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통의 심리학 -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은밀한 본성에 관하여
리처드 H.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은밀한 본성에 관하여 <쌤통의 심리학>.

쌤통! 다른 사람의 불행에서 느끼는 즐거움. 드러내지는 않아도 마음속으로라도번쯤 가져 본 심리가 아닐까 하는데요. 

 

신기한 건 영어 단어에는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감정이라는 뜻에 딱 맞는 단어가 없다고 해요. 독일어로는 피해를 뜻하는 Schaden과 기쁨을 뜻하는 freude가 합쳐 '샤덴프로이데' 라는 단어가 있어 쌤통의 의미를 그 단어설명하는 리처드 H. 스미스 심리학자.

영어권에서는 쌤통 심리라는 걸 마음으로는 느끼지만 적합한 단어가 없어 표현하기 어려웠다면, 우리는 쌤통이라는 단어가 당당하게 있어서인지 이런 감정의 이유와 증상을 본능적으로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쌤통의 심리학>은 쌤통 심리가 발생하는 다양한 이유를 진화론, 실험 결과, 역사적으로 나타난 사례 등을 통해 인간 본성의 심리를 파헤칩니다.

 

 

 

"고것 참 쌤통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쌤통 심리를 경험할 때 고소해 하는 감정이 가장 먼저 닿는데요. 그런 감정이 생기면서도 정작 내가 얻을 수 있는 눈에 보이는 이득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국 이득이 있기에 그런 심리가 생긴다고 하네요. 바로 열등감, 적개심으로까지 발전하는 질투의 진정제라는 겁니다. 이는 결코 작은 이득이 아니라는 거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 속담처럼 질투는 쌤통 심리가 생기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부러움의 대상이 불행해지면 쌤통 심리가 나오죠.

 

결국 쌤통 심리는 사회적 비교를 하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쌤통의 심리학>에서는 쌤통 심리의 범위를 넓게 잡아 남의 불행으로부터 얻는 이득,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편협하고 이기적인 길 혹은 이타적인 길로 향하는 인간 본성에 대해 그리고 자업자득 불행이 정의감을 만족시키는 것처럼 쌤통 심리를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을 살펴봅니다.

 

 

 

구글 엔그램 뷰어에서 샤덴프로이데 단어 사용 빈도를 살펴보면 공동체 생활에서 사회적 비교가 점점 심화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합니다.  

 

​저자는 쌤통 심리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기에 널리 스며들어 있고 그 이유를 살펴보면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잘못된 쌤통 심리를 이기는 방법을 말하고자 합니다. 쌤통 심리가 비교에서 비롯된다는 걸 깨닫게 되면, 비교하는 삶이 얼마나 폐해를 주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공감할 듯해요. 

 

 

 

남들과의 비교를 바탕으로 자신에 대해 내리는 결론, 그 결과로 생기는 감정이 우월감과 열등감입니다.

사회적 비교는 곧 자존감과 연결된다는 의미인데요. 자존감이 흔들릴 때 자기보다 열등한 사람과 비교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거죠. 하지만 쌤통 심리가 무조건 부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쌤통 심리를 적당히 긍정적으로만 사용하면, 자존감을 회복해 다음 행동을 유발하게 하면서 오히려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거든요. 자존감이 바닥인 상태에서는 다음 행동 자체를 끌어낼 수 없으니까요.

 

여기까지는 개인적인 쌤통 심리라면... 집단 정체성이라는 요인이 더해지면 우리와 그들로 순식간에 변합니다. 스포츠계, 정치판에서 흔한 사례죠. 그리고 정의가 관련되면 복수를 다룬 영화에서처럼 통쾌해 하는 감정이 생길 정도죠.

 

사실 처음 쌤통 심리학이라는 제목을 보고는 쌤통 심리가 해가 될 게 있나? 좋은 걸까 나쁜 걸까... 고민할 필요까지는 없다 생각했는데, 질투가 추악한 형태로 변한 극단적인 사례들을 보면 쌤통 심리는 인간 본성의 이기적이고 어두운 측면을 부각한다는 말이 더 실감나게 와 닿더라고요.

 

유대인에 대한 나치의 극단적 만행은 도덕적 한계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질투했을까? 그 때문에 증오하고, 조직적으로 박해하고 제거하면서 통쾌함을 느꼈을까?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은 히틀러의 증오에 질투가 어떻게 연관되었는지 찾는 출발점이라며, 고정관념 하나만으로도 질투와 편견 어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인종적, 종교적 다툼, 국가 간의 전쟁 등 극단적인 형태로 발전하는 쌤통 심리.

당해도 싸다는 주관성은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당할 때 그들을 탓하는 아이러니한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짚어주고 있어요. 성폭행 관련 사건에서 옷차림이 그러니... 하면서 쉽게 편견을 가지기도 하고요.

 

게다가 우리는 질투를 부정하기에 그 결과 자기기만과 가식을 낳기도 합니다.

성경에서는 질투가 최초의 살인을 일으키기도 하죠. 쌤통 심리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마사 스튜어트의 곤경, 타이거 우즈의 몰락을 예로 들기도 합니다. 문제는 남의 불행을 즐거워하던 데서 나아가 그런 불행이 일어나길 바라고, 그 불행을 초래하기 위한 행동을 직접 취하는 변화로 이어질 때입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처럼요.

 

 

 

<쌤통의 심리학>에서는 쌤통 심리가 버릇이 되어버리는 걸 막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네요.

긍정적으로 바라볼 부분도 분명 있긴 하지만, 쌤통 심리를 부르는 다양한 이유 대부분은 반사적으로 남들의 행동을 성향과 내적 요인 탓으로 돌리는 심리적 편견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쌤통이다" 대신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상황적 요인에 초점 맞추는 걸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불행이 닥쳤을 때 종합적인 상황을 판단하라는 거죠.

 

은밀하고도 인간 본성의 솔직함이 묻어 나오는 쌤통 사례를 보면서 공감도 많이 되더라고요. 통쾌함과 죄책감을 동시에 부르는 모순적이고 복합적인 감정, 쌤통 심리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쌤통 심리학>으로 인간 본성을 들여다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