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재즈 일기 - 재즈 입문자를 위한 명반 컬렉션, 개정판
황덕호 지음 / 현암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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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들린다는 말 틀린게 없네요.

재즈에 문외한인 제가 재즈 입문자를 위한 <그 남자의 재즈 일기>를 읽고 이해한만큼 재즈가 들리더라고요. 재즈하면 드라마에서 섹스폰을 불며 여성들의 마음을 훔친 차인표가 먼저 생각날만큼 재즈에 아는 게 없던 수준이... 이제는 재즈란 이런 맛이구나 살짝 느낌 정도는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남자의 재즈 일기>는 절판되었다가 2015년에 약간의 내용을 추가해 재등장한 책이어서, 재즈 관련 책을 찾던 분들에겐 특히나 반가운 책이 되겠네요.


이 책은 어떨결에 사촌형의 가게를 운영하게 되면서 1998년부터 3년간 재즈를 들으며 쓴 일기 형식입니다. 인사동에 장수풍뎅이 음반가게를 운영하는 주인공이 재즈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허구의 형식을 이용해 재즈 초보자가 쉽게 따라갈 수 있겠더라고요.

 


 


 

재즈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Bar 음악 정도? 그냥 좀 독특한 느낌? 서커스단 음악?

재즈의 왜곡된 이미지나 선입견은 대부분의 일반인이 갖고 있는데, <그 남자의 재즈 일기>의 주인공 역시 재즈 위주 음반가게를 하면서도 재즈에 깊이가 없다보니 악전고투를 하게 됩니다. 이런 것도 재즈? 라고 할만한 경우도 많았고요.

 

재즈 특유의 리듬부터 즐기며 네 박자 재즈에서 새로운 리듬의 발견 등 재즈 입문자가 재즈를 듣는 방법이 하나씩 나옵니다.

 



재즈의 핵심인 즉흥 솔로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재즈의 편성을 알아야 하고, 특히 관악기 음색을 구분해 들어야 하는데... 저 역시 섹스폰, 트롬본, 트럼펫 등 재즈를 상징하는 악기들의 음색 구별은 잘 못하거든요. 이런 음색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참 재밌었어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재즈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편성 악기에 따라 오케스트라 수준의 재즈도 있었고요. 저는 재즈의 기본 편성인 피아노 트리오쪽이 기분을 살짝 띄우고 싶을때 듣기 딱 좋더라고요. 특히 빌 에번스때문에 재즈를 듣기 시작한다는 대부분의 사람처럼 저 역시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정석을 맛볼 수 있는 빌 에번스의 Waltz for Debby를 들으며 피아노의 자유로운 스윙감을 즐겼네요.

 

<그 남자의 재즈 일기>에는 재즈 역사에서 걸작, 명반이라고 불리는 음반들을 소개합니다.

일명 재즈 매니아라는 손님들을 상대하며 재즈 이론, 역사적 재즈 감상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음악을 이렇게 심각하게 들을 필요가 있냐고.. 그냥 들어서 좋으면 그만이 아니냐고 충고하는 손님도 있답니다. 하지만 기호에 충실한 듣기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부족한 역사적인 이해를 위해 재즈의 역사를 공부하며 역사적인 명반 10장을 선택해 듣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명반이라면서도 별 공감이 없는 것도 있고... 걸작이라는 게 꼭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라는 걸 실감하기도 하죠. 역사적인 명반을 고르고 들어야 한다는 부담감때문에 심각하게 듣던 것에서 벗어나... 명반 사이사이 공백의 음악들을 또 선택해 들으며 다양한 재즈 스타일의 폭을 넓혀나갑니다. 물론 재즈의 역사를 염두에 두고 듣지만 좀더 자유로워진 셈이죠.

그리고 그 속에서 나만의 명반을 찾기 시작합니다. 공인된 명반으로부터 벗어나 주변부에 숨겨진 나만의 걸작을 찾는 것, 이렇게 재즈 듣기의 깊이와 폭이 한층 두터워집니다.

 

재즈에도 수많은 스타일이 있네요. 스윙, 비밥, 쿨재즈, 소울재즈, 퓨전 재즈 등...

<그 남자의 재즈 일기>에서 다룬 재즈 중 끌리는 것은 유튜브 검색으로 들으며 읽었는데 재즈 특유의 스윙감은 정말 멋지네요. 빅밴드도 시원시원하고. 재즈 뮤지션 최초의 카네기홀 공연을 했던 베니 굿맨의 Sing Sing Sing은 누구나 들어보면 알만한 낯익은 음악이었고요. 테드 히스의 Cherokee도 참 좋았어요. 듀크 엘링턴의 C Jam Blues도 굿굿~


 

 

 

한국에서의 재즈 상황, 음반계 자체의 변화에 따라 음반에서 음원으로 넘어가는 세태에서 내실있게 감상하는 재즈의 길을 알려준 <그 남자의 재즈 일기>.

재즈를 하나씩 알아가는 걸 그저 개론서를 읽으며 알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손님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 속에서 발견해나가는 형식의 <그 남자의 재즈 일기>. 지루하지 않고 책 속 인물들에 동화되어 공감도 하고 취향을 발견해나가는 재미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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