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 사랑하고 헤어질까? - 남녀가 꼭 알아야 할 99가지
박평식 지음 / 신아출판사(SINA) / 2017년 5월
평점 :

참 풀기 어려운 숙제, 사랑과 이별. 사랑하는 남녀가 마음을 다치지 않고 슬기롭게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공식 99가지를 알려주는 남녀심리책 <왜 사랑하고 헤어질까?>.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성 칼럼니스트 박평식 저자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어보는 건데요. 책 속 갈등 사례들이 하나같이 공감 일색이라 개인상담을 며칠 쭉 받은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처음엔 콩깍지가 제대로 씌어 알콩달콩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건 갈등뿐. 연애 중인 커플과 결혼한 부부에게 꼭 필요한 남녀관계를 짚어주는 책 <왜 사랑하고 헤어질까?>. 양성평등은 남의 일만 같고 현실에서는 온갖 미묘한 불안과 다툼의 형태로 찾아오는 연인과 부부의 갈등 문제. 저도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가 필요했어요.

아내가 가장 사랑스러울 때는? 새벽에 들어왔는데 자고 있을 때.
남편이 가장 사랑스러울 때는? 사랑은 뭔.
이 책은 부부갈등 위주로 다루고 있어 결혼생활 중인 분이라면 내 이야기라고 할 만한 사례가 만만찮게 많이 등장할 겁니다. 남편과 아내의 갈등, 자녀가 끼어든 상황에서의 다툼 등 다양한 상황이 제시됩니다. 남편과 아내 각각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점을 짚고 있어 더 이해하기 수월했어요.

박평식 저자는 냉혹하지만 진실인 말부터 던집니다. "당신의 행복찾기는 당신의 몫"이라고요. 상대방을 고쳐 행복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 한 쪽의 희생 없이 온전하게 남녀관계를 이어가는 방법 을 이야기합니다.
그 해결법의 전제는 진화론적 시각이 바탕됩니다. 생존을 위한 남녀 간의 역할분담이 이뤄져 남자의 가장 큰 본능인 사냥, 여자의 가장 큰 본능인 보호로 구분합니다. 그 본능이 지금도 무의식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란 전제에서 남녀 차이를 설명하고 있어요. 최근에 읽은 유발 하라리 저자의 <호모 데우스> 책에서도 나왔듯 마음의 심층 구도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변한 게 없다고 하거든요.

남녀가 원하는 큰 가치는 서로 다르기에 서로의 말과 행동이 이해 안 되는 거라고 합니다. 부부관계에서도 아내는 가정을 기준으로 남편을 판단하고, 남편은 자신의 일을 중심으로 행동합니다. 남녀 간 차이를 극복 못하면 갈등만 남는 거죠.
남자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사냥과 휴식으로 삶의 방향은 사회입니다. 여자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의존과 가족으로 맞벌이 이어도 삶의 방향은 가정을 향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변해도 이렇게 서로 다른 본능은 쉽게 바뀌진 않고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합니다.
사실 갈등이 깊어진 상태에선 본능적 차이라는 이유조차 납득하기 싫은 게 현실이죠. 머리로는 이해한다 싶어도 마음은 그러질 못합니다. 삐딱해진 마음이 깊을수록 갈등 해결은 쉽지 않겠지만, "당신의 행복찾기는 당신의 몫"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배우자에 대한 미움의 단계 중 2단계, 내가 더 희생하는 것 같아 억울해지기 시작한다는 글을 보고 흠칫하면서도 역시 다들 똑같구나 싶더라고요. 상대방을 이해하는 게 해결의 전제지만, 실상은 2단계의 생각만 들었거든요. 내가 왜? 싶기도 하고. 막 져주는 느낌만 들고. 그렇다고 상대방은 이런 내 희생을 알아주지도 않는데. 그런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이 책은 남녀가 꼭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결혼으로 본성이 변한 건 아닙니다. 가려져 있던 게 드러날 뿐. 한 예로 남편에겐 부부간의 대화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 남편이 의도하지 않는 대화는 이미 남편의 관심사가 아니라는군요. 문제는 아내가 더 이상 대화 시도를 안 한다면, 아내발 이별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징후라는 것은 기억하세요. 연애 땐 서로 참 많이 맞춰줬던 겁니다 그렇죠.

서로 다른 관심과 자존심 차이, 생활습관 차이, 성에 대한 인식 차이 등 남녀의 다름을 짚어주며 서로의 본성은 고치기 어려우니 그렇다면 갈등이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가 포인트입니다. 박평식 저자는 서로 상대방의 케이블을 잠시 빌려 쓰라고 합니다. 화해를 위한 전제조건은 상대의 현 상황을 인정하는 거고 인정해야 화도 덜 난다고 합니다. '인정'이라는 건 본능을 포기하는 것도, 일방적인 양보도 아닙니다.
상대를 이기려고만 하는 싸움의 끝은 뻔합니다. 남편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머리 쓰고 따지지 말라고 합니다. 아내가 걱정하면서 말하면 남편도 같이 걱정해 주면 되는 겁니다. 남편은 부부싸움도 혼자서 마무리하려 하고, 혼자서 마음껏 정리하고 해결했다고 착각한다고도 하네요. 아.. 그렇구나 하며 이제야 이해되는 부분도 많았어요. 정말 이건 커플, 부부가 함께 봐야 하는 책입니다.

커플, 부부였다가 다시 싱글이 되는 상황을 꿈꿔보는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다들 한 번씩 해보지 않으셨나요? 우리는 그렇게 갈등 속에 허우적대면서도 이별이 찾아오는 상황까지는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심란한 마음을 잘 다독여줍니다.
사랑이 식는 건 상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해라는 허울을 쓴 체념이 아니라 인정하는 태도를 가질 때 남녀관계의 실타래가 풀리지 않을까 싶어요. 박평식 저자의 리얼한 조언 한 마디 더 소개할게요. 남녀 관계에서 완벽한 동의나 해결 따윈 없다고 합니다. 본능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른데 완전히 이해해야 수긍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라고 합니다.
결국 본능의 차이를 이해하고, 대화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갈등 해결의 열쇠입니다. 화났을 때 대화법, 싸움 줄이는 법 등 다양한 갈등 상황 속에서 내 행복은 내 손에 달려 있는 겁니다.

<왜 사랑하고 헤어질까?>는 남녀 본성의 차이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심리책이어서 이 세상 모든 커플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기혼이든 미혼이든 상관없어요. 부부갈등 사례에서 남편과 아내 단어 대신 오래된 연인 관계의 남녀를 집어넣어도 딱 이해되는 사례들입니다. 희생 대신 이해. 슬기로운 남녀 관계를 위한 마음가짐을 위한 책 <왜 사랑하고 헤어질까?>. 우리 애 나중에 결혼 할 여친이 생긴다면 각각 한 권씩 주고 감상문 받고 싶을 정도네요.
남편은 아내를 외롭게 만들고 아내는 남편을 지치게 한다.
당신의 아내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남자들도 그런 경험은 이미 겪었거나 앞으로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차이뿐이다. 그 상황에서 당신만 그랬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