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 보기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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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혹은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그들의 욕구 때문이다."

 

이것은 1776년 정치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경제학에 대한 현대적인 정의를 내린 문장입니다. 그렇다면 스테이크를 실제로 구운 것은 누구였을까요? 애덤 스미스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어머니가 매일 저녁 식사가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보살폈기 때문입니다. 부제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보기로 짐작하듯  이 책은 여성과 경제학의 관계를 살펴봅니다. 왜 가정은 시장 원리에서 벗어나는가에 대한 답을 원한다면 읽어보세요.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이 일하러 가기 위해서는 그들의 부인, 어머니, 혹은 누이들이 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보고, 청소하고, 음식 만들고, 빨래하고... 우리가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 경제입니다. 여성은 주류 경제학에 포함되지 않는 성입니다. 

 

주류 경제학 모델이 된 경제적 인간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욕구로 움직입니다. 그런데 경제적 인간의 특징은 여성이 아니라는 것. 이 책 전반에 걸쳐 경제학이 여성을 어떻게 무시해왔는지 적나라하게 꼬집습니다.

 

여성은 절대 남성만큼 이기적이도록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여성에게는 사랑을 지키는 역할을 주고 가족을 위한 활동은 경제적 번영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1800년대 이야기가 지금도 통용되고 있습니다. 남성이 노동한 결과는 측정할 수 있고 돈으로 환산할 수 있어도 여성의 노동은 결과가 보이지 않습니다. 직장에서 풀타임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집안일을 돌봐줄 보모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 보모의 딸은 누가 돌보는가의 문제가 나오죠. 여성 사이의 불평등 문제로 확장됩니다.

 

남성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노동 시장에서 전진해야 하는 여성. 경제적 인간이 이상적인 모델인 양 그에 맞춰 살아야 합니다. 이럴 때 나오는 조언은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잡으라고 하는 말이죠. 그런데 저자는 이 구조를 아예 변화시킬 수 없냐고 반문합니다. 여성은 노동 시장에 진입했지만 남성은 그에 상응하는 정도로 집안일에 진입하지 않았습니다.

 

경제학은 사랑을 아끼고자 했습니다. 배려, 공감, 돌봄 등의 덕목들은 경제적 분석에서 밀려난 겁니다. 그 결과 사려 깊음, 공감, 돌봄 등에 관한 논의에서 돈과 부에 관한 이야기가 빠지게 됩니다.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남성에 비해 훨씬 열등한 이유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희생과 돌봄의 대명사로 알려진 나이팅게일이 실제로는 간호사들이 정당한 보수를 받게 하려고 평생을 싸웠다는군요. 그 부분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듯합니다.

 

소득불평등 문제가 요즘 화두죠. 신자유주의 사상으로 경쟁에 초점을 맞추고, 노동자 대신 자신의 인적 자본에 투자하는 경제적 인간 개념이 들어서면서 생긴 결과입니다. 게다가 우리 삶은 자신의 가치에 대한 투자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되어버렸습니다.

 

 

 

경제학이란 퍼즐에서 빠진 조각은 애덤 스미스의 어머니 마거릿 더글러스입니다. 애덤 스미스가 근본적인 무언가를 생략해버린 실수는 현재 너무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여성에게 부과한 특정활동, 여성으로 태어났기에 그 일을 해야 한다는 믿음. 그러다가 이런 활동은 경제적 의미가 없다는 경제 이론을 만들어내며 우리 사회를 주도하는 공식적인 세계관으로 자리 잡혔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은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된다는 카트리네 마르살 저자. 페미니즘 책인 줄로만 알고 읽기 시작했다가 경제학의 역사가 장황하게 나와 당황하긴 했습니다. 특정한 경제학적 시각이 우리의 가치관을 어떻게 장악했는지, 세계 경제와 우리 자신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합니다. 애덤 스미스의 저녁이 어떻게 식탁에 올라왔는지, 그것이 경제학적으로 왜 중요한지를 봐야 한다는 것을 제기해 신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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