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왜 일어났을까? - 근대 민음 지식의 정원 서양사편 9
양희영 지음 / 민음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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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문장으로 폭넓게 서양사 흐름을 짚어주고 있는 민음 지식의 정원 서양사 편.

이번엔   1789~1799 프랑스혁명, 1848 전유럽의 혁명, 1917 러시아 혁명을 다룬  《혁명은 왜 일어났을까?》를 통해 근대 대표적인 세 혁명의 흐름을 머릿속에 그려넣게 되었다.

   

혁명이라고 하면 근대적인 유물로 생각하기 쉬운데 2010년 튀니지 재스민 혁명,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난 사태, 리비아 카다피의 최후 등 아랍권의 변화는 국민이 집단 정치의 주체로 위력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근대혁명과 동일한 양상을 띤다. 촛불시위나 월가 반대 시위 역시 혁명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근대 혁명의 이해는 현제 사회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이해하는 바탕이 된다.

 

그 유명한 베르사유의 장미 만화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어렴풋이 들어 온 프랑스 혁명이 근대혁명의 출발 일 테다. 슬로건인 자유, 평등, 우애와는 어울리지 않는 다른 상징인 공포 분위기의 단두대에 피가 마르지 않을 정도로 양립되어 있었던 프랑스 혁명. 정말 자유, 평등, 우애의 혁명이었을까. 전유럽 혁명 후 유렵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부가 보수화하거나 혁명 전의 체제로 돌아갔는데 그렇다면 이는 실패한 혁명인 것인가. 전유렵 혁명시기에 영국은 무사히 빠져나갔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참 뒤에 일어난 러시아 혁명은 사회주의 사회건설의 출발점이 되었는데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 혁명의 배경, 과정, 결과를 자연스럽게 훑어보며 혁명이란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관심 있게 읽었던 프랑스 혁명 위주로 요약해보자면...

절대왕정 프랑스는 세금을 부담하면서도 정치적 권리 없는 제3신분이야말로 지금으로 따지면 국민이라 말할 수 있었다. 새로운 세금의 부과라는 한정된 목적으로 설립된 신분별 의회인 삼부회가 국왕과 특권층의 의지를 뛰어넘어 신분별 구분을 해체한 명실상부한 국민의 대표체가 되어버린 것이 혁명의 출발점이다. 혁명 초까지만 해도 프랑스인들은 개인의 재산과 책임감, 교육, 덕성이 시민의 자격요건이라 생각했고 그런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합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공적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도록 하는 것이 혁명의 중요한 성과라 생각했다. 이는 부르주아 혁명, 시민혁명으로 분류되며 당대 그것이 갖는 의미는 결국 '계급적'인 것이었다. 신분제 사회는 파괴한 자유의 혁명이었지만 권리의 평등은 사실상 아니었다.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은 재산을 소유한 시민. 즉, 평등의 형식주의적 성격이었다. 민중은 부르주아 혁명의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봉기하게 된다. 혁명적 국가가 반혁명을 제압할 효과적 조치를 하지 못한다면 무질서와 공포에 빠진 민중이 스스로 폭력적 탄압책을 휘두르게 되는데 이게 바로 공포정치다. 공포정치의 이득도 있었지만, 희생이 너무나 컸다. 전투과정이 아닌 진압 후의 잔혹한 탄압 중에 희생되는 공포정치의 폭력성은 궁극적으로 소수의 권력독점과 민중운동의 무력화로 귀결된다.

프랑스 혁명구호인 자유, 평등, 우애는 수동시민, 노예, 여성은 이러한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이는 19세기 전반 자유주의의 특징이다. 신의 섭리이자 인간의 천성에 속하는 사회적 불평등은 보편적인 사실이라고.

혁명이 낳은 것은 자유, 평등, 우애를 향한 무한한 희망과 욕구, 끊임없는 투쟁이었다. 프랑스혁명에서 주장한 권리가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로 인식되고 유럽 여러 나라에서 해방의 원리로 추구되며 전유렵 혁명의 바탕이 된다.

반면, 유렵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들이 겪는 과정을 분석하고 사회주의 사회로 바로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던 러시아는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로 미루어보아 러시아에 자본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역사적 후퇴일 뿐이라며 사회주의 체제로 가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다만 혁명의 사회적 기반을 누구로 하느냐에 따른 갈등으로  러시아도 혁명을 피하지는 못하게 된다.

   

러시아 혁명의 경우 프랑스 혁명보다는 조금 빠르게 진행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저자는 관련된  책 리스트를 더 소개하며 확장해서 책 읽기를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일단 이 시리즈의 목적은 전체적인 흐름을 잡는 것이므로!

 

각 권당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에 관심 주제부터 골라 읽어도 무리 없고 문장도 명료하면서 어렵지 않아서 좋아하는 시리즈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거시적 안목으로 흐름을 잡기에  탁월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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