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에는 <고백>의 작가로 유명한 미나토 가나에의 신간 <모성>

 

10월 20일 오전 6시경, Y현 Y시 Y초 현영주택 정원에 시내 현립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17)이 쓰러져 있는 것을 어머니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Y경찰서에서는 여학생이 4층에 있는 자택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사고와 자살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여학생의 담임선생님은 "성실하고 반 학생들에게 신망이 두터운 아이다. 특별히 고민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으며, 어머니는 "금지옥엽으로 소중하게 기른 딸이 이렇게 되다니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았다.

 

 

17살 여고생이 자기 집에서 떨어졌다는, 사고로도 자살로도 판명되지 않은 사건의 기사를 서두로 엄마의 고백과 딸의 회상이 교차하며 이야기는 이어진다.

 

'왜 나는 딸을 금지옥엽으로 소중하게 길러냈는가.'에 관한 엄마의 고백에서는 진심을 담아 칭찬하고 언제나 자신에게 용기를 주며 태양같은 존재로서의 그녀의 엄마와의 추억이 가득하다.  문화센터 회화교실에서 만난 다도로코와 결혼을 하면서 다도로코 집안사람들은 칭찬하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들이란걸 깨닫지만 깊은 호수같은 남편의 어두움을 해님같은 자신이 잘 보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게 된다. 하지만 이런 마음도 모두 엄마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였는데. 임신을 했을 때는 사랑을 담아, 훌륭한 작품을 완성시키듯 태교하며 엄마의 칭찬을 끊임없이 갈구했고,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성심성의껏 사랑을 주고, 남을 배려하는 아이로 키우며 자신처럼 사랑받는 아이가 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의 말 한마디에도 자신의 소중한 엄마를 슬프게 하는 말을 할 때면 (물론 그녀 혼자만의 생각이다) 역시 딸은 다도로코 피가 흐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의 엄마가 손녀를 향해 '보물'이란 단어를 써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엿볼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아이, 딸의 회상으로 건너가면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 올바로 행동하고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행동읗 하며 외할머니에게 말을 할 때에도 엄마가 바라는 말들만 하게 된다.

외할머니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셨지만 엄마는 '네가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식의 사랑 정도로만 느낄 뿐이다.

자신의 존재는 엄마가 그린 행복이라는 그림의 일부분 소도구일 뿐.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어하는 것은,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한 걸까. 

- p48

 

그러다 산사태로 집이 무너져 그녀의 엄마와 아이가 장롱에 깔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설상가상 집에 불까지 나버린 사건.

한 사람밖에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기를 낳아준 이를 구하는가, 자기가 낳은 이를 구하는가......

그녀가 순간 먼저 손을 내뻗어 구하려던 쪽은 아이가 아닌 엄마였다.

하지만 '부모라면 자식을 구해야지. 아이를 금지옥엽으로 소중하게 길러라.'는 엄마의 마지막 유언으로 파국으로 치닫는 가족의 관계가 이어진다.

 

『 나를 칭찬해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대체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

- p222

 

어떻게하면 엄마가 나의 존재를 받아줄까.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늘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의 목소리는 엄마에게는 닿지 않는다. 그러다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유를 깨닫는데...

사건의 진실은 도대체 무엇인지..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모성의 사전적 의미는 여성이 자기가 낳은 자식을 보살피며 키워내려고 하는 어머니로서의 본능적인 성질이다.

하지만 <모성>의 나... 그녀에게 있어서 '어머니'라는 단어는 사랑하는 엄마 한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냥 정작 자신의 아이에게는 어머니로 불리고 싶지는 않아 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사고로 엄마를 잃은 후, 딸에게는 있고 자신에게는 없는 엄마라는 존재.

그들은 각자 사랑을 갈구하고 있던 것이다.

 

 

 

 

'모성은 본능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엄마와 딸의 고통스러운 내면의 회상과 고백의 여정을 내밀한 아픔을 도려내듯 콕콕 찌르기도 하면서 조곤조곤하게 들려주며 그들의 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 손을 놓지 못하게 한 미나토 가나에의 <모성>.

모성은 인간이라면 타고나는 성질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화두는 대다수의 사람이 처음부터 타고나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모성애가 없다고 지탄받으면 그 엄마는 인격을 부정당하는 착각에 빠져, 자기는 그런 불완전한 인간이 아니며 틀림없이 모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왠지 들키고 싶지 않은 내면의 깊은 곳을 들춰내는 불편함이 있을 정도로 엄마의 입장에도 공감을 하게 되는 모습이 나에게서도 느껴졌다. 이 작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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