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 독해 - 나의 언어로 세상을 읽다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우물쭈물 청춘들에게 과감히 날렸던 유수연의 독설. 이번엔 독서 행위에 쌉쌀한 독설을 던집니다.
인문학적 성찰을 위한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누군가는 구체적으로 말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했대요. 도대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통찰력이 생긴다는 말인지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다는 그녀의 경험을 토대로 실전형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인생 독해>.
『 나의 희망은 바깥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을 마주 보는 나 자신의 거울 안에 있었다. 』 - p7
모순덩어리인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독종'이 되어야 합니다. 희망이 없는 시대에 그래도 자신의 내면에서 중심을 잡아야 흔들리지 않고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방법으로 책이 필요한 것이고요. 책을 통해 나의 가치관의 성향을 만들어 나가라고 합니다. 유수연 저자는 독특하게도 주인공보다는 현실의 모습에 가까운 주변인들의 삶과 태도에 더 집중하는 독서를 하더라고요. 책의 내용보다는 실제 현실에 어떻게 접목하고 응용할 것인지 고민하면서요.

소설 「 데미안 」 에서는 동경의 대상이자 부담스러운 데미안을 바라보는 주인공 싱클레어의 이야기보다는 주변 인물 피스토리우스에게 초점을 맞췄습니다. 피스토리우스는 그저 허울 좋은 말로 '자신도 넘어서지 못했던 길'을 싱클레어에게 인도하려는 모습을 보여줬죠. 현실 속 전형적인 선생님의 모습이자 꿈을 이루지 못한 부모의 모습을 대변하는 피스토리우스.
'껍질 속에 안주하고 싶어하는 나'에서 멈춘 피스토리우스야말로 바로 우리 모습이 아닌가 하고 저자는 짚어줍니다.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단계를 피스토리우스에게서 확인하지요. 지금의 나는 알을 깨고 나아가지 못한 채 성장을 멈춘 건 아닌지 스스로 묻게 된다고요.
그리고 유수연 저자는 이렇게 답을 내립니다. "자신 안의 혼돈에 잠식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현실과 이상을 둘 다 포기하지도, 증명해내지도 못하는 모순을 그대로 안고 가면서 말입니다. 어쩌면 그 모순을 살아내는 것이 가장 인간다운 운명이 아닐까 하며 미숙한 나를 감추거나 괴롭히지 않으려 한다고 말합니다.
『 최선을 다해 나의 모순을 살아내며 '현실의 나'를 남김없이 불태우는 것, 너무나 인간적인 미완의 존재로서 나의 길을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이 나의 직분인 것이다. 』 - p35

카뮈의 「 이방인 」 은 사회적 통념, 시스템이 만들어 놓은 질서, 윤리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살아온 뫼르소를 통해 이 작품이 오늘 하루를 고집스럽게 버텨낸 우리의 삶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합니다. 기성세대의 세계에서 열정 없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러나고 있어요.
『 내게 주어지지 않은 선택에 연연하기보다는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것을 놓치지 않고 살아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 - p53
같은 책을 읽었는데도... 이렇게 바라볼 수 있구나 싶어 신선했어요. 저도 주인공에만 집중해서 읽어왔던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았네요. 유수연 저자가 <인생 독해>에서 말하는 실전형 생존 독서는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것에 눈길을 머물고 고민해봐야 한다는 예를 잘 보여주고 있어 그녀가 말하는 독서의 의미가 잘 이해되었어요.
독하고 강한 이미지인 유수연의 캐릭터와 아주 흡사한 캐릭터를 소설에서 찾아내기도 하네요. 찰스 디킨스의 「 크리스마스 캐럴 」 의 스크루지입니다. 자신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자기 자신과 대면해 본 사람만이 확고한 가치관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스크루지를 통해 보여줍니다. 스스로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는 공감이 중요하다고 해요. 공감은 바로 나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고, 자신만의 고민과 철학이 있어야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진정한 공감을 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하염없이 공감과 댓글을 기다리며, 나의 존재감을 확인받는 시대.
'내 안의 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대인의 슬픔을 꼬집기도 합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준비란 맷집을 키우고, 나만의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해요.
유수연 저자가 말하는 통찰력이란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고, 스스로 나의 주변을 재배열하는 힘을 말합니다. 외부 상황을 정확히 읽어내고, 적시적소에 자신의 의도를 풀어냄으로써 전체 흐름을 타는, 혹은 이끌어가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현실 세계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할 때 맷집과 통찰력은 얻어진다고요.

『 세상이 너를 알아봐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네가 세상을 모르는 것이다. 』 - p210
스펙만을 키운다고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묻습니다. 기존의 잣대를 벗어나는 시각을 갖춰 기존의 경쟁 범위와 평가 잣대를 바꿔버리라고 합니다. 기성세대들의 생존법을 이제는 따라갈 이유 없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단순히 지식 습득이 아니라 스스로 사유하고 표현할 수 있는 지적능력을 키우는 것, 넓어진 시야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설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자기계발에서의 독서 역할이라 말합니다. 고전 안에 담긴 인간에 대한 이해와 반복되어온 고민의 역사를 자신의 내면에 녹여보는 훈련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실전형 생존독서고요.
유수연 저자가 <인생 독해>에서 보여준 실전형 독서는 말로만 자기계발 도구로서의 독서가 아닌 나의 중심을 잡는 도구로서의 독서입니다. 인문 고전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 남다르게 읽으면서 깊이 있는 독서방법으로 권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