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나를 깨우다 - 부자유한 세상에서 장자를 읽는다는 것
이석명 지음 / 북스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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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이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깨어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장자 사상을 소개한 책 <장자, 나를 깨우다>. 뭔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공허하다면 '나'가 없기에 정신적 방황을 하는거라고 해요.

 

 

열린 삶, 깨어있는 삶으로 인도하는 장자의 사상은 '나'를 찾아준다 합니다.
<장자> 책은 우화로 비유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예요. 쉬운 풀이말로 된 우화라기보다는... 저한테는 좀 어렵게 다가왔거든요. 이야기 속에 내포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데 애매한 부분이 많았어요. 그런데 <장자, 나를 깨우다>에서는 장자의 정신세계를 나타내는 원문에 이석영 저자의 해설이 덧붙여져 장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하는데 도움되네요.

 

 

 

 

<장자, 나를 깨우다>는 장자 사상이 지향하는 것은 무엇인지,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문제를 통해 장자의 메시지를 전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실천의 문제와 이상적 인격의 모습을 다룹니다.
보통 장자 하면 소극적 태도에, 낭만적 이상주의자의 허황된 망상, 낡은 사상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저자는 치열한 경쟁 시대 요즘같은 때 오히려 필요한 사상이 아닌가 하고 말합니다.

 

 

 

장자의 <장자> 첫 편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개할게요. 워낙 파격적인 글이어서 기억에 남았어요.

 


북명에 크기가 몇 천리나 되는 '물고기' 한 마리가 사는데 이름은 곤입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새'로 변하는데 이름은 붕입니다. 처음 이 글을 읽었을 땐 낯선 단어도 나오고, 물고기가 새로 변한다는 황당무계한 이야기까지... 뭔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저자의 해설을 읽고 다시 살펴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너무 깊어 검푸른 빛이 감도는 북쪽 바다나 호수를 뜻하는 북명. 즉, 매우 깊고 넓은 물에 사는 엄청난 크기의 물고기가 새로 변했는데, 그 새 역시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그래서 바람이 두텁게 쌓이지 않으면 새의 거대한 날개를 실을 힘이 없을 정도지요. 상공을 날아올라간 새는 6개월 동안 날아 다니다 이번엔 남명으로 내려옵니다.

 

 

이 이야기에서 장자는 뭘 말하고 싶었을까요.
물이라는 제한된 상황에서 한계를 벗어나 자유로운 존재가 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하네요. 물고기 곤이 아무리 커봤자 물이라는 구속에 갇힌 제한된 존재에 불과하다는 거죠. 물고기가 새로 변했다는 것은 자발적 각성을 상징합니다.

 


게다가 새가 된 이후 6개월간의 험난한 여행 후에야 남명으로 내려온다는 것은 변화 후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나타냅니다. 그런 새를 비웃는 매미와 비둘기가 있는데요, 이 동물은 자신들의 '작음'에 갇혀 있는 걸 상징하죠. 이 우화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라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그래도 뻥이 좀 심하긴 하지요. 이는 상식의 파괴를 의도한 충격요법이라고 하는 저자의 말이 공감되더라고요. 상식을 뒤흔드는 주문인 셈입니다. 내면의 변화, 영혼의 질적 성장이 없는 사람은 평생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비유했네요.

 

 

 

장자 사상을 모르는 사람도 "장자가 나비 꿈을 꾼 것인가, 아니면 나비가 장자 꿈을 꾼 것인가" 라는 구절은 들어봤을텐데요.
나비가 된 꿈을 꾸는 동안에는 자신이 장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깨어나서 생각해보니 장자가 나비 꿈을 꾼 건지, 나비가 장자 꿈을 꾼 건지 헷갈리는 겁니다.

 

 

현실과 꿈의 모호성에 대한 물음입니다.
나비가 가진 상징성은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애벌레에서 나비로 변신하는 것과 관련있습니다. 탈바꿈을 한 나비는 비약적인 변화와 자유를 상징합니다. 단순한 형태 변화가 아니라 영혼의 변화, 깨달음의 정신적 경지를 의미합니다.
나비는 일체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소망을 촉구하기 위한 요소로 등장한거라네요. 즉 나비꿈은 깨달음의 경지로 변화 발전해 나아가고자 하는 장자의 꿈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장자는 끊임없이 꿈에서 깨어나기를 촉구합니다.
갇힌 줄도 모르고 갇혀있는 시스템에서 벗어나라는 의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꿈에서 깨어나야 하고, 깨어나기 위해서는 내가 꿈 속에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역시 자발적 각성이 선행됩니다. 그래야 현실로 진입할 준비를 갖춘 거라고 하네요. 첫 번째 이야기도, 나비꿈 이야기도 모두 성장에 초점을 둔 이야기들이군요.

 

 

 

최근에 명로진씨의 책을 읽으면서 장자는 어려운 개념도 쉽게 쓰기로 유명하다는 말이 나왔었는데, 우화라는 것이 어찌보면 한번 꼬아 놓은거라 그걸 파악하는 독자의 능력도 어느정도 따라줘야 아하! 하는 깨달음을 느끼겠구나 싶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장자 이야기 조금 어려웠어요. 그래서 더더욱 원문을 현실적으로 해설해 놓은 이런 책이 저한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장자는 <장자>에서 줄곧 참된 사람을 이상적 인격으로 보는데, 새롭게 태어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변화라는 건 어제의 나와는 다른 '나'를 의미하지요.

 


<장자, 나를 깨우다>는 장자 완역본은 아니고, 장자의 사상 중에서 틀을 깨는 비약적인 변화를 이야기한 부분을 모아 다룬 책이입니다. 장자의 사상을 실천하지는 못해도 그가 말한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 자유인이라는 가치는 곱씹어 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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