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드 - 빅뱅 직전의 우주
프랭크 클로우스 지음, 이충환 옮김 / Mid(엠아이디)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보이드(Void)빈 (우주) 공간, 무 無 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 《보이드》에서는 진공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노력해 온 인류의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텅 비어있는 것 같은 우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빅뱅 직전의 우주를 생각해봅니다.

 

우주는 약 138억 년 전 빅뱅이라는 대폭발에서 생겨난 후 인플레이션(급팽창)을 거쳤다는 것이 현재 우주를 설명하는 표준모형입니다. 우주가 탄생하던 초기 상태와 관련해 2012년 6월 힉스 입자 존재가 입증되었고, 2014년 3월 빅뱅 직후에 나온 원시 중력파 흔적을 발견했다는 발표는 인플레이션의 직접적 증거가 될 수 있는 상황으로 전개중입니다.

 

 

오늘날의 과학은 빅뱅 이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사실 시간 자체가 빅뱅에서 창조됐다면 '이전'이란 것의 의미도 없어지지만요) 말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이 밖으로 터져 나오는 대폭발 상태인 빅뱅이라는 사건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히 암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어디서 왔는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공간 영역에서 모든 것을 제거한다고 가정한다면, 남는 것은 태고의 무일 것인가? 즉 원물질의 본질에 관한 것입니다. 고대 철학자들의 각종 이론들부터해서 갈릴레오, 토리첼리, 파스칼 등 과학자들의 실험을 소개하며 물질을 없애고 진공을 만들기 위한 과학사를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로 역설적이게도 모든 물질의 기본 입자인 전자가 발견되었고요.

 

《보이드》를 읽으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진공상태가 과학에서 의미하는 진공상태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공기만 제거하는 진공은 가능하지만 진짜 '빈 공간'은 공기 외 그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공기를 제거하더라도 완벽한 진공을 만드는 것은 현대과학에서 이론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진공은 텅 비어 있지 않고 에너지, 입자, 장 등으로 들끓으며 '양자 요동' 상태라는 것입니다.

왜이렇게 진공 이야기가 나오냐면,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 발견 이후 서로 밀어내며 팽창하는 작용을 하는 이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현재 유력한 후보가 바로 진공 에너지라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우리가 흔히 생각한 진공과는 달리 진공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에서 중요한 점입니다.

 

은하가 서로 멀어지는 것을 발견한 이후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우주는 무엇으로 팽창하고 있는지, 팽창하고 있는것은 실제로 무엇인지를 밝히기 위해 17세기 뉴턴 역학, 19세기 전기 및 자기에 대한 패러데이와 맥스웰을 파동이야기, 그리고 20세기 아인슈타인의 시공간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마치 우주 차원에서 어떤 척력이 작용하는 것처럼 그 팽창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데 이 에너지는 초기에 작고 밀집된 우주에 가려져 있었지만,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공간이 증가하기 때문에 커지는데 어느 순간 물질끼리 잡아당기는 중력을 넘어서 이때 이후로 우주는 가속 팽창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 에너지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작다는 사실은 완전이 0은 아닌 상태로 이것은 진공의 본질과 닿아있습니다. 양자역학에서 볼 때 빈 공간은 활기, 에너지, 입자들로 들끓고 있습니다. 즉 들끓는 진공이란 것입니다. 현대적 관점에서 진공은 에너지양이 가능한 한 최소인 상태이지만 양자요동은 살아남은 것입니다. 들끓는 진공은 빈 공간으로부터의 창조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는 데 심오한 암시들을 제공하는 셈입니다.

 

『 아무도 20세기 물리학의 양대 기둥, 즉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성공적으로 결합해 수학적으로 일관되고 실험적으로 검증된 통일 이론을 만들지 못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두 이론이 각자의 무대에서 나무랄 데 없기 때문에 이것을 회피하고 있다. 하지만 빅뱅 이후 첫 10-43초 동안은 우주가 매우 작았고, 중력까지 모든 힘을 아우를 정도여서 양자 중력이론이 지배했을 것이다. 이것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것이 수리물리학에서 주요한 미해결 도전과제 중 하나로 남아 있다. 』  - p200

 

진공의 본질에 관한 현재 연구의 최전선으로는 빅뱅 후 처음 1조분의 1초동안 우주는 뜨거웠고 그 시기에 힉스 장이 빈 공간을 채우며 기본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했다는 힉스 진공과 관계가 있고요, 2012년 힉스 입자의 존재 입증으로 인해 현대물리학은 우주가 진공으로부터 생겨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공간 역시 확장되지만 행성과 별처럼 전자기력에 의해 뭉쳐져 있는 물체들은 크기가 변하지 않습니다. 그것들 사이의 공간이 커지는 것 뿐인데 우주가 진공에서의 양자요동으로서 분출된다면 이 요동은 어떻게든 극도로 뜨겁게 팽창하며 이 상황은 방대한 양의 물질과 반물질이 대칭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봅니다.

 

무엇이 빅뱅을 초래했는지, 그것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우주는 창조전날 어디에 있었는지. 우주는 왜, 무엇으로 존재하는가에 대해 공간과 시간의 본질은 물론 무엇이 양자가능성을 빈 공간에 암호화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테리입니다. 우리가 관측가능한 우주세계가 과학이란 영역하에 테스트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인간이란 존재가 한없이 작게 느껴지네요. 우리의 사고방식이 시간과 3차원 공간에 대한 관점에 근거한 세계관이기 때문에 이런 정신적 생각 안에서 물질과 에너지를 기술할 뿐입니다.

 

비전문가를 위한 탁월한 과학 글쓰기로 유명한 프랭크 클로우스 저자는 비유를 들어 최대한 쉽게 표현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난해한 주제이지만 그 덕분에 교양과학으로서 지식을 한움큼 쌓아올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리학 용어는 생소하고 단어를 들어봤어도 그 내용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았는데 그래도 비유를 들어 쉽게 풀어낸 부분은 어렴풋이 이해되는 부분도 있길래 스스로 뿌듯해하며 읽었던 책입니다. 2014년 발표자료까지 옮긴이의 말을 통해 소개되어 우주 탄생의 비밀을 고대철학에서부터 현대과학 이슈까지 전반적으로 접할 수 있었네요.


M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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