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사회 - 휴머니티는 커피로 흐른다
이명신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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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아침마다 반복되는 의식처럼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커피입니다. 에스프레소 한 잔의 농축된 쓴맛부터 라떼의 부드러운 위안까지 커피로 일상의 리듬을 찾아갑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2위 커피 소비국이라고 합니다. 커피는 음료를 넘어 우리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이명신 저자는 <커피사회>에서 “왜 우리는 커피 없이 하루도 견디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각성, 향유, 우애 세 가지 키워드로 커피와 사회의 관계를 풀어냅니다.


일상을 지탱하는 커피의 힘, 각성 파트에서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믹스커피 등 다양한 커피가 우리 삶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들여다봅니다.





에스프레소는 모든 커피의 기본이 되는 베이스입니다. 탄탄한 기본기가 있어야 변형도 가능하다는 인생의 진리를 에스프레소에 비유합니다. 저자는 "우리는 자신이 누군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내면을 들여다보기보다 타인의 삶을 기웃거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보이는 나를 다 걷어내고 나면 내 안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라며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고 강렬한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가장 대중적인 커피 아메리카노는 바쁜 일상 속 능률을 올리는 부스터 역할을 합니다. "좁은 땅에서 치열한 경쟁을 견디며 살아내는 한국인의 몸부림은 독특한 커피 문화, '아아'를 만들어냈다. 속도와 효율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표상이다"라며 한국인의 분주한 삶을 상징하는 음료로 묘사합니다.


믹스커피, 터키시 커피, 달걀 커피 같은 커피들을 통해 삶의 무게를 견디는 방법과 오리지널리티의 가치 그리고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찾는 지혜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원래는 노른자 크림이 들어가는 달걀 커피가 대한민국에서는 노른자 동동이 된 상황을 참살이와 연결해 이야기하는 에피소드도 인상 깊었습니다. 바쁜 출근길 직장인들이 아침을 먹지 않아도 오전을 버텨낼 일타쌍피 역할을 한 달걀 커피.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먹거나 간편식으로 채우는 현대인의 일상을 짚어보며,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것이 현대인의 중요한 과제임을 상기시킵니다. 그러고 보면 도란도란 둘러앉아 식사를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커피를 통한 자기표현과 취향의 발견, 향유 파트에서는 커피가 자기표현과 취향의 도구가 되는 측면을 탐구합니다. 더치커피, 캐러멜 마키아토, 가향 커피 등 다양한 커피를 통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지 살펴봅니다.


더치커피는 시간의 밭에 인내를 심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천천히 추출되는 더치커피처럼 삶에서 중요한 것들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웁니다. 캐러멜 마키아토처럼 달달한 커피는 고단한 일상에 작은 위로를 던지는 역할을 합니다. 자판기 커피에서는 소소한 낭만을, 셀피 커피에서는 현대인의 자기표현과 과시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들여다봅니다.


특히 셀피 커피는 자기표현 방식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3D 프린팅 기술로 자기 얼굴이 새겨진 커피 인증샷을 찍는 행위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문화적 코드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소비를 통해 자신을 정의하는지, 그 과정에서 진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 질문합니다.


커피를 통한 연결과 공존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우애 파트에서는 커피가 인간관계와 사회적 연대를 형성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에 주목합니다. 드립 커피, 카페라테, 캔커피, 공정무역 커피 등 우리가 어떻게 타인과 연결되고 공존할 수 있는지 탐색합니다.


드립 커피는 타인을 환대하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환대는 레드 카펫처럼 타자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의미한다. 추앙과 환대는 인간 고유의 본성이자 진정한 인간다움의 표현이다."라며 커피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매개체임을 보여줍니다.


카페라테는 밀어내지 않고 부드럽게 서로를 포용하는 공존의 지혜를 상징합니다.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 지금 우리에게는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어우러지는 스며듦의 미학이 필요하다."라며 카페라테처럼 에스프레소와 우유가 조화롭게 섞이는 모습을 통해 사회적 공존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마지막으로 카페라는 공간이 현대 사회에서 갖는 의미도 생각해 봅니다.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장소가 아닌, 일과 휴식이 공존하는 제3의 공간으로서 우리 삶에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커피사회>는 커피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 사회와 문화, 인간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각성이라는 현대인의 필수 요소, 향유라는 자기표현의 욕구, 우애라는 인간다움의 가치를 커페에서 발견합니다.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우리 자신과 사회를 이해하는 의미 있는 의식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저자가 추천하는 커피와 어울리는 음악까지 켜놓으면 커피타임이 더욱 즐거워집니다. 커피를 매개로 사회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담고 있는 <커피사회>. 호모 코페아(Homo Coffea), 커피 인간으로서 어떻게 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내 커피 취향이 말해주는 건 단순한 기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내 삶과 가치관을 표현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깨어 있기 위해 마셨던 이 커피를 통해 나를 알고 우리를 이해하는 인문학적 각성의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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