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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소믈리에 - 당신의 서재에 과학을 상찬한다 ㅣ 강석기의 과학카페 2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과학저널리스트 강석기의 <과학 한잔 하실래요?>의 속편 격인 책 <사이언스 소믈리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가볍게 마셔보는 과학 이슈와 풍부하게 음미하는 책 이야기, 특별한 분위기에 마시는 매혹적인 빛깔의 물리 이야기 등 와인 컨셉을 사용해 최신 과학 이슈들과 생물, 물리, 화학, 과학자 이야기 등을 풀어내고 있다. 과학신문에 연재한 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답게 컬러 사진과 일러스트가 곳곳에 자리 잡고 간결한 호흡을 유지하는 글밥은 가독성을 높여준다.

여러 이슈 가운데 개인적으로 흥미가 높았던 부분은 2012년과 13년 초반을 달궜던 1일 1식 열풍에 대한 것인데 정작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진짜일지 과대광고일지 궁금했던 점은 사실이었다. 실제 일본 저자가 당부했던 부분과 여러 최신 실험결과를 통해 저자가 말하는 결론은 1일 1식을 실천하는 사람은 정크 푸드에 탐닉하는 사람보다는 더 건강하게 오래 살겠지만 담백한 식생활을 하는 1즙 1채인 사람과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 독이 될 수 있는 칼로리 제한의 1일 1식보다는 1즙 1채, 즉 적당량을 먹는 수준의 식습관으로도 건강과 장수에 충분하다는 게 최근 2012년 9월 네이처에 실린 연구의 결론이라는 것을 증거로 내세우며 무엇보다 원서에서는 1즙 1채에 대해서도 권고하는 부분이 있었고 원제는 [공복이 사람을 건강하게 한다] 였지만 한국어판의 책 제목이 좀 과격했다는 점도 알려준다. 무리하게 칼로리 제한을 권하다가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노화지연을 보기도 전에 큰일이 일어나진 않을까 싶다.
단순히 과학칼럼다운 지식 추구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물음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흔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철학적인 자유의지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느냐며 자기 뜻대로 결정했다고 한 그 순간보다 이미 뇌는 평균 1초~10초 전에 선택을 했고 뇌가 선택한 걸 추인하는 과정일 뿐이라는 과학 실험을 소개해준다. 뇌과학은 아직도 미지의 분야여서 당연시된 결론이 나오진 않았지만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그 외 각종 최신 이슈들, 구미 불산 사태로 바라본 불소 이야기, 2012년도 과학계 가장 큰 뉴스였던 힉스 입자에 관한 이야기, 흔히 먹는 아스피린, 인간과 가까운 개를 통해 인간의 생태학적 진화 관점.. 그리고 무엇보다 2012년 타계한 과학자들을 소개해 가슴 뭉클하게 만든 파트는 단순히 흥미만을 추구한 책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던 것 같다.
하나의 주제를 다룰 때 불충분하다 싶으면 논문저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그 바탕과 근거를 찾는 저자의 탐구자세에서 진지함과 지식추구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원서 과학잡지를 구독한다는 저자는 그것이 꽤 고급스러운 내용이라고.. 읽기 쉽지 않다는 말을 우스개로 표현하는데 <사이언스 소믈리에> 이 책 역시 평범한 독자에게는 해독불가 수준의 이미지도 군데군데 있었지만, 전체적인 주제 흐름은 평이한 수준이라 교양과학에 관심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더 파헤쳐 보고 싶은 욕심을 내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