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미녀와 마법의 물렛가락
닐 게이먼 지음, 크리스 리들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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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닐 게이먼은 <그레이브야드 북>으로 카네기 상과 뉴베리 상 동시 수상한 최초의 작가인데 이 책에서도 스토리가 아주 기가 막힙니다.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 리들은 시사만화가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이 책 포함해 세 번이나 받은 작가이고요.

 

<잠자는 미녀와 마법의 물렛가락>은 전래동화 <백설공주>와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교묘하게 조합해 새롭게 창조한 스토리입니다.  명작 전래동화의 흔한 결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그 이후는 과연 어떨까?

 

 

 

이 책에서는 백설공주가 여왕이 되어 등장합니다. 어느 날, 곧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여왕. 삶은 수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결혼을 삶의 끝으로 생각합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 백성들을 통치하며 아이들을 낳고...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이라는 거죠. 자유의지가 사라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왕이라는 운명에 따라 결혼을 선택합니다.

 

한편 여왕의 나라와 이웃한 나라에서는 '잠'이라는 전염병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처럼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마녀가 공주에게 저주를 건 사건까지는 동일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모든 이들이 함께 잠에 빠집니다. 근 70년 전의 사건이지만 잠 전염병이 점점 빠른 속도로 퍼져 곧 여왕의 나라에까지 닥칠 지경입니다. 난쟁이들이 이 소식을 여왕에게 전하면서 여왕은 결혼식을 미루고 직접 해결하러 그곳으로 떠나는데. 

 

 

 

검정 펜과 금색 두 가지만 사용한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금색이 사용된 부분은 극히 일부인데, 그 의미가 궁금하긴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영어 글자가 그대로 이미지화해서 한국어판이지만 굳이 한글로 바꾸지 않고 영어 폰트를 고스란히 살린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성으로 가는 길에 본 잠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은 끔찍합니다. 거미줄이 쳐진 채 좀비처럼 괴기스러운 모습이었어요. 그나저나 여왕의 뒷모습이 헝거게임의 캣니스와 닮지 않았나요? 사실 여왕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지게 그려져 표준 체형에 의문을 가질 법 하지만, 백설공주 본판이 아름답다고 하니 이해해주자고요.

 

 

 

성에 도착한 여왕은 높은 탑에 잠들어 있는 금발 소녀를 구합니다. 어떻게? 익히 우리가 아는 그 방법대로.
여자 대 여자의 입맞춤은 왜 꼭 잘생긴 왕자만이 공주를 구하러 오는가에 대한 한방이기도 하네요.

 

이게 끝이 아닙니다. 모든 이들이 잠들었을 때 유일하게 깨어 있었던 노파와 금발 소녀의 관계는 오싹한 서스펜스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 정도였어요. 겨우 100여 페이지인 짧은 동화에 엄청난 배경과 사건을 녹인 스토리. 닐 게이먼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백설공주의 계모를 통해 우리는 이미 아름다움과 힘을 끝없이 원하는 어둠의 존재를 알고 있죠. 빼앗긴 자들은 어떻게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요. <잠자는 미녀와 마법의 물렛가락>에서는 여왕의 말과 행동이 곧 자존감을 지키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그 울림은 우리 딸들, 이 책을 읽는 여성 모두에게 파고듭니다.

 

로버트 문치 작가의 <종이 봉지 공주>의 주니어 버전쯤 되는 책입니다. 초등 저학년 때 <종이 봉지  공주>로 왕자의 허세를 물리치고, 고학년 이후에는 <잠자는 미녀와 마법의 물렛가락>으로 더 깊은 맛을 느껴보세요. 괴기스러운 그림도 있고, 잔인한 묘사가 들어가는 문장도 하나 있고, 12금 문장도 하나 있습니다만 ^^ 정말 잘 읽었기에 마구 추천하고픈 동화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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