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볼
브래들리 소머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인생과 그 밖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상자가 하나 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상케하는 첫 문장. 이 상자는 바로 27층 아파트를 지칭합니다. 인생 자체를 담고 있는 상자라는 표현이 멋지네요. 아파트 건물의 청춘을 기록한 짧은 연대기인냥 시작하는 <피시볼>. 이어 27층 발코니에 놓인 어항 속 금붕어 이언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금붕어는 지금 작은 어항에서 탈출해 추락 중입니다!!!


스토리상 54장에 가서야 일어나는 일인 금붕어 탈출기를 왜 앞에서 먼저 이야기하는지 친절히 언급합니다.

브래들리 소머 작가는 금붕어 이언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겼습니다. <피시볼> 소설은 이언이 27층에서 추락하면서 지나는 층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거든요. 금붕어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한데 이어주는 연결고리입니다.


금붕어에 관한 고찰에서는 철학이 슬며시 들어가면서 웃음과 동시에 진지함을 안겨줍니다.

'생각은 줄이고 행동하라'는 철칙에 따라 원초적 본능과 찰나의 기억만 있는 금붕어 이언. 그가 탈출한 이유는 자유를 바라는 갈망 때문이었어요. 매번 "그런데…… 내가 뭘 하고 있더라?" 하며 찰나의 순간만 기억해도 스카이다이버처럼 탈출했다는(추락 중이라는) 사실은 잊지 않습니다.


금붕어 이언이 있었던 27층에 사는 남자 코너.

쉽게 사랑에 빠지는 케이티는 코너에게 고백하러 아파트로 가고 있습니다. 그 길에서 스치는 인물들 역시 그들만의 스토리가 진행될 거고요.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깨닫지 못하고 육체적 사랑만을 위한 애인을 거느린 남자,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늦게까지 일하는 아파트 수리공, 왕따로 학교를 관두고 홈스쿨링 하는 아이, 동거남의 아이를 임신해 막 진통을 시작한 임산부, 은둔형 외톨이로 집에서만 머무는 여자, 아름다움을 동경해 여장을 하는 남자.


소설 처음에서 인생을 담고 있는 상자라고 표현한 아파트에 사는 이들은 모두 외로움을 안고 삽니다.

상실과 절망 속에 삽니다. 사람들로 가득한 이 도시에서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인연 맺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만 가득합니다.


<피시볼>은 외로움이란 것을 아파트 사람들의 상황을 통해 정의 내리기도 하는데요.
"외로움은 착한 사람들 안에 잠복해 있는 게 아닐까." 또는 "외로움은 비겁하고 온순한 사람들이나 느끼는 것이다."고 합니다. 한편 이 외로움은 "'함께'라는 단어와 '혼자'라는 단어 사이에게는 너무나 부서지기 쉬운 얇은 벽이 환상처럼 존재한다."고 하면서 견고한 듯 철벽을 쳐도 어떤 우연한 사건에 의해 쉽게 깨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아무런 관계없어 보이던 소소한 사건이 연결고리로 작용하며 결국 기적적인 우연을 맞이합니다.


금붕어 이언이 27층 발코니에 놓인 어항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데는 4초. 그리고 금붕어 이언이 탈출 전후까지 포함해 <피시볼>은 3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간 동안의 이야기입니다. 자유를 바라는 본능을 좇아 뛰어내린 금붕어 이언은 아주 짧은 찰나에 지금까지 어항에서 보낸 기간보다 더 유익한 경험을 하기도 했고, 그동안 아파트 사람들의 삶 역시 변했어요. 


현실에 안주하며 편안하게 지내는 것과 다시는 그런 편안함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것 사이의 갈등.

'혼자'에서 '함께'로 건너가는 용기를 보여준 소설이었어요. 어쩌면 인생의 공허함을 채워줄 사람을 찾는 게 인생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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