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빵집과 52장의 카드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백설자 옮김 / 현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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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소설인 듯 모험소설인 듯, 현실인 듯 상상인 듯. 마음에 쏙 드는 멋진 소설 만났어요. 읽어보지는 않아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 유명한 철학소설 <소피의 세계>를 쓴 요슈타인 가아더 작가의 책이랍니다.

 

청소년 철학소설 <수상한 빵집과 52장의 카드>.

철학소설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쉽게 쓰였다 해도, 청소년도 읽을 수 있는 책이라 해도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는 느낌이 들게 마련인데요, 그저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정말 흥미진진한 책이어서 이런 책을 만나게 되었다니!!! 혼자서 마구 감탄했더랬죠 ^^

 

 

 

 

8년 전 아테네로 떠나버린 엄마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한스 토마스와 아버지.

그 여정에서 한스 토마스는 신비로운 일을 겪습니다. 한 난쟁이에게서는 돋보기를 선물 받고, 난쟁이가 알려준 도르프 마을에서는 제빵사 노인이 준 롤빵 속에 숨겨진 『무지갯빛 레모네이드와 마법의 성』 꼬마책을 발견하게 됩니다.

 

 

 

 

돋보기로만 볼 수 있는 꼬마책. 그 책은 파선되어 이름 모를 섬에 도착한 한 사내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 세상에 속하는 나라이긴 한 걸까 싶을 정도로 기묘한 섬이었어요. 한 벌의 트럼프 카드처럼 52명의 난쟁이와 조커, 그리고 한 노인이 사는 섬. 52명의 난쟁이는 쉰두 문장을 내뱉으며 알 수 없는 예언 같은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한스 토마스는 여행 틈틈이 꼬마책을 읽으며 자신의 여행과 꼬마책의 내용이 어떤 관련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죠.

 

52년간 그 섬에서 살아온 노인 프로데. 52명의 난쟁이와 조커의 비밀, 그리고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맛을 내며 몸의 세포마다 그 맛을 느낄 수 있지만 시공간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는 부작용을 가진 무지갯빛 레모네이드의 비밀은 나만 알고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답니다. 노인의 의식 속에 있던 형상들이 살아난 상상의 피조물인 자의식 없는 난쟁이들을 통해 인간 역시 위대한 마술 작품처럼 연결하는 내용은 섬뜩하기까지 했어요.

 

 

 

 

한편 한스 토마스의 아버지는 철학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입니다.

자신이 인생과 세계에 대해 더는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던 소크라테스처럼, 자신의 지식에 만족하는 사람은 결코 철학자가 될 수 없는 법이라며 말하는 한스 토마스의 아버지. 내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어마어마한 확률을 뚫었다는 것이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지, 사람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신비로운 것은 보지 못한 채 화성인이나 비행접시에 더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며 '인간이 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나는 사람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의심하지 않고 어떻게 그냥 세상에서 종종걸음치며 돌아다닐 수 있는지 의아했다. 어떻게 이 행성에서의 삶에 대해 그저 모른 체하거나 아니면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 - p192

 

"저 많은 사람들 중에서 단 한 사람만이라도 이 세계를 언제나 동화나 수수께끼같이 새롭게 체험한다면......" - p240

 

꼬마책 속 조커가 의미하는 바도 심오합니다.

자기 자신을 찾으러 가족을 버리고 떠난 한스 토마스의 엄마처럼, 조커는 자기 존재를 고민하는 이방인과 같은 존재로 등장합니다.

 

 

 

 

조커를 제외한 인류는 하나의 거대한 트럼프 카드가 아닐까.

존재에 대한 아무런 느낌도 없이 사는 우리에게 남기는 이 말은 자신이 펄펄 살아 있기는 하지만 자신에 대해 아는 게 너무도 적은 이상한 피조물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수상한 빵집과 52장의 카드>는 존재와 본질에 대한 철학적 사색의 필요성을 기묘한 여정 속에 담은 소설입니다. 몇몇 철학자의 이야기도 언급되는데 철학적 사고란 것이 난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스 토마스와 아버지의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엿볼 수 있습니다.

 

 

 

철학적 사고로 우리는 52장의 트럼프 카드가 아닌 조커로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내가 아는 것에 확신하고 만족하거나 반대로 무관심한 채로 사는 것이 대부분인 삶. <수상한 빵집과 52장의 카드>는 그동안 잃어버렸던 것을 되찾으라고 합니다. 아이일 때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경험할 능력이 있었지만, 점점 감각의 경험에 취해 살아있는 생명과 같이 경이로운 것에 익숙해진다는 거죠.

 

다시 어린이처럼 돌아가라고 합니다.

52장의 트럼프 카드처럼 살 것인가, 조커로 살 것인가.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이렇게 멋진 소설로 풀어내는 요슈타인 가아더 작가의 능력에 감탄사만 나오네요. 이 책을 읽고 <소피의 세계>를 읽으면 금상첨화겠어요. 1995년 출간된 <카드의 비밀> 개정판 <수상한 빵집과 52장의 카드>. 작가는 이 책의 주인공 한스 토마스가 앞으로 읽을 철학책으로 <소피의 세계>를 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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