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1
김호경 지음, 정형수.정지연 극본 / 21세기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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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냐, 나도 아프다" 희대의 유행어를 남긴 드라마 다모의 정형수 작가와 정지연 작가의 극본으로 KBS1 방송 중인 <징비록>.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데요, 소설책으로 나오기 시작했네요. <낯선 천국>으로 제21회 오늘의 작가상 받은 김호경 소설가의 글로 다듬어진 책입니다.


 

 

21세기북스에 나온 소설 징비록 1권은 드라마 18회분 정도까지의 분량인 것 같아요. 총 3부작으로 소설책 나온다네요.

 

영화 명량이 히트하자 류성룡도 재조명되기 시작하면서 이후 그가 쓴 징비록에 관한 책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지요. 역사적 기록물인 징비록은 솔직히 여타 고전 책처럼 선뜻 손에 쥐기 망설였었는데 마침 드라마로도 방영되고 소설로도 나와서... 가볍게 흥미를 끌어보려고 읽은 책입니다.


 

 

징비록의 징비는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의미로 7년 임진왜란사를 겪은 류성룡의 시각으로 본 사건 흐름, 민심 동향, 외교전 상황, 활약 인물 등이 총체적으로 담겨있습니다.

이순신을 등용한 인물인 류성룡은 병조판서는 물론 우의정, 좌의정까지 다 지내며 요즘으로 치면 정치인이었죠. 류성룡에 관한 후대 평가가 대체로 좋은 이유가 당파 싸움에서도 그나마 균형을 유지하려고 했던 인물이기에 그런 것 같아요. 


징비록의 주 배경인 임진왜란은 방계 출신 왕으로 콤플렉스 덩어리였던 선조 시대,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그 기세를 몰아 대륙 진출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조선을 디딤돌 삼아 중국 명나라까지 장악하고자 시작된 전쟁입니다.


 

 

국방을 단단히 하자는 류성룡의 조언은 외면당하고, 게다가 명나라를 징벌할 테니 길을 안내하라는 정명항도를 명으로 들어갈 테니 길을 빌려달라는 가도입명으로 교묘히 바꿔치기한 국서라든지...  

일본 정세를 제대로 파악 못 한 채 설마 전쟁이 나겠냐 하는 마음으로 당파싸움이나 하던 시기지요.


결국, 임진년 1592년 4월에 부산포가 함락되며 7년 대전쟁의 막이 오릅니다.

얼마나 방비가 안 되어 있었으면 부산에서 대구에 이르는 동안 전투다운 전투도 없었습니다. 왜군은 그들 나름대로 1군과 2군을 각각 이끈 우두머리들의 경쟁으로 누가 먼저 한성을 장악하느냐 내기 아닌 내기 상태였고요.


부산에서 충주까지... 겨우 보름이었습니다.

그나마 믿고 있었던 신립 장군마저 하루도 못 버티고 패하고 말았죠. 충주 싸움에서는 왜군의 피해도 있긴 했습니다. 보름 만에 파죽지세로 왜군이 올라오니 우리의 선조는 도망가자 합니다. 파천을 해야 한다 하면 안된다 다툼에서 왕이 일단 가자는데 가야죠. 위로위로 도망갑니다. 하긴 그 시점의 당시 조선의 국방 상태로서는... 왕이 한성을 지키고 있었다면 또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일찌감치 조선 멸망으로 갔을는지는 알 수 없네요.


 

 

『 백성들이 궁궐을 불태우는 것인가. 나라를 불태우는 것인가.

백성들이 기어코 왕과 무능한 신하, 양반들을 활활 불태워버리는 것인가. 』 - p216


 

 

징비록은 임진왜란 발생 직전부터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령해전까지 시기의 조정 이야기다 보니, 임진왜란사에 등장하는 신립, 권율, 이순신, 곽재우, 사명대사 등 여러 장수, 의병 이야기도 골고루 다룹니다. 누구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임진왜란사 전체 흐름을 알 수 있어 좋네요. 


 

 

드라마 전투장면은 영화에 비해 아무래도 허술해 오글거리는 장면도 있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는데 심각한 상황에서 그러니 분위기가 좀 반감되긴 하더라고요. 소설로 읽으니 맘껏 상상하며 감정이입은 더 잘 됩니다. 드라마 극본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 속도감도 좋고 술술 잘 읽혀요.


피로 쓴 교훈이라는 임진왜란. 

영의정이자 전쟁 수행을 책임지는 도체찰사였던 류성룡의 눈으로 본 임진왜란. 위기의 상황에서 조선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정치판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었는지를 기록한 징비록에서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 후대에 어떤 교훈을 남기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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