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자본주의 - 바다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이노우에 교스케.NHK「어촌」 취재팀 지음, 김영주 옮김 / 동아시아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해양 자원 고갈과 해양 오염 문제로 심각한 바다.

어획량은 줄어들고 오염된 물고기가 식탁에 올라오게 되면서 그 심각성을 개인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어촌자본주의>는 바다 생명의 순환을 고려해 바다와 사람이 상부상조하는 관계를 되살리겠다는 취지에서 나타난 용어입니다. 사람이 인공적인 관리를 통해 바다를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겁니다. 잡히는 어종이 줄어들고 쓰레기만 가득한 연안 해역을 다양한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는 것. 상상만으로는 너무 방대한 스케일 같죠. 하지만 이것을 해낸 곳이 있습니다. 일본 세토 내해 지역입니다.

 

일본 세토 내해는 한때 적조가 300일 이상 발생했고, 수영이 금지되었던 바다였습니다.

그런데 어촌이 살려냈습니다. 이들은 바다를 천연 수조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이 전혀 먹이를 주지 않는 양식인 셈이죠. 굴의 정수 능력을 믿고 굴뗏목을 만들어 오염된 바다를 정화하며 굴 양식에 성공했습니다. 탁한 수조에 굴을 넣으면 금방 투명해질 정도로 굴은 천연의 여과 장치더라고요.

 

 

 

게다가 연안 바위에 서식하는 약 200종류의 생물이 그곳에 살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많은 대형 어류까지 그곳을 먹이터로 삼게 됩니다. 굴뗏목이 하나의 생태계가 된 겁니다. 이런 일이 가능하기까지는 '어촌의 활동'이라는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어촌 지킴이들의 소중한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해낼 수 없을 거라고 믿었던 생물 다양성 환경을 이뤄냈습니다.

 

순식간에 그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부가 직접 씨 뿌리기를 한 잘피숲은 30년의 세월이 흐르고서야 성과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귀찮은 풀 정도로만 여긴 잘피가 바다에서 사라지니 그곳에서 산란하고 성장하던 물고기들이 함께 사라졌었습니다. 갯벌 간척 사업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뚝딱 진행되지만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리는 겁니다.

 

 

 

삼시세끼 어촌 편을 보면서 처음엔 어촌이란 공간이 참 낯설었지만 이제는 자급자족하는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다가옵니다. 자연과 맺는 관계의 깊이가 전무한 현대의 삶. <어촌자본주의>는 현대인이 잊어버린 어촌을 이야기합니다. 파괴된 자연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인간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상식에서 벗어나 인간이 올바르게 관여함으로써 바다의 순환을 회복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도시를 흐르는 강이나 시냇물 역시 인공적으로 부활시킬 수 있습니다. 근시안에서 벗어나면 말이죠. 4대강 사업이 생태계를 한순간에 다 망쳐놓은 사태를 바라보게 된 우리나라에서 특히 유념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고요.

 

 


환경을 지키면서 동시에 이익도 얻을 수 있는 어촌. 어촌이라는 개념이 그곳에서 살 일 없다며 남의 얘기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바다의 영향을 받는 인류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이라는 걸 이 책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 활동의 결과로 발생한 모둔 물질들이 전부 흘러들어가는 종착점인 바다. 바다의 순환과 인류와의 공생은 환경을 지키면서 동시에 이익도 얻을 수 있는 어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면서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자본주의라는 말이 들어가 딱딱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큐 영상을 보는듯한 생생함이 살아있는 문체 덕분에 읽는 맛이 좋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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