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고민상담소 - 독자 상담으로 본 근대의 성과 사랑
전봉관 지음 / 민음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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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문제, 남녀문제와 관련해 고민거리 없이 살아가는 사람 없듯 옛날 그들에게도 내밀한 고민은 있었습니다.

근대 한국인들은 어떤 고민을 했는지를 <조선일보> 독자문답란 『어찌하리까』, <조선중앙일보> 독자문답란 『명암의 십자로』에 소개된 사연과 답변을 바탕으로 1930년대 한국인의 사적인 영역을 엿보며 그런 고민의 사회, 문화사적 의미를 규명하는 책 《경성 고민상담소》. 한국 근대 문화 연구자 전봉관 저자는 그 시대의 고민과 해결책을 통해, 현재 우리 시대를 이해하고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으면 좋겠다 합니다.

 

 

 

 

법적, 제도적으로 현재와는 달랐던 그 시대에는 개인의 신념과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 역시 한계가 있더군요. 하지만 그 틀안에서 최대한 현명한 대안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조혼의 경우 그 폐해가 제가 상상했던것을 초월하네요. 단순히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 역시 조혼의 피해자일수 있었고요. 자손을 얻는 일에는 열성적이지만 자손의 행복에는 무관심했던 전근대 한국사회의 병폐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혼이라는 풍습의 원인이 사회정치적으로 중첩된 구조적 모순이 낳은 것이라는 점을 들며 조혼 그 자체만 떼내어 해결을 볼 사항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실제로 조혼이 근절된 것은 국민 의식과 사회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뀐 해방 이후였다고 하네요.

 

 

 

 

모던보이, 신여성의 등장으로 유부남 지식 청년의 중혼이 드물지 않았고 번거로운 결혼절차도 생략한 동거가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흔했던 그 시대. 더 많은 교육을 받았고, 지식과 능력 면에서도 우월했던 신여성을 제2부인이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상황을 만들어낸 심각한 사회문제 등 자유연애라는 신문화와 결혼이라는 제도 사이의 충돌, 남녀에게 불공정한 가족문화 등 1920~1930년대 한국 사회의 상황을 보며 근대 윤리를 생각해봅니다.

 

현재도 있는 고부갈등이나 가정폭력 등은 물론이고, 남아선호 인습 등 이 모든 것의 근원인 남성중심주의가 유효했던 상황에서 전근대 성윤리가 해체되며 다양한 문제를 낳았더군요. 


 

 

 

 

 

『 세상은 바뀌게 마련이고, 세상이 바뀌면 응당 바뀐 세상에 적응하면서 살아야 하건만,

기성세대는 변화를 타락이라 생각하고 변화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 - p41 

 

그 당시의 고민과 해결책을 보며 다름이 아닌, 문화적 차이를 벗어난 나쁜 문화의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인권, 자유, 평등, 사회적 약자 배려 등의 인류 공통의 가치에서 벗어난 나쁜 문화말입니다. 이런 것은 끊임없이 개선해야 할 과제이며, 그렇기에 옛 시대의 가족윤리와 성윤리가 현재보다 더 윤리적이진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과거에서 현재로 올수록 인류 보편의 가치에 맞게 개선되어 온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행복의 원천이자 본질적인 고민의 근원인 성, 사랑, 가족 문제. 그때나 지금이나 그 기본 고민은 변한 것이 없지만 해결책은 분명 달라졌습니다. 전근대 윤리 가치와 현재의 윤리 가치의 변화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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