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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 하 ㅣ 스티븐 킹 걸작선 9
스티븐 킹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5월
평점 :
27년을 주기로 먹고 자는 '그것'이 다시 나타난 데리. 어린 시절 '그것'과 싸웠지만 결국 죽이지는 못했던 겁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자기를 쫓는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만만하게 봤습니다. 불멸의 존재인 그에게는 유희거리일 뿐이었습니다.
데리는 그것의 도살장이며, 데리의 주민들은 그것의 가축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힘이 '그것'을 상처 입히고 고통을 주게 되자 원래보다 서둘러 사라져야만 했었죠. 그리고 27년이 지난 현재, '그것'은 그 아이들에게 복수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설 <그것> (하) 권에 이르러서는 긴장감의 연속입니다. '그것'과의 마지막 일격이 과거와 현재 시점 동시에 진행됩니다. '그것'을 죽이는 데 실패했던 과거. 어른이 된 현재 최후의 대결 모습은 과거와 닮은 듯 다릅니다.
어떤 존재가 그들을 지켜주는듯한 느낌이 들 만큼 아이였을 때는 직관력이 대단한 힘을 발휘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럴까요. '그것'의 의미와 아이들이 어떻게 '그것'과 대치할만한 힘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초중반까지 스티븐 킹 작가가 열심히 들려준 각각의 개인사에 숨어 있습니다. 스티븐 킹 작가 특유의 인간 깊숙이 숨어있는 본성을 건드려 무의식 속의 어둠을 끄집어내는 점이 이 소설에서 제대로 나오네요. 저마다의 이유로 소외당한 아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일곱 명이 뭉치게 된 힘의 원천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열한 살 먹은 애들이 하는 행동이라기엔 어이없는 사건이 무척 많아서 멘붕 오기도 했어요. 믿음이 떨어지면 사랑의 힘, 욕망의 힘으로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행위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되네요. 물론 아이들이 가진 믿음의 원천,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면서 약해지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는 설득력 있었고 공감했습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고차원적인 의미를 제 수준에서는 100퍼센트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소설 <그것>은 찰나의 공포만 격정적으로 안겨주는 단순한 호러 장르가 아니라는 건 분명합니다. 묵직하게 읽힌 소설이었고, 전반적인 만족도도 높습니다. 2017년판 영화에서는 아이들의 '믿음'과 '욕망'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