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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심리학
Julia Yang 외 지음, 오익수 외 옮김 / 학지사 / 2015년 5월
평점 :
심리학의 3대 거장 프로이트, 융, 아들러.
아들러 사후 100년에 아들러 열풍이 불어닥친 대한민국. 왜 그동안 잠잠하던 아들러일까?
아들러학파 안내서 <용기의 심리학>을 읽으며 이 시대가 왜 아들러 이론에 빠져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전문서적이지만 아들러학파의 기본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누가 읽어도 괜찮은 수준의 책입니다.
아들러 이론은 공동체 의식을 강조합니다.
사회적 존재로서 만족스러운 삶은 어떤 것인가? 건강한 사회적 삶을 위해서는 공동체 의식을(아들러는 당시 사회적 관심이라는 용어를 선호했고요) 지향할 때 제대로 이뤄진다고 해요. 아들러학파는 무한경쟁 시대에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공동체 삶을 살아감으로써 오늘날 개인문제와 사회문제를 완화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공동체 의식에 기초한 삶을 살려면 그 과정에 '용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바로 '불완전할 용기'입니다.
자신이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감당하면서 공동체의 한 부분으로서 협력, 공헌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목표로 해요. 이것은 자기 보상, 개인 이익에만 관심을 두며 보상 없는 것은 회피하고 경쟁, 비교하는 자기중심적 문화와는 반대입니다.
아들러학파는 인간의 모든 문제인 생애과제를 일, 사랑, 사회적 문제 세 가지로 묶었습니다.
하나씩 분리해서는 해결이 안 되고, 삶의 세 가지 과제와 실존과제인 존재감+소속감을 더했을 때 우리의 태도, 삶에 대한 접근방식을 결정하는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저 과제를 바로 '용기'가 준비시키는 거죠.
『 21세기에는 우리에게 돌보는 용기의 임무가 부여되고 있다. 두려움을 직면하고, 부적절함을 극복하고, 타인을 돌보고, 용기와 희망으로 고통을 견디어내고, 자신과 가족, 지역사회, 그리고 인류와 조화롭게 살아가도록 돕는 심리학이 필요하다. 』 - p16
용기란 심리적 근육을 말합니다.
생각, 감정, 행동으로 표현되고 위험, 절망, 두려움 등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입니다. 용기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사회적 정의에 전념하지만, 용기가 부족한 사람들은 역기능적인 삶에 빠진다합니다.
『 행복의 길은 공동체 의식을 추구하는 용기에 있다. 』 - p16
용기 부족의 핵심적인 문제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이는 열등감으로 나아가게 되고요. 이를 반대로 적용하면 용기는 두려움, 열등감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생애과제에 부응하기 위해 용기가 필요한 이유지요.
『 사회적 삶의 모든 실패는 용기와 사회의식이 부족한 결과다. 』 - p49
그런데 공동체 의식(사회적 관심)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잠재력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관심 성향이 있지만, 능력과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죠.
아들러에게 있어 정신건강의 이상적인 상태는 사회적 관심이 있는 정도, 품성이라고 일컫는 것에 있습니다.
이는 의식적으로 발달하여야 하는 것이고요. 품성이란 결점이 있고 불완전하더라도 나를 가치 있는 인간, 즉 자기존중과 뜻을 같이합니다. 결국, 자기 자신이 되는 용기는 곧 불완전할 수 있는(인정할 수 있는) 용기이며, 용기는 품성(자기존중) 발달의 열쇠가 됩니다.
아들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출생순위에 따른 개인의 성격 특성을 논의한 첫 번째 사람이었습니다.
첫째와 막내가 묘하게 성격 구분된다는 거 우스개 심리인줄 알았는데 아들러학파의 논점이었군요.
부모의 양육태도에 대해서도 에로스적 사랑과 아가페적 사랑으로 구분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합니다.
용기와 사회적 관심은 어떻게 얻고 발달시킬 수 있을까요.
<용기의 심리학>에서는 용기를 촉진할 22가지 도구를 소개합니다. 아들러학파 기법을 포함해 아들러학파를 연구한 연구진이 개발한 툴입니다. 소크라테스식 질문도 있고, Yes 태도 등 다양한 실천방법이 있답니다.
『 대부분의 관계에서 갈등은 평등의 부재에서 생겨나며, 평등의 부재는 경쟁과 비교, 지배와 통제, 우월과 차별의 위험을 초래한다. 결핍을 극복하고 완전을 추구하려고 힘들게 노력하는 대신에, 불완전할 용기를 발달시키고,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기꺼이 감행할 수 있다. 』 - p163
삶에 대한 개인의 태도와 사회적 삶의 문제에 대한 행동방식을 이해하는데 도움되는 소크라테스식 질문은 나 자신은 물론 육아에도 큰 도움이 되겠더라고요.
소크라테스식 질문은 왜? 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합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라는 방식으로 생애문제를 일으키는 내, 외적 요인에 관한 통찰을 얻습니다.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은 개인에게 닥친 삶의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협력의 용기를 발달시켜 자기긍정의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격려와 대화로 긍정적 변화를 촉진하는 거죠. 아들러학파 이론은 긍정심리학에 영향을 주기도 했는데 긍정심리 자체는 삶에 바람직하지만, 그걸 묘하게 꼬아 악용한 경우가 많아 불만이 많았거든요.
더불어 자신의 문제에 직면하는 용기, 과거 핑계 삼지 말고 지금 바꾸면 된다는 아들러식 용기 역시 그 자체는 좋은데, 아들러식 열등감이 재조명받는 광풍은 사실 반갑지는 않습니다. 이 시대가 우리를 그만큼 열등감 덩어리로 만들어놓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니까요. 삼포, 오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포기하게 하는 이 시대에 아들러학파 이론은 우리 개인에게 실용적인 이론으로 재발견된 셈입니다.
삶이 모순으로 가득 차고 삶의 문제들이 힘들어 보일 때 자신과 조화롭게 사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소크라테스식 대화 예시 중 하나가 유독 마음에 남습니다. 심리책은 이런 전문서 한 권 보는 게 깊이가 있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