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한 인간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의 심플함에 반했던 책.
나 같은 사람을 겨냥한 문장이 나와 순간 뜨끔. (그런데 책이 정말 예쁘게 나왔다고요.)
가끔 테레비나 영화에 나오기도 한다는 책날개에 적힌 간단한 저자 소개 글만으로는 누구지? 갸우뚱.

 

저자 박정민은 독립영화 <파수꾼>으로 데뷔. <전설의 주먹>, <들개> 영화에 나왔고, 우리 아들이 줄창 봤던 <너희들은 포위됐다> 드라마에도 나왔어요. 여기까지만 듣고도 매치가 잘 안된다면?
영화 <동주>의 동주 친구 안경 쓴 사람, 영화 포스트에 딱 나오니 이쯤 되면 "아~!" 하실 듯. 송몽규 역을 맡은 배우입니다.

 

첫 문장부터 아, 이 책 느낌 온다~~!!
크큭대며 읽다가도 문장 하나가 가슴을 탁 치는 에세이를 원한다면 이 책 <쓸 만한 인간> 추천해드려요.
요즘 웃고 지내는 일도 없는데 이런 책이라도 읽어야죠.

 

 

 

일기 같은 글들이 2013년부터 월 한 편 정도씩 이어집니다. <topclass> 잡지에 연재하던 글이라고 해요.
첫 장편영화 <파수꾼>때의 열정과 애정이 이런저런 핑계로 뒷전이 되어 초창기 때의 마음이 어느샌가 잊혀 있더라는 이야기, 대종상 시상식에서 열심히 박수치며 의연하게 보이기까지 유리멘탈을 이겨내는 과정, 독립하기 전에는 부모님 몰래 카드 고지서를 인터셉트해야 하는 등 연기 생활하며 겪는 애환과 소소한 일상의 단편들. 이제 30대가 된 그가 20대 청년으로서의 삶을 기억하는 글들입니다.

 

열정페이에 관한 에피소드도 스스로의 경험을 녹여 표현했어요. 참 많은 알바를 했더라고요.
그들의 능력이 시급만큼의 능력이 아니라고. 20대의 고귀한 능력을 쉽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이 와 닿습니다.

 

 

 

 

" 안 그래도 부족한 놈한테 뭔가 또 한 가지를 앗아가 버리면서 그렇게까지 성장을 시키고 싶냐. 이놈의 세상아." - 책 속에서

 

그럼에도 비우고 비우고 또 비워고 비워서 호흡을 가다듬겠다는 배우 박정민.
배우니까 뭔가 다르겠지 싶어도 하는 고민들은 비슷하고 맞부딪히는 현실도 비슷합니다. 하고 싶은 일하면 무작정 행복할 것 같겠지만 견뎌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스스로의 찌질함을 드러내며 찌질하다의 반대말은 '찌질했었다'라는 걸 보여주려는 그. 조급하지 않다고 말하기 일쑤여도 사실 마음이 그렇지만은 않더라는 불안과 고민을 보면서 그의 성장을 응원하게 됩니다.

 

 

 

듣는 것에 인색한 사회. 듣기보다 말하는 것에 익숙한 시대. 무관심의 시대에 관한 단상도 기억에 남습니다.
연기학교에서 배운 '잘 들어라'라는 말은 편집해서 듣고, 오역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만년 유망주, 잘 되기 직전의 배우라는 말을 듣는 박정민.
동주 송몽규 역으로 받은 백상예술대상 남자신인연기상은 신호탄이 될 것 같아요. 다 잘 될 겁니다.

 

"당신은 누군가에게는 의외로 잘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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