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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중문화 표류기
김봉석 지음 / 북극곰 / 2015년 4월
평점 :
씨네21에서 영화, 만화, 음악, 소설 등 모든 대중문화를 다룬 칼럼을 쓰며 영화평론가, 대중문화평론가 명함에 이어 미생 윤태호 작가의 제안으로 만화에 대한 정보와 리뷰 매체인 에이코믹스까지 만들게 된 김봉석 저자.
고상한 예술이 아닌 흔히 '오락'으로 여겨지는 것들에 빠져들게 된 사연을 담은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는 그의 삶과 함께한 대중문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 자신이 원하는 목표, 규범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모두에게 집요하게 강요하는 사회, 집단은 싫다. 여전히. 』 - p29

유년시절 집안 환경부터 문화생활에 아낌없는 환경이었더라고요.
온 가족이 동참하는 즐거운 문화 환경. 가족들 각자 책, 영화, 음악 등에 관심이 상당했네요. 당시엔 그저 눈앞에 그것들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누린 수준이었지만, 그에게 갑자기 찾아온 말더듬증은 현실을 외면하며 가상의 세계에 몰두하게 된 계기가 됩니다.
유년기 시절 추억담을 보며 저자와 비슷한 세대여서 그런지 공감할만한 경험담이 수두룩했네요.
싫어하는 작품은 왜 싫어하는지 이유도 비슷해 깜짝 놀라기도.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순서로, 당시 인기 있었던 작품 역시 아는 척할 수 있었고요. 제가 좋아했던 추억의 작품들이 언급되면 나만의 추억을 마구 떠올리며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하다 보니 오히려 책장이 쉽사리 넘어가지 않았다는 단점이 ^^

『 나에게 영화라는 세계는, 그 모든 것이었다.
어느 하나를 빼고는 존재할 수 없었다. 정신적 고양도 필요하고 오락과 위무도 필요하다.
그렇게 나는 영화에 끌려 들어갔다. 』 - p195
대중문화에서도 어느 한 가지에 마니아가 될 수 없는 이유도 공감되더군요.
현재 전방위 대중문화평론가로 활약 중인 그는 예전부터 무엇이건 완전히 빠져들지 못했다는데, 마니아는 못되지만 적당히 즐기는 것이 좋았다는 그의 말에 끄덕끄덕~ 제가 그렇거든요. 일시적으로 파고들 때는 몰입하다가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 슬쩍 다른 것에 또 빠져들고. 그렇다고 빠져나온 것에 완전히 손을 떼진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며 여전히 즐기면서요. 물론 장단점이 있지만 어떤 상황이든 즐겁게 할 수 있다면야. 그도 영화, 만화, 소설 등을 즐기면서 설마 현재의 직업으로 이어질지는 처음부터 상상하진 못했겠지요.

열정은 쏟아붓되 다른 하나를 완전히 버리는 경우도 없었던 그는 뭐든 재미있으면 보고, 관심이 가면 늘 곁에 두고 봤다고 합니다. 유년시절엔 뭔가 배우려는 생각이 아닌 그저 도피용 킬링타임으로서의 대중문화였다는 그의 말이 솔직하게 와 닿습니다. 있어 보이는 척하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그나마 잘 아는 게 그거니 그 길로 현재 활동 중인 거고요. 그렇다고 해서 그저 겉돌기만 하지도 않거든요. 그는 그저 겸손하게 말하지만 실상 그의 대중문화 평론 내공은 상당하지요.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가 어떤 문화적 경험을 해서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소담하게 이야기하는 책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부르는 책이면서 젊은 세대에게는 대중문화의 즐거움은 물론 삶의 방황 시기에 대중문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