 자들이여 대답해 다오.
신은 어째서 지옥을 만들었는가. 이미 여기에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