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니저다 - 락밴드 부활과 보육원생 프로골퍼 탄생이야기
백강기 지음 / 멘토프레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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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를 만드는 숨은 사람들. 그중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직업은 매니저가 아닐까요.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으로, 누군가에게는 스타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존재로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매니저. <나는 매니저다>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닌 매니저로서의 진짜 삶을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무명 밴드를 신화로 만들고, 극한 환경으로 신의 게임이라는 골프 세계에 프로골퍼로 아들을 입성시킨 한 매니저의 인생기 <나는 매니저다>. 이 매니저는 바로 무명밴드 [디엔드] 시절의 김태원을 만나, 부활 1집에서 4집까지 약 12년간 매니저를 한 백강기 매니저입니다. 책 전반부에서는 한국 락밴드 부활 탄생과 락스타에 얽힌 비하인드를 이야기하네요.

 

 

 

 

백강기 매니저의 집안은 음악과 친근한 분위기더라고요. 동생은 민해경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이기도 합니다. 1980년대 매니저는 보디가드, 브로커 개념의 매니저 이미지가 강했다는데 그는 비틀즈의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처럼 CEO 매니저의 삶을 꿈꿨습니다. <나는 매니저다>에서는 매니저가 되고 싶은 막연한 동경을 실제의 삶으로 만들기까지, 한 사람의 꿈이 이뤄지는 여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국 락의 르네상스 시기를 겪으며 인연으로 닿은 가수들과의 이야기도 많이 나와서 '이런 일이!', '이런 모습이!' 하며 뭔가 훔쳐보는 듯한 재미를 주기도 하네요. (고) 신해철과의 인연에서는 신해철이 유일하게 독설을 날리지 못한 단 하나의 사부가 김태원이라고 할 정도로 깊은 인연이 있었더라고요. 그 외 부활 데뷔 앨범을 스트레이트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녹음한 사연,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재기의 <사랑할수록>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사연 등 [부활] 밴드의 초창기 히스토리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감동과 기쁨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불편한 기억도 있었어요. 분노, 서운함, 후회 등 온갖 감정도 들게 마련인 연예계. 하지만 인간관계란 게 의도한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

우리는 흔히 리드보컬이 리더가 아닐까 생각하기 쉽죠. 그런데 부활이란 밴드에서 김태원의 위치는 리드기타리스트이자 리더 역할로 김태원과 [부활]은 동격입니다. 그런 특수한 위치 때문에 리더와 리드보컬과의 사연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우리가 방송에서 들어 온 그것과는 사뭇 다른 점도 짚어주면서 인기 얻어 몸집이 커진 리드보컬과 리더 간의 미묘한 갈등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락 그룹 [부활]은 김태원을 떠나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다." - 책 속에서

 

다툼은 두 사람의 말을 다 들어봐야 안다고. 그동안 방송에서 L군의 한쪽 입장 말만 들어와서 알고 있던 그것과 다른 속사정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네요. 솔직히 미묘한 감정이 섞인 상태에서 기억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게 인간관계 아닐까요. 똑같은 팩트를 놓고도 나는 이렇게 받아들였는데 상대는 다르게 받아들이며 해석의 차이가 생길 수 있는 게 인간이잖아요. 다만 그걸 깨닫게 된 이후에는 더는 깊은 골로 나아가지 않고 서로 이해하는 마음으로 살면 좋겠죠. 백강기 매니저의 글에서 그런 착잡함을. 한편으로는 상대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는 매니저다> 후반부는 골프대디로서의 인생 2막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12년간 4장의 앨범을 제작하며 무명의 부활을 일정 궤도에 올려놓고 부활 매니저로서의 삶을 떠난 데에는 개인 가정사가 얽혀 있기도 하더라고요. 보육원 출신 프로골퍼라는 말에서 갸웃했는데요. 불안정한 수입과 생활로 이혼하게 되면서 남매를 키우며 겪는 녹록지 않은 아버지로서의 삶. 형이 만든 보육원 골프단에 아들을 보내며 이 기상천외한 골프 입문기를 이야기합니다.

 

아들이 골프에 입문하는 과정은 일반적이지 않았어요. 보육원에서 골프를 한다니. 그것만으로도 신기했지만,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결국 프로골퍼가 탄생했다는 것. 폐업 골프 연습장 고물용품을 긁어모아 맨땅에 헤딩하듯 만든 보육원 골프단. 환경을 넘어서는 노력을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골프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은 얼핏 들어봤지만, 전지훈련비니 라운딩 비용이니... 생활고에 막노동도 하고 잉어빵 장사까지 한 골프대디로서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골프 이야기를 하는 후반부를 읽으면서 골프가 아들의 꿈인지, 아버지의 꿈인지 조금 생각해보긴 했네요. 아들 스스로 입성한 골프 세계가 아닌지라 중간에 골프를 손 놓기도 하거든요. 어쩔 수 없이 지금까지 해 온 게 그것밖에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도... 같은 부모 입장에서 들었던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그 힘들다는 프로골퍼로 결국 입성은 했지만, 이후 정체기를 맞이한 아들. 골프대디로서 더는 애태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애잔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 다시 스스로 일어서려는 아들의 이야기를 보며 응원하게 되네요.

 

<나는 매니저다>를 읽으며 이런 책이야말로 진짜 인생담이네 싶었어요. 인생 마지막 길에서의 자서전이 아닌 이상 굴곡은 있기 마련인 인생에서 내리막길과 정체기를 과감하게 드러낸 책입니다. 사람 냄새 나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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