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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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나는 기막히게 잘 짓는 것 같아요. 국내판 제목 말이에요.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 이어 <아낌없이 뺏는 사랑>이라니. 숨겨진 도덕성을 자극하는 제목에 반하게 됩니다. <아낌없이 뺏는 사랑> 원서 제목은 The girl a clock for a heart 입니다.

 

 

 

폴리스 라인이 쳐진 집으로 몰래 들어가 무언가를 찾는 조지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소설 첫 장면. "찾아야 할 물건이 뭔지는 몰라도 보면 알 거야."라며 막연함 속에 어떤 단서를 찾는 조지. 그는 문학잡지사에서 일하는 남자입니다. 보스턴의 좋은 동네에 살고 안정된 직장을 다니며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남자가 사건에 휘말립니다.

 

어느 날 20년 만에 첫사랑과의 재회로 시작된 사건. 치열하게 사랑했던 몇 주간의 꿈같은 연애를 잊지 못하던 조지 앞에 모습을 드러낸 리아나. 20년 전 그들의 이별 스토리는 흔한 이별 레퍼토리가 아닌 살인과 자살 등이 얽힌 복잡한 사건이 자리 잡고 있었어요.

 

 

 

갑자기 나타나 은밀한 부탁을 하는 리아나 때문에 혼란스러운 조지. 첫사랑의 감정 찌꺼기가 남아있는 조지에게 리아나는 여전히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여자입니다. 그 옛날 이별을 겪을 때를 생각하면 믿을 수 없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자석처럼 끌려갑니다.

 

횡령한 돈 때문에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리아나는 돈을 다시 돌려주는 일을 조지에게 부탁하고, 조지는 당연하게도 받아들이지요. 하지만 돈을 돌려주는 것이 단순한 일이 아니었어요. 이번에도 뭔가 복잡한 사건이 얽혀있습니다. 조지는 자기도 모르게 무려 '살인'을 도와주게 됩니다.

 

독자로서는 리아나와의 연애 시절 스토리를 들려주는 조지의 이야기 속에서 현재의 리아나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머리는 좋지만 불우한 환경에 꿈을 펼치지 못한 리아나. 그녀와 그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리아나가 계획적으로 의도한 것인지, 단순히 기회를 잘 잡은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합니다. 그녀의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가면인지 모르겠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섬씽 와일드> 영화는 리아나의 모습을 대변하기도 하는데요. 영화 속 주인공처럼 다른 사람 행세를 하며 새로운 나를 만들어 냈다면, 그게 오히려 진정한 자기 모습이 아닐까 하는 리아나. 이름, 외모, 부모도 선택할 수 없이 태어나 나이를 먹으면서 선택권이 생겼을 때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되는 거야말로 진짜가 아닐까 하고 말이죠.

 

 

 

<아낌없이 뺏는 사랑>이라는 제목처럼 리아나는 사랑을 이용해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 갑니다. 그런 인생을 사는 데 거침없는 리아나의 모습은 사실 소설을 읽는 내내 불편했어요.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그 결과는 주변 사람들의 불행을 동반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리아나에게 희망을 품고 있는 조지의 모습은 바보스러울 정도로 한결같습니다. 다시 인생에 들어온 리아나로 인해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면서도 말이죠. 이런 조지의 모습은 리아나의 밥이 될 수밖에. '너 좋을 대로 해석해도 좋아' 식인 리아나의 말과 행동은 소설 화자가 조지이기에 리아나의 속내를 명쾌하게 짐작할 수 없다는 갈증만 더 커집니다.

 

전작 <죽여 마땅한 사람들>처럼 <아낌없이 뺏는 사랑>도 일반 관습과 도덕성에 금이 갈만한 주제입니다. 다만 화자가 아닌 리아나의 속내를 파악하기 힘들어 리아나라는 인물에 대한 공감도는 전작 주인공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었어요. 꽃뱀 분위기 같은 묘사 때문에 리아나가 재수 없게 보이기도 해서 읽는 내내 '리아나에게서 괜찮은 점을 찾아야 해!' 하는 압박이 있을 정도였다고나 할까.

 

이렇게 리아나에게 몰입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소설 <아낌없이 뺏는 사랑>의 흥미로움을 발견했으니. 리아나와 관련한 사건 그 자체들입니다. 계획과 우연의 조합으로 완성되는 사건들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무척 좋았습니다. 정식 표지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질 정도로 핫한 색감의 가제본이 눈길을 끄네요. 피터 스완슨 작가가 다루는 주제 자체는 정말 신선하고 예상을 뒤엎습니다. 언제나 후속작이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원래의 내가 싫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우린 여전히 그런 사람인 거야. (중략) 겉보기에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가능해 보일지 몰라도 본질적으로 우린 누구나 과거의 산물이야. (중략) 누구도 과거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는 거지. 좋든 싫든." #책속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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