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동창생 - 열아홉, 소년의 약속
윤이경 지음, 김수영 각본, 오동진 인터뷰.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동창생》은 전쟁 3세대 아이들의 이야기다.

비극적인 상황에 내몰린 갈등의 희생양 리명훈이라는 열아홉 아이가 겪는 감정에 관한 이야기다.

배우로서의 최승현과 뮤지션으로서의 탑이 가진 강한 외모와 부드러운 내면이 영화 《동창생》 명훈깊은 내면 연기가 기대된다.

영화 《동창생》이 개봉되기 전, 먼저 글로 그 고독함을 맛보게 된 소설 《동창생》.

 

  

그저 그런 중년의 몸뚱이에 그저 그런 인생을 산 듯한 모습을 한 영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남파간첩 영호가 북으로 돌아가는 날. 국정원에게 쫓겨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영호.

그에겐 북에 남아있는 열세 살, 여덟 살의 두 아이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배신자란 낙인이 찍힌 아버지의 죽음으로 동생 혜인을 지킬 사람은 명훈 그 자신뿐.

명훈은 강대호라는 이름의 탈북자 신분으로 서울로 오게 된다.

평양음악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던 솜털을 아직 벗지 못한 그 소년이...

겨우 열아홉에 '살고 싶어서', 동생을 '살리고 싶어서' 탈북자로 위장한 공작원, 그중에서도 살인 기계인 '기술자'가 되었다.

 

『 사람답게 살고 싶은 사람은, 사람답지 않으면 죽음을 선택할 용기가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명훈은 생각했다. 명훈은 달랐다. 살 수만 있다면 개처럼, 돼지처럼 살아도 좋았다. 그저 살고 싶었다. 살리고 싶었다. 』 - p21

 

『 보통의 삶을 사는 것이 목적이 되었을 때, 그건 이미 아주 특별한 삶이 되는 것이다. 』 - p43

 

탈북자 신분으로 하나원에서의 적응생활을 마친 후, 양아들로 간 곳은 다름 아닌 고정간첩 부부네 집.

그 나이 또래의 고등학생으로 상상으로만 대했던 남한 아이들을 직접 겪으며 나름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하필 옆자리 여학생 이름도 동생 혜인과 같은 '이혜인'. 운명처럼 또 다른 혜인을 만나게 되는데 남한의 혜인은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왕따 신세다. 꿈을 꾸기엔 현실이 너무 버거운 그런 혜인에게 마음이 자꾸 쓰이는 명훈의 내면은 평범함 상황 속에 고독과 그리움이 물씬 배어있다. 무뚝뚝 갑 명훈과 혜인은 서로에게 적지 않은 의미로 다가가게 되는데...

 

한편, 전향도 배신도 아닌데 북에서 내려 온 간첩이 북에서 내려 온 또다른 간첩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계속 일어난다.

김정일 사후 권력 승계 문제를 둔 세력다툼이 원인이다. 노동당 35호실 장성택파와 정찰국 8전단 오극렬파의 대남전선 주도권 확보 싸움은 북의 권력 암투가 서울에서 대리전으로 터져나오게 된다. '기술자'로 남파된 명훈이 해야 할 일은 사람을 죽이는 일. 한 가지였다. 노동당의 기술자 북두성과 정찰국의 기술자 명훈의 대립구조는 숨통을 죄어 오듯 긴박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포장마차를 하는 고정간첩 정숙의 안전가옥을 거쳐간 공작원들북으로 살아돌아간 기술자는 없었다. 국정원에 정보가 노출돼 체포되거나 사살당했다. 그 포장마차를 끝으로 명훈의 아버지 영호도 그렇게 인생을 마쳤었는데 명훈 역시 정숙의 신세를 지게 되는 장면에서는 읽는내내 명훈만은 행복해졌음 좋겠다라는 바램을 절로 안고 책장을 넘기고 있게 된다. 영호도 마지막 날 정숙을 위해 스웨터를 사왔었고, 그 아들 명훈 역시 기막힌 우연처럼 닮아있다.

 

『 돈이나 권력은 선택일 수 있지만 목숨은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그걸 미끼로 쓸 때, 인간은 인간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 -p257

 

목숨을 건 싸움. 지면 죽는 싸움.

아버지가 죽고, 기술자로 만들어지고, 사람을 죽이고, 동생은 인질로 잡혀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세상 하나밖에 없는 친구인 동창생 혜인마저 인질로 잡히는 극한의 상황에 이르는 설정은 클라이막스를 향한다.

고등학생 강대호로, 살인기계 기술자로, 장부인의 양아들로, 포장마차에서 일하는 아이로. 여러 이름으로 살아 온 명훈. 북두성도, 김집사도, 장부인도 돌아가지 못한 북으로 명훈은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로또방, 빵집, 정육점, 약국 등... 이 소설에서 자리잡은 고정간첩들은 우리주변 가까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이들이라 나도 모르게  혹...시? 하는 의문이 자꾸 들게하는 후유증을 남긴다. 뻔한 남북관계 이야기일 수 있지만 사건 위주보다는 절망감이나 고독감 등 내면 감정 위주의 흐름이라 책을 덮고나서 더더욱 깊은 여운을 남겨주고 있다.

내면의 감정을 글로 표현한 책이 더 나을지 그런 내면감정을 순수하게 연기로만 나타낸 영화가 더 나을지는 영화 개봉 후 관람을 해봐야 알겠지만 최승현의 평소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명훈이 느끼는 큰 슬픔을 잘 표현해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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