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국을 보았다 두 번째 이야기 나는 천국을 보았다 2
이븐 알렉산더.프톨레미 톰킨스 지음, 이진 옮김 / 김영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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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일 만에 뇌사에서 살아온 의사의 임사체험 보고서 <나는 천국을 보았다>에 이어 임사체험자들의 사례를 소개한 이븐 알렉산더의 두 번째 책 <나는 천국을 보았다 두 번째 이야기>.


현대의 유물론적 과학 세계에서 철저하게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살아온 신경외과 의사의 임사체험 에세이는 그 자체로 화제가 되었었는데요. 이번에 출간될 <나는 천국을 보았다 두 번째 이야기>는 육체와 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며, 과학적 세계관과 종교적 세계관을 넘어선 다차원적 관점을 이야기합니다.

 

저 역시 실체와 증거를 따지는 현대 과학에 자연스레 물들어 있다 보니 <나는 천국을 보았다>는 제목을 본 순간 솔직히 뜨악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건 환상이야."라고 말할만한 것인지, 아니면 현대 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분명 있는 것인지 논쟁할만한 소재이지요.

 

내가 겪지 못한 미스터리한 일에 절대적인 긍정과 부정을 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부정적인 생각은 최근에 조금 약해지긴 했어요. 이외수 작가의 책 <먼지에서 우주까지>를 읽으며 초자연현상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공감되었었거든요. 이븐 알렉산더 저자도 오만한 과학과 오만한 종교의 시대 속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가 얼마나 잘못 인식되어 있는지 꼬집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데카르트가 확립한 물질과 마음이라는 이분법으로 정립된 세계입니다. 물질과학이 설명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사이비, 초자연현상이라고 우리는 부르죠. 하지만 플라톤의 사후관을 보면 사후세계, 영적세계야말로 진짜 세계라고 합니다.

 

저자는 천국의 의미를,그곳이 있다는 걸 미리 아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려줍니다. 천국이 있기에 우리를 인간일 수 있게 한다고 말이죠. 우주적 존재로서 인간의 정체성을 깨닫게 됩니다. 그곳이 있기에 이 세상 역시 의미 있고요. 이런 걸 경험하면 내면의 힘과 용기를 얻고, 기존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포용하게 된다고 합니다.
 

물질세계에 살면서 의식이 두뇌에 영향을 받고 우리가 육체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이 곧 우리 정체성의 전부라고 세뇌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천국의 섭리는 우리 세계와 분명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국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고 해요. 그곳은 우리가 지닌 사랑의 양으로 인도하기에 지상의 삶에 그런 법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에게 그 사랑을 전파하며 사는 삶을요.

 

<나는 천국을 보았다>를 읽다 보면 나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존재인지 이해할 계기를 주는 것 같습니다. 천국의 관점에서 이 세계를 보는 방식을 다시 배우게 되고요. 이븐 알렉산더 저자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지상 세계를 체험하고 있는 영적 존재니까요.

 

이 세계 위의 세계에 대한 진실의 깨달음을 매 순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저자.  이런 임사체험은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을 생각해보는 사색과 명상의 시간으로 연결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긴 했어요. 자기 존재의 진실은 자신의 의식 깊은 곳으로 파고들어야 가능하다고 하니까요.

 

아직 저로서는 쉽게 수긍할만한 소재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허튼소리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제가 처음에 '천국'이라는 단어에서 받은 거부감은 신의 이름이 아닌,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역사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과학과 종교를 넘어선 세계관 쪽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하고요.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현대 과학관은 인간 중심 사고 일색인데, 하물며 영적 세계관 역시 결국 인간 존재에 대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잖아요. 어느 쪽이든 인간 중심 사고방식이 아닐까... 이 세계든 저 세계든 인간 존재의 가치를 신을 제외하면 최고로 높게 잡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모습, 물론 그런 생각이 지금 이 생애를 값지게 살 수 있는 동기가 될 수 있겠지만요.

 

<나는 천국을 보았다 두 번째 이야기>는 깨달음 없는 눈먼 자들에게는 이 세상이 슬픔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암흑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다행히 <먼지에서 우주까지> 책을 먼저 읽고 <나는 천국을 보았다>를 읽어서인지 저자가 하는 말이 어떤 의도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두 책 모두 물질과 의식에 대한 견고한 고정관념이 흔들릴 기회가 될 수 있는 책입니다.
 

천국은 이곳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곳을 보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켰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상당 부분이 지옥을 닮아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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