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술관에 간 화학자 1 - 이성과 감성으로 과학과 예술을 통섭하다, 개정증보판 ㅣ 미술관에 간 지식인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3년 2월
평점 :
화학자이면서 미술을 사랑하는 저자라면 미술작품을 바라보더라도 자신의 주 분야인 화학쪽으로 자연스럽게 생각이 미치게 될터이다. 이 책은 예술과 물감과 안료의 변화, 색의 특성 등을 화학적 요소를 포함한 과학의 접점 찾기라고 보면 된다. 개정증보판에는 화학적인 주제를 담을 글 8편을 보강했고, 11편의 '미술관에서 나누는 과학토크' 라는 칼럼이 추가되었다. 명화에 대한 새로운 새로운 해석을 통해 예술적 감성과 인문적 소양을 키우면서 그 안에서 과학적 사고까지 함양하도록 돕는 책이다.
제목을 보고는 사실 착각을 하며 한참을 읽고 있었다. 왜 이 작품의 해석에는 화학을 품은 내용이 전혀 없을까? 놓친게있나? 하며 갸우뚱거리기도 했으니. 화학자가 미술 얘기를 한다는 의미였지 이 책에 나온 모든 작품을 화학이란 주제 한가지로 다룬다는 의미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동안 읽었던 교양미술 관련 책에서는 주로 작품의 배경,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바탕위주의 미술감상을 읽어왔다면, 이 책은 그림에서 숨은 상징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는 것은 그림을 감상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므로 그러한 작품의 바탕 언급과 더불어 과학적인 요소의 해석이 있다는것이 이 책이 갖고 있는 장점일 것이다.
과학분야 중에서도 화학을 집중적으로 다룬 부분은 미술재료와 관련된 부분이다.
표지에 나온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작품해설에는 소설, 영화화 된 <진주 귀고리 소녀>에 나타난 안료의 오류를 지적한다. 작품에 나타난 노란색은 영화에서 말하는 인디언 옐로도 아니며, 원작소설에서 말하는 광물성 안료인 마시코트도 아니고 실제는 납과 주석으로 된 노랑이었을거라고 한다. 이는 과학적으로 발견된 시대 흐름에 맞춰 지적된 오류이다.
청금석이라는 광물에서 채취한 울트라마린으로 불리는 파란색 안료의 귀중함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흥미로웠다. 귀하고 비싸서 구하지 못해 결국 미완성으로 남게 된 작품들이나 대체해서 사용했다가 탈락,변색되어 본래의 의도와 멀어진 안료 이야기들은 작품의 본래 의도가 안료로 인해 와전,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천재였다한들 화학만은 정복하지 못한게 아닐까 할 정도로 미술재료에 관한 화학적 지식에 약한 면을 보였던 기름성분의 유화와 수분이 함유된 템페라 기법을 혼합하여 그린 그림이 많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일화도 흥미진진하다.
▲ 재료 혼합의 실수로 심한 균열과 박락, 어두워진 색채로 후대에 수없이 복원작업이 이뤄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 당시 푸른색 안료의 재료였던 귀하고 값비싼 청금석
▲ 왼쪽은 자연 울트라마린, 오른쪽은 합성 울트라마린
새로운 염료와 안료들이 개발되어 봇물터지듯 등장한 안료, 물감튜브의 발명, 스펙트럼에 의해 색이 결정된다는 과학적인 발견과 진보의 결과 등으로 미술사는 과학의 힘을 입어 일보전진하게 된다.
이렇듯 시대를 거슬러갈수록 안료와 관련된 화학분야 이야기는 빛을 발하고 있는데, 합성안료가 나온 이후 시점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얼핏보면 화학이란 분야와 관계없는 순수하게 화가 배경과 그림느낌에 대한 해석으로 작가만의 독창적인 해설이라기보다는 보편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다수 언급되어 내가 원했던 주제의 취지를 잃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화가들의 과학적 사고방식, 그림의 구조 등 대체로 폭넓은 과학의 눈으로 해설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나의 챕터내에서도 왔다갔다 하는 부분 등 글맛에서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 책이지만 예술작품이란 것이 그 당시의 종교, 과학 등 역사적인 바탕과 개인의 인간 감성을 연계하는 것이므로 이런 눈, 저런 눈으로 본 관점측면에서의 집중분석의 주제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을테고 이 책은 과학자의 시선에서 과학요소를 접목시켜 해설을 한 셈이니 다양한 시선으로의 감상이란 측면에서 만족감을 대신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