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 지도 - 2008~2014 변경을 사는 이 땅과 사람의 기록
이상엽 글.사진 / 현암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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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르포르타주 작가 이상엽의 사진과 글이 담긴 <변경지도>를 보며 이런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울컥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변경지도>는 생명이 생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 땅의 기록을 담은 책입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백령도에서 제주 강정마을, DMZ에서 진도 팽목항, 용산에서 밀양 송전탑까지 강변, 재개발지구, 비무장지대, 섬... 대한민국 변경을 기록했습니다.

 

 

 

 

『 모든 변경은 역사적이며 인위적이다. 』 - p10


<변경지도>의 변경은 중심의 반대인 변경입니다. 4대강, 용산 재개발, 밀양 송전탑, 세월호, 비정규직 노동자 등 우리 눈에 확연히 보이는 지리적 변경도 있고, 사회의 변경화까지... 인간의 오만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고쳐야 할 사회적 문제, 변화해야 할 시대에 소통의 역할로서 사진가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 고마운 책이었어요.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가장 무서운 게 바로 타인을 바라보는 무덤덤한 시선과 침묵이더라고요. 연말에 읽었던 <사회적 영성>, <투명인간>에 이어 <변경지도>까지 이런 책을 읽다 보니 마음은 먹먹해지지만, 외면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라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양심은 깨어 있고, 우리는 여전히 미안해해야 한다. 침묵은 공범이다. 』 - p42

 

 

 

표지에 실린 사진은 4대강 건설 현장에 왜가리 모습인데, 표지 뒷면까지 한 번에 펼쳐보면 안타까운 탄성이 저절로 나옵니다. 4대강 사업에 쓴 돈은 22조 원, 하지만 수질관리에 5년 동안 20조 원이 투입되는 실정이고 앞으로는 더더욱 기가 찰 일만 남았습니다. 물길을 함부로 막으면 어떻게 될지는 아이들도 아는데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풍요로워야 할 갯벌이 사막화된 새만금 사진에서 이상엽 사진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합법적으로 벌이는 사기에 직접 호주머니를 털린 것은 부안, 김제, 군산의 어민이었고, 죽어버린 것은 갯벌과 자연이고, 당한지도 모르는 것은 국민이다."라고.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아닌, 때로는 고집불통처럼 비타협주의자가 되어야 할 때가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 사진은 고통을 드러내는 증거다. 우리가 고통스럽다는 것을, 고통받았다는 것을 진술하는 매체다. 』 - p313

 

 

 

 

 

흑백사진이 주는 느낌은 묵직합니다. 사실에 충실하고 사진가의 세계관이 반영된 사진이 가진 힘은 놀랍습니다. 불편하지만 알아야 할 고통의 현장을 담아낸 사진에 압축된 의미를 풀어내는 글도 좋았고요. 이제 사진이 고통스러운 사회를 변혁시킬 것이라 믿지도 않고, 치유의 힘을 믿지도 않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고 하는 그의 말이 안타까우면서 공감됩니다.

그가 찍은 사진들은 총 들지 않고서도 국가가 저지를 수 있는 폭력의 현장이었고,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이었습니다. 생명이 생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 비겁자만이 현실을 도피하는 게 아니라 이 시대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현실을 외면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합니다. 사진집이어서 책가격은 있지만 많은 분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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