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위의 인문학 - 지도 위에 그려진 인류 문명의 유쾌한 탐험
사이먼 가필드 지음, 김명남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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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겸 저널리스트 사이먼 가필드 저자는 인간이 만드는 지도, 이 지도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으로 서두를 꺼냅니다. 지도를 살펴보면 정복과 착취의 이야기, 발견의 이야기, 점유와 영광의 이야기를... 즉 인류의 역사가 보인다는 겁니다. 지도의 역사에 관한 책은 제법 나와 있지만, <지도 위의 인문학>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 교양서로 읽기 괜찮았어요. 

 

 

 

 

조금 특이한 이야기부터 꺼내는데요.

2010년 페이스북 가입자들의 상호 연결성을 표현한 지도입니다. 꽤 놀랍더라고요. 그저 하나의 덩어리일거라 예상했지만, 세계지도로 변하는 모습은 하나의 새로운 공동체를 의미하는 거라 볼 수 있습니다. 

 

 

 

<지도 위의 인문학>은 지도가 어떻게 생겨났고, 누가 그렸고,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다양한 과학기술이 더해져 어떤 변화를 보였는지 지도의 변천사를 풀어놓습니다.

향후 수백 년간 지도의 기반이 될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도 이야기를 하면서는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헤로도토스의 <역사> 이야기까지 나오네요. 지금은 사라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지식의 상징으로 우뚝 서기 위해 자료를 모은 덕분에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도 제작에 기여를 하기도 했고요.  

 

옛 지도 이미지가 참고자료로 많이 나오는데, 호사스러운 바로크풍 지도... 뭔가 멋스럽긴 하더라고요. 예나 지금이나 지도 제작자는 텅 빈 곳을 싫어했다는데 그래서 천사, 문장, 유니콘, 범선, 바다뱀, 하물며 용까지. 빈 자리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이후 1,000년가량 지도의 발전은 이뤄지지 않았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도책이 발견되면서 그리고 인쇄 산업 등 기술 발달을 업고 지도 제작의 황금기가 시작된다 합니다. 당시엔 여행용이 아니라 철학적, 정치적, 종교적, 백과사전적, 개념적 관심사를 진술하는 지도로 추상적인 형태가 많았습니다. 지리적 정확성은 뒷전이긴 했죠. 그래도 르네상스 시대답게 예술인 동시에 과학으로서의 지도, 그래서 최초의 수집 열풍도 이때 일어났다는군요.

 

 

 

저자는 지도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매혹적인 이야기로 빈랜드 지도 (Vinland Map)를 꼽습니다.

북아메리카를 바이킹이 먼저 발견했다는 전설적 이야기의 증거인 빈랜드 지도. 신세계를 기록한 최초의 유럽문서일까? 아니면 날조냐? 이 논란은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라는군요. 하긴 이게 맞는 이야기라면 세계사가 바뀌는 거니까요. 

 

 

아메리카 발견과 관련해서는 그 이름부터가 흥미롭게 탄생했더라고요.

당시 지도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철저히 유럽 중심이었는데, 아메리카 발견에 조금이라도 관련한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착오로 붙여진 이름이었대요. 잘못된 오류를 고칠 새도 없이 널리 지도가 퍼지게 되어 이때만큼은 인쇄 산업 발달이 치명적으로 작용해버린 경우입니다.

 

 

 

측량이라는 신기술 발달로 식민지 측량시대가 오면서 차지할 권리 없는 땅에도 이름 붙이고, 정작 지도에는 원주민들의 신전이나 고유의 것들은 생략해버린 채 텅 빈 땅 혹은 기회의 땅인 것처럼 나타내기도 하죠.

 

 

이렇듯 세계를 투영하는 방식이 지도에 고스란히 드러나는군요.

둥근 지구를 평평한 해도로 표현하는 것도 고위도 왜곡이 심한, 유럽 중심의 인종적 편견과 지도학적 제국주의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UN 로고는 우리가 흔히 쓰는 메르카토르 도법이 아닌 북극권을 중심으로 한 방위등거리 도법에 따라 제작된 지도가 사용되고 있죠. 

 

 

지도는 상업적, 기술적 발전을 드러내기도 하고, 의학적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탐정 기법의 전염병 지도, 회로도 같은 지하철 노선도처럼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히틀러가 적의 사기를 꺾으려 여행가이드북 지도의 별 지점에만 폭격기를 보내기도 했을 정도로 지도가 악용된 사례도 있긴 하지만요.

 

 

지도와 관련한 가상의 지형, 보물지도, 속임수 등 황당한 에피소드도 재미삼아 읽을만했어요.

위성항법장치 GPS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지도는 어떻게 다가오는지 이야기하는 부분도 공감되었는데, 내가 간 경로를 노골적으로 추적하며 모든 것이 지도화되는, 나 자신을 지도화하는 GPS. 세상과 내가 연결된 느낌은 옛 지도와 오늘날의 지도 어디에서 더 느낄 수 있는지 자문합니다. 기술적으로는 나를 중심으로 표시되는 요즘 지도 앱에 탄성을 할만하지만, 아날로그적 향수는 찾아보기 힘드네요.


지도 안에는 세상의 발전, 세계사가 담겨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지도 위의 인문학>, 청소년부터 읽을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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