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 서울대 교수 조국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
조국 지음, 류재운 정리 / 다산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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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성향이지만 당적을 가져본 적 없는 사람. 정치적인 사람이지만 정당으로부터는 독립적인 사람. 독립적 지식인으로서 나를 위해 하는 공부보다 우리를 위해 하는 공부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 서울대 교수이면서 정치참여에 깊숙이 발을 들인 조국 교수의 삶을 지탱하는 두 축은 바로 '학문'과 '참여'라고 합니다.

 

 

조국 교수의 책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는 공부하는 인간, 저항하는 인간, 정의로운 인간, 공감하는 인간이라는 수식하에 그의 공부 인생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정의의 여신 디케를 떠올리게 하는 표지부터 아주 도전적이네요.

 

누구에게나 평생 계속되어야 할 질문인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에 대해 조국 교수는 정치사회 공동체에서 참여와 실천은 권리이자 의무로 보며 그 자신의 영역에서 역할과 소임을 기꺼이 하고자 노력합니다.

 

 

형은 공부 1등, 동생은 싸움 1등이라는 유년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하지 않고, 한쪽을 기준으로 삼아 서로 비교하려 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성적이라는 절대기준으로 사람을 보지 말고 사람의 다양함과 복잡함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학문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다양한 계급, 계층, 집단의 경험, 이익, 꿈,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제대로 된 학문이 될 리 없다며 연고주의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 공부란 자신을 아는 것이다. 자신의 속을 깊이 들여다보며 자신이 무엇에 들뜨고 무엇에 끌리는지, 무엇에 분노하는지 아는 것이 공부의 시작이다. 공부란 이렇게 자신의 꿈과 갈등을 직시하는 주체적인 인간이 세상과 만나는 문이다. 』 - p8

 

『 세상을 잘 살려면 자신의 능력, 소질, 환경 등에도 잘 맞고, 의미와 재미도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일을 발견했다면 그 이후의 승부는 일상의 삶에서 결정이 난다. (중략) 공부를 즐기는 인간이 된다는 것. 그것은 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다. 공부의 출발은 호기심이며, 공부의 성공 조건은 노력이다. 』 - p77~79

 

 

그의 전공인 '법 공부' 이야기를 보면서 법정을 넘어 현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아야 법학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을 정립해 현실을 직시하는 눈을 갖도록 노력하고, 더불어 법학은 정치가 다 반영해내지 못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도 법률에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함을 알게 됩니다.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현실에서 사회주의를 비롯해 자본주의의 모순을 분석, 비판하며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이론과 사상을 제대로 공부하려는 노력을 볼 수도 있습니다. 변화는 내면의 작은 용기에서, 즉 저항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며 공부를 할수록 그 용기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요. 권력, 권위, 통념, 관습 앞에서 겁먹지 말고 욕을 먹더라도 할 이야기는 하는 비판적, 도전적인 태도를 지향합니다.

 

법은 강자와 부자의 무기가 아니라 약자와 빈자의 방패가 되어야 하고, 법에 대한 존경보다 '정의'에 대한 존경이 먼저라고 말합니다. 법률가들은 자신이 진정한 중용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아니면 중립의 이름 아래 한쪽 편을 들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형사법 중에서도 헌법적 형사법학을 공부하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의 법률, 판례, 법 실무 등을 헌법과 국제인권법의 기준에 맞춰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학자로서 공부하고 실천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라고 말합니다. 그에게 있어서 법학은 침묵하지 않고 발언하는 실천학문으로서의 법학인 것입니다.


 

 

머리와 가슴이 충돌할 때는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가슴을 따라가라고 하네요. '뜨거운 사람'이 되려는 선택이야말로 진정 이성적인 선택일 것이라고요. 자녀교육의 중심을 바르게 잡아야 할 부모들, 스펙사회에 파묻혀 사라지는 청년들, 기성세대에게 그의 생각을 고하는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를 통해 세상과 소통, 참여하고자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공적 지식인'으로서의 소임을 계속해 나가는데 마음의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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