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필요한 시간 -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사랑 인문학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자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웬만하면 시련을 피하려고 하는 시대. 연애도, 결혼도, 아이도 꿈꾸지 못하게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인생을 만끽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큰 야망 대신 적당한 정도에 만족하게 되고, 점차 의욕 없이 자포자기하는 사회 분위기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더불어 사는 사회 개념이 약해지며 사회 정체로 이어집니다. 혼자서 살아가는 인생. 어라, 이거 어디서 본 듯한 기분인데요. 소설, 영화에 등장하는 디스토피아 사회 모습과 닮았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 『곁에 두고 읽는 니체』 저자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사랑이 필요한 시간>에서 이 시대에 필요한 사랑의 힘을 이야기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사랑하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당당하게 연애게임에서 퇴장해 패배가 아닌 승리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회가 된다면... '사랑은 하자'는 겁니다. 왜?

 

 

"사랑은 어떤 일을 계속해나갈 수 있게 해주는 에너지의 근원이다."며 사랑은 에너지가 된다고 합니다. 내 에너지를 쏟아 넣을 대상, 상대가 있어야만 순환하는 '사랑'은 내 삶을 긍정하는 요인이 됩니다.

 

사랑을 가장한 집착, 속박, 의존, 질투... 이 모든 것이 사랑받고 싶어서 생긴다고 합니다. 사랑받아본 경험이 없고, 받아도 돌려주지 못하는 수동적인 사랑처럼 일방통행이 아닌 사랑을 하려면 존재 자체의 사랑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사랑에도 '습관'이 필요하다고 해요. 사랑받지 못한 채 살아온 사람은 특히 학습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랑하고, 사랑할 대상을 찾고... 이 모든 소소한 두근거림이 삶의 활력을 높입니다. <사랑이 필요한 시간>에서는 자신의 에너지를 어떻게 사랑으로 변환시키고 유지할 수 있는지 실천할 수 있는 법을 알려줍니다.

 

 

 

사이토 다카시 교수가 알려준 상대의 신호를 알아차리는 감성과 잡담력 기르기는 사랑을 하고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면서도 풍성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고독에 대한 대처법이기도 합니다. 특히 편애지도 개념이 신선했어요. 집착의 대상을 오히려 늘리라는 겁니다. 사랑하는 힘을 회복시키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편애지도는 내가 각별하게 사랑하는 것들을 적어보면서 깨닫게 되는데, 그 대상이 많을수록 삶이 풍성하고 자신의 인생에 충실한 사람이라는군요.

 

프란츠 카프카 『변신』에서 현대인의 고독한 모습, 도스토옙스키 『백치』의 사랑을 원해서 불안에 빠진 인물, 무라카미 하루키 『1Q84』의 운명을 움직이는 사랑 에피소드, 스티븐 킹 『미저리』의 뒤틀린 관계 등 문학작품 속 사랑 스타일을 들려주며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돈이 없어서 결혼 못한다는 상황에 다른 의견을 내보이는데요, 경제상황보다는 자기 생활을 지키고 싶어하고, 상대는 내 행복을 키워줄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점을 오히려 지적합니다. 남자의 초식화, 여자의 비혼화, 결혼하지 않을 자유 등 많아진 선택지가 오히려 고독감으로 이어진다면 문제 아닐까 제기하는 셈입니다. 그의 의견은 사랑의 힘을 놓치는 기회 쪽이 더 안타깝다는 겁니다.

 

이 시대 사랑론을 담은 <사랑이 필요한 시간>. 술술 읽히는 데다가 너무 진지하지만은 않게 끌어가고 있어 칼럼 읽듯 가볍게 읽어낼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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