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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고용절벽 시대가 온다 - 4차 산업 혁명은 일자리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이노우에 도모히로 지음, 김정환 옮김 / 다온북스 / 2017년 4월
평점 :
컴퓨터에 지적인 작업을 시키는 기술 AI. 아이폰 시리, 바둑 AI 알파고처럼 현재와 가까운 시기에는 특화형 인공 지능 시대로 기존 기계와 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겠지만, 2030년 이후에는 범용 인공 지능 개발이 예상되며 그때부터는 경제 시스템 구조가 변할 거라고 합니다.
범용 AI로 변화한 경제 구조는 경제 성장과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 결과에 따라 미래 시대는 유토피아가 될 수도, 디스토피아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중은 기계의 반란, 폭주를 두려워했지 기술적 실업에 대해 주목하지는 않았습니다. 역사적으로 그동안 산업혁명을 겪으며 생긴 실업은 다른 고용의 흡수로 대체되어 왔기에 만만하게 봤던 걸까요.
하지만 범용 AI 시대에서는 중소득자가 종사하는 육체노동, 사무노동, 두뇌노동의 대부분에서 고용 파괴가 일어날 거라고 합니다. 두뇌노동 역시 전지전능한 분야가 아니라는 게 충격적이었어요. 노동의 10퍼센트 정도만이 남을 두뇌노동 분야는 그야말로 배틀로얄처럼 잡 워 (Job War) 시장이 되는 겁니다.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에서는 2045년에 기술적 특이점을 예측했는데 GNR 혁명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고 합니다. GNR은 유전자 공학, 나노테크놀로지, 로봇 공학을 뜻합니다. 그의 책에 소개된 것 중 SF적 느낌의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분명 2045년의 경제는 지금과는 크게 다른 모습일 거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입니다.
심층 학습 딥 러닝은 21세기 AI 연구의 대세입니다. 인간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컴퓨터가 인간처럼 스스로 영리해지죠. 생명만이 세상을 인식하는 게 아니라 기계도 패턴을 찾아내 세상을 인식하게 되는 겁니다. 딥 러닝 응용 중 DQN (Deep Q-Network) 게임 프로그램은 게임 규칙을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도 플레이 방법을 획득해 주목받는 프로그램입니다. 알파고 역시 DQN 기술이 응용된 것이라는군요. 이 기술의 자손이 미래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주범이 될 거라 저자는 주목합니다.
범용 AI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지적인 행동을 대체적으로 할 수 있는 AI입니다. 범용 AI 개발을 어느 나라가 우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헤게모니는 결정될 거라고 합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처럼 IT 거대 기업이 없는 나라에서 정부가 연구 개발 지원하지 않고 민간에만 맡기면 이노베이션은 (발명, 발견 소재) 최소한의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을 거라고도 하고요.
AI 산업 육성보다 AI 기술 연구 개발의 촉진에 힘쓰면서 정부의 거시 경제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고 저자는 제안합니다. 금융 정책과 재정 정책이 맞물린 정부의 거시 경제 정책을 소홀히 하면 실업은 장기화될 거라고 합니다. 저출산, 고령화가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범용 AI가 출현하면 평균적인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대부분을 빼앗아감에 따라 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변혁이 발생한다고 해요.
저자가 생각하는 사라지지 않을 직업은 창조성, 경영관리, 고객감동 계열로 꼽습니다. AI와 인간의 차이점에서 나온 타인과의 감각의 통유성이 필요한 일이죠. 예를 들어보면, 대부분의 가게는 기계가 일하고 일부 고급 가게에서만 고객과 대화를 나누는 바텐더가 있는 상황입니다. 달인의 경지에 달한 극히 일부만이 일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이때가 제4차 산업 혁명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2030년으로 말하고는 있지만, 순수 기계화 경제 시대는 2045년경 어느 정도 실현 예상되며 2060년에는 완료될 거라고 예측합니다. 어쨌든 2045년 경에는 전체 인구의 10퍼센트만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되는 겁니다. 기존 자본주의 경제 구조와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순수 기계화 경제 시대는 자본주의 2.0 시대로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 닥치는 겁니다. 노동자 없이 자본가만 승리하는 시대입니다. 그런 시대에서는 현재의 생활 보호 제도는 적용될 수 없습니다. 순수 기계화 경제에서는 그 적용 대상이 국민 대부분이 되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합니다.
재미있는 생각이 등장하는데요. 전지전능한 신과 다름없는 초AI느님이 등장한다면?! 신이나 다름없는 AI의 보이는 손이 경제 시스템을 좋은 방향으로 관리한다면 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SF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도 흥미롭군요. (사실 좀 오싹하긴 합니다만)
저자는 순수 기계화 경제에서 노동자의 소득을 보증하기에 가장 적합한 제도로 기본소득제를 꼽습니다. 사회 보장 제도 측면과 국민 배당 측면을 모두 가진 전 국민 수당입니다. 수입과 수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생활비를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겁니다. 세대가 아닌 개인을 단위로요.
복지 이야기 나오면 재원은 어디서 마련하냐는 질문이 따라오죠. 순수 기계화 경제 시대에서 이 제도는 증세를 해서라고 국민 생활을 향상시키는 정책이기에 점진적 변화로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생활보호가 선별주의적 사회 보장인 만큼 기본 소득제는 보편주의적 사회 보장입니다. 네덜란드는 2016년 1월부터 몇몇 도시에서 시험 도입되었고, 핀란드는 실험 준비 착수했습니다. 스위스에서는 부결되었습니다.
지금은 임금으로 측정되는 인간의 유용성을 따지는 자본주의 시대라면, 순수 기계화 경제 시대에서는 일자리를 잃음으로써 인간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품을 만큼 인간 가치관의 변화도 따라오게 됩니다. 이런 부분을 언급한 것도 의미 있었어요.
2030, 2045, 2060. 숫자상으로는 너무나도 먼 미래 같아 우리 아이를 염두에 두고 읽어 본 책이었는데 겨우 13년, 28년, 43년 후의 이야기입니다. 저도 사고 없이 산다면 바로 나의 시대 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AI 발달이 가져올 이익과 손해를 살펴보면서 미래에 가져올 변화를 짚어주는 책 <2030 고용절벽 시대가 온다>. 현실적인 미래 예상이고 가능한 미래 시나리오입니다. 무척 쉽게 설명하고 있어 경제 개념에 낯선 이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