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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하는 식물의 뇌 - 식물의 지능과 감각의 비밀을 풀다
스테파노 만쿠소.알레산드라 비올라 지음, 양병찬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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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지능? 지능이라니!
부제만으로 궁금하게 만든
책인데, 읽어 보니 최근 교양과학서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의 똑똑하고 영리한 점을 다룬 내용이 다 들어있네요. <매혹하는 식물의 뇌>는
더 나아가 식물을 평가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하고, 식물의 권리에 대한 논의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식물생리학자 스테파노
만쿠소는 식물이 세상을 감각하고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식물은
계산, 선택, 학습, 기억 능력을 보유한 지능을 가진 생명체로 정의하는데요. <매혹하는 식물의 뇌>에서는 식물이 가진 다양한 감각,
의사소통 방법 등을 통해 식물의 지능을 입증합니다.
식물이 지능을 가졌는가의 문제는 '지능'의 개념을 재정의해야 가능하더라고요.
우리는 지능의 원천을
'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뇌가 있어야 지능이 있다 생각하기에 식물은 열등하고 덜 진화된 존재인 수동적인 무생물처럼 간주하는 거죠.
하지만 스테파노 만쿠소는
지능을 문제해결능력으로 넓게 정의합니다. 생명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행동을 한다면 지능이 없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 하면서요.
게다가 인간은 식물 없이
살 수 없지만, 식물은 인간 없이 살 수 있듯 우리는 식물에 대해서만큼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에 사는 셈이라고
말합니다.
<매혹하는 식물의
뇌>에서 알려주는 식물의 습성은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것들이기도 합니다. 뿌리, 줄기, 잎, 꽃과
열매가 하는 놀라운 능력들은 초등 과학책에서부터 나오죠. 그 습성을 각각 인간이 말하는 '오감'에 맞춰 설명하는데 똑 떨어지는 이야기더라고요.
하지만 눈이 있어야 시각이
있고, 코가 있어야 후각이 있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다 보니... 기능은 결국 같은데도 인간과 같은 장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식물을 하찮게
대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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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으로 유명한 다윈이 식물학에 얼마나 크게 기여했는지도 알 수 있었어요.
다윈은 "식물의 뿌리에는
하등동물의 뇌와 비슷한 것이 들어 있다"고 할 정도였지만, 당시 진화론 방어만으로도 힘겨워 식물 쪽은 더는 언급을 회피하는 처세를
보였었다는군요. 대신 아들 프랜시스 다윈이 연구를 넘겨받아 세계 최고의 식물생리학자로 명성을 떨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식물은 지능적
존재다." (원시적 형태의 지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선언했습니다. 진화론만큼이나 후폭풍이 만만찮았다고 해요.
<매혹하는 식물의
뇌>를 읽고 나면 식물을 실험하는 것의 윤리적 문제까지 생각해보게 될 정도입니다. 2008년 스위스에서는 식물의 존엄성에 관한 보고서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저자 스테파노 만쿠소는
식물의 권리에 대한 논의를 제안하기도 하고, 식물의 공생관계를 이용한 새로운 농업혁명도 제안합니다. 그리고 식물은 그리 허술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서 나아가 인간 중심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고정관념에 얽매이면 관찰
결과를 당대 지배하는 법칙과 이론에 억지로 끼워 맞춰 왜곡하게 된다고 합니다. <매혹하는 식물의 뇌>는 지능이 단지 동물 특히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비로소 식물이 세상을 감각하고 소통하는 법을 똑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