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삼킨 소년 - 제3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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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이프>, <악당> 으로 소년범죄 사회파 소설 작가로 알려진 야쿠마루 가쿠의 신작소설 <침묵을 삼킨 소년>. 이 책은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품이어서 기대감이 컸습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에도 소년범죄를 다루는데 그 무서운 중2 학생들의 사건입니다. 동급생을 살해한 열네 살 소년의 아버지 시선으로 진행하는 방식, 피해자 뿐만 아니라 가해자 입장과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그려내고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어요.

 

이혼 후 혼자 사는 요시나가에게 뜻밖의 비보가 날아듭니다. 전처와 함께 사는 아들 쓰바사가 친구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겁니다. 선임한 변호사에게조차 입을 다물어버린 아들 때문에 도대체 무슨 일인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전처와 아들네가 이사한 것도 몰랐고, 아들의 최근 교우 생활도 전혀 모른 채 기사를 통해 아들의 그간 생활을 알게 된 아빠. 사건 당일 아들에게 전화가 왔었지만 회식자리여서 전화를 받지 않았던 아빠는 자책하게 됩니다. 같이 살았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뭔가 눈치채지 않았을까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하지만 한편으론 같이 살지 않았으니 책임이 없는 건 아닐까는 무책임한 생각마저도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보며 더 괴롭기만 합니다.

 

 

 

아들은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일까, 아들이 진짜로 친구를 죽인 거라면 왜 그랬을까. 그 누구도 믿지 못하고 그나마 아빠와 단둘이서만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 도대체 무엇 때문일지 궁금증만 가득한 상황입니다. 어마무시하게도 300여 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이 이런 상태였어요. 답답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언제 벌써 이만큼이나 넘어갔지 싶을 정도로 어느새 책장이 휙휙 넘겨져 있는 걸 보면 이 소설의 흡인력 자체는 대단한 것 같아요.

 

만약 아들이 사람을 죽인 게 명확히 밝혀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소설에서는 가해자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결국 살해한 것을 인정한 아이. 내 아이만큼은 착한 아이일 거라는 믿음이 저버린 순간, 배신감이 표출되는 장면도 있어 오히려 더 생생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피해자 유족에게도 사죄해야 하고, 남의 생명을 빼앗고도 살아가는 사람의 의무로서 진정한 속죄를 이끌어내야 하는 부모 입장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반면 피해자 부모의 심정은 가해자 쪽에 비하면 이 소설에서는 짧게 다뤄지는데 그 짧은 장면에서도 임팩트 있게 묘사했더라고요. 이 사건은 죽은 피해자가 평소 가해자를 협박하며 괴롭혀왔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피해자의 잘못을 넘어 이 세상에 아이가 없는 한, 변명도 들어주지 못하고 부모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대한 좌절감이 유족의 심정이었어요.

 

 


부모는 과연 아이를 제대로 보고 있는 걸까, 아니 제대로 볼 수나 있는 걸까... 괴롭힘을 당하는 중에도 아이는 부모에게 필사적인 심정으로 SOS를 보냈었지만 그 신호를 눈치채지 못한 부모의 모습에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더라고요. 행동의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식이 왜 그랬는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게 부모여야 하고, 완벽한 부모와 완벽한 자식은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소년범죄는 장래 갱생을 고려해야 하기에 특히나 자기가 저지른 죄와 정면으로 마주하며 속죄의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쓰바사의 살해 동기를 생각해보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클라이맥스는 이미 지났다 생각할 즈음 한 번 더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네요.

 

야쿠마루 가쿠의 최근 소설 <악당>을 읽으면서도 느꼈는데 소년범죄 사회파 소설의 대가로 자리잡을만한 작가다 싶더라고요. 피해자든 가해자든 부모자식 간의 유대, 신상털기식 기사, 소년원 출원 후 일상생활에서 겪는 마음의 상처들. 소년범죄에 뒤따르는 온갖 문제들을 짚어내고 있습니다. 주제를 강하게 드러내는 건 좋은데 반복이 살짝 있는 편이라 그 부분은 제 취향은 아니긴 합니다만,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를 오가며 꼭 본인이 직접 겪은듯한 실감 나는 묘사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난 그 녀석한테 마음을 살해당했어. 그런데도 죽이면 안 되는 건가?"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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