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융합대학원 진정일 석좌교수와 제자들이 들려주는 화학 이야기책 <과학자는 이렇게 태어난다>. <고분자화학 연구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책을 2007년 정년 기념 겸 출간했는데 1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12명 제자의 글을 더 추가한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이공계 대학원 연구실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은 제자들의 글은 과학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특히 흥미로울 것 같아요. 실험 장비 부족, 안전사고 등 화학 실험실 하면 자연스레 기대(?) 할법한 이야기도 나오고, 명절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연구실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열정을 느끼게 됩니다.
실험실에서 청춘을 불살랐던 대학원생들의 생활은 화학자로서의 첫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도와주는 시간입니다. 석사 2년 동안은 시키는 일도 많아 순식간에 시간이 흐르고, 박사 과정에서는 창의적 연구를 위한 압박에다가 영어까지 완벽하게 해내려니 고달프겠더라고요. 직장에 다니면서 대학원 들어가는 사람들도 생각 외로 많네요. 가정까지 있는 상태에서 공부하는 경우엔 끝마칠 때까지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결국엔 성취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자들의 현재 모습을 보면서 고분자화학을 공부하면 어떤 일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겠더라고요. 고분자화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읽은 책인데, 그래서 처음부터 다짜고짜 에피소드가 흘러나와 조금 당황하긴 했네요. 고분자화학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먼저 줬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었어요. 제자들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에피소드에는 화학 용어가 자주 등장해 낯설기도 했습니다. 화학의 위력을 잘 모르는 상태여서 그들의 놀라움에 제 반응은 제대로 못 미쳤던 느낌이...
고분자화학은 유기화학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고 그 성질을 예측해 어떻게 실생활에 응용할지 공부하는 거래요. 분자량이 일만을 넘는 거대분자를 고분자라고 하는데, 타이어 만드는 고부가 대표적인 고분자 화합물이라고 합니다. 20세기 말 고분자 재료의 사용이 철 사용을 넘어섰기에 현재는 철기시대를 넘어 고분자 시대라고 말해도 될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