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그 자체 - 40억년 전 어느 날의 우연
프랜시스 크릭 지음, 김명남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생명은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우리 인간의 기원을 넘어 우주 기원까지 바라봐야 하는 거시적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감히 상상이 안 되는 수준의 주제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살면서 한 번쯤 의문을 품는 부분이라 기원 이론을 제시하는 내용은 평소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생명의 기원을 이야기하는 책 <생명 그 자체>의 저자는 그 유명한 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으로 왓슨과 함께 1962년 노벨상을 받은 프랜시스 크릭입니다. 물리학에서 생물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노벨상 수상 이후 다시 한 번 신경과학으로 연구 분야를 바꿔 현대의학이 풀지 못한 수수께끼의 하나인 '의식'을 연구하며 생명과 의식의 본질에 관한 연구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자의 이력을 알고 나니 뭔가 신뢰감이 더 솟는 이 사고오류를 스스로 감지하면서도, 기대되지 않을 수 없군요. 그런데 이 책은 1981년에 출간된 책입니다. 그사이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나타나 크릭이 말하는 내용에 오류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긴 했는데, 2015년에 번역 출간된 책인 데다가 역자가 간간이 덧붙여둔 글이 있으니 안심하고 읽어도 될 듯합니다.

 

 

 

 

생명의 기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지구 탄생설과 우주 유입설입니다.

원시 지구에서 단순한 물질로부터 최초의 세포가 자발적으로 형성되었느냐, 태양계 다른 행성으로부터 지구로 날아온 미생물이 생명의 씨앗 역할을 했느냐입니다.

 

크릭은 후자를 지지하는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1973년 생화학자 레슬리 오겔과 정향 범종설을 발표했는데요, 생명이 지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지구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있는 외계 생명체에 의하여 생명의 씨앗이 지구에 뿌려진 것이라는 이론입니다. 우리보다 더 고등한 문명이 보낸 미생물이 무인 우주선에 실려 여행했을 것이라 합니다. 그리고 그 이론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책이 <생명 그 자체 : 40억년 전 어느 날의 우연> 입니다. 크릭의 정향 범종설은 생명의 기원이 우주라는 여러 이론 중 하나입니다.

우주의 다른 생명체에 관한 논란 중에서 페르미의 논증이 특히 유명합니다.

"정말로 그런 일이 모두 벌어졌다면, 지금쯤 그들은 벌써 이곳에 도착했겠지. 그래서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라는 페르미의 수사적 질문에 대부분 사람들이 당연시하는 입장입니다. 현대 과학에선 아직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론입니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생각은 아니라는 거죠. 크릭은 바로 페르미의 논증을 단계마다 파헤치며 정향 범종설이 왜 SF 소설이 아닌지를 설명합니다.

 

 

<생명 그 자체> 책을 통해 해결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지구 생명의 기원에 대한 해결책들의 배경이 어떤지를 추려보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놀라운 우주의 다양한 측면을 모조리 알아야만 배경 파악할 수 있다는 매력적인 주제잖아요.

지구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하려면 어떤 조건이 있어야 하는지 생명 메커니즘을 먼저 설명합니다. 모든 생물체는 신기하게도 문자 4개짜리 동일한 언어를 써서 유전정보를 나르고, 모두가 문자 20개짜리 동일한 언어를 써서 살아있는 세포의 공작기계인 단백질을 만드는 놀라운 통일성을 보인다고 합니다. 처음 제안한 자가 바로 찰스 다윈과 앨프리드 월리스이고, 이것이 자연선택설로 이어집니다.

 

<생명 그 자체> 책을 통해 해결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지구 생명의 기원에 대한 해결책들의 배경이 어떤지를 추려보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놀라운 우주의 다양한 측면을 모조리 알아야만 배경 파악할 수 있다는 매력적인 주제잖아요.

지구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하려면 어떤 조건이 있어야 하는지 생명 메커니즘을 먼저 설명합니다. 모든 생물체는 신기하게도 문자 4개짜리 동일한 언어를 써서 유전정보를 나르고, 모두가 문자 20개짜리 동일한 언어를 써서 살아있는 세포의 공작기계인 단백질을 만드는 놀라운 통일성을 보인다고 합니다. 처음 제안한 자가 바로 찰스 다윈과 앨프리드 월리스이고, 이것이 자연선택설로 이어집니다.

 

생명의 기본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원자, 분자 이야기는 물론이요, 크릭에게 노벨상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DNA 이중나선 이론까지 동원되는데 과학 용어가 많아 사실 100% 이해는 못 하겠더라고요.

 

 

어쨌든 생명의 기본 메커니즘을 알게 되면, 이제는 생명의 물질적 토대가 형성되기 위한 조건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보는 생명은 모두 수소, 산소, 질소 그리고 몇 가지가 조금 들어가 결합한 형태인 탄소 원자를 기본으로 하는데, 생명이 시작되려면 이런 원소들이 대부분 공급되어야 한다는 거죠.

 

 

 

여기서 원시지구는 어떤 상태였을까, 정말 지구는 생명 탄생이 이뤄질 만한 환경이었을까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런데 크릭이 말하는 바로는 이런 조건들의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겁니다. 생명이 발생하기 위해 충족되어야 할 조건이 너무 많기에, 그렇다면 우주의 다른 곳에는 생명이 발생하기에 더 유리한 조건이었을까를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기원과 빅뱅 후 우주의 상태를 이해해야 합니다.

 

 

지구탄생에서 생명 시작까지는 약 40억 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빅뱅 후 우주의 나이를 따져보면 최소 100억 년 이상(현재는 약 138억 년이 정설)입니다. 행성과 화학물질이 진화하는데 10억년 걸린다고 가정해도 90억 년이 남습니다.

그 90억 년은 충분히 생명 진화할 시간이 아니겠느냐는 거죠. 그것도 지구의 예를 보면 두 번이나 진화할 만큼 충분한 시간입니다. 어딘가에서 우리와 비슷한 생물체가 발달하고 결국 그들이 어떤 단순한 생명 형태를 지구로 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죠.

우주의 긴 여행을 거뜬히 견디고, 행성으로 진입하는 과정과 그곳에서 마주칠 환경까지 모두 견딜 수 있는 생물은 바로 산소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미생물이 적합하다고 합니다. 우리가 우주로 내보내는 계획을 세운다고 생각해보면 세포를 냉동해 보내지, 인간이 직접 그 긴 여행을 할 이유는 없다는 거죠.

 

세균을 활용한 정향 범종설은 터무니없는 상상이 아닙니다.

지구만 생명 시작에 유리한 장소라는 걸 가정하는 것도 성급하다고 하지요. 크릭 자신도 정향 범종설이 과학 이론으로서 유효하기는 하되 이론으로서는 미숙하다고 말합니다. 문명 발생 이후 과학발달은 사실 최근의 일이지요. 운이 좋아 몇 천 이상 인간 세상이 지속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릅니다.

 

 

 

 

<생명 그 자체 : 40억년 전 어느 날의 우연>을 읽다 보면 과학적 사고방식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습니다.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가설을 설정하고, 확인하기 위해 실험하는 탐구활동. 정향 범종설의 검증 과정은 현대 과학으로는 힘들지만, 가설을 세우는 과정은 참 흥미진진합니다.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도 '가설'이었을 뿐이죠. 이때 터무니없는 상상이 아니라 정확한 과학 상식을 바탕으로 합리적, 이성적 판단을 하며 근거있는 추측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확한 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 활동의 산물이 바로 현대 과학의 발달을 이끈 셈이지요.

 

“ 나는 생명의 기원에 관한 논문을 쓸 때마다 두 번 다시는 쓰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너무나 부족한 사실을 놓고 너무나 많은 추론을 펼쳐야 하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번번이 결심을 고수하지 못한다. 이 주제가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 - P223

 

종교적, 철학적인 믿음관과 오늘날 과학자들의 생명관은 다른 사고체계에 기반을 둡니다. 물질과 빛의 속성, 우주의 기원, 인간의 기원... 이 모든 것에서요. 저는 이걸로 왈가왈부하는 건 싫어합니다. <생명 그 자체>는 과학이 말하는 생명 기원에 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론 한 가지를 알게 된 정도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일상적인 인식을 훌쩍 넘어서는 주제지만, 프랜시스 크릭이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비유를 들며 생명계가 갖추어야 할 조건을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어 저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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