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스트 - 줄거리를 회수하라
김연주 지음, 박시현 그림 / 풀빛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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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김연주 작가의 <퀘스트 줄거리를 회수하라>는 스토리텔러라는 직업을 매개로 주인공이 퀘스트를 수행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내가 소설 속 등장인물이 된다면? 이런 상상 한 번쯤 해보지 않았던가요. 상상만 해보던 걸 김연주 작가의 스토리에 의해 읽게 되니 신나더라고요. 만약 명작 소설을 배경으로 한 VR 게임을 한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요. 애정하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주인공 서하나와 업계 1위 스토리텔러 A가 엉망이 된 명작 소설의 줄거리를 고치기 위해 펼치는 모험 <퀘스트 줄거리를 회수하라>.





소설 속 시대는 스토리텔러라는 직업이 있습니다. 소설 캐릭터에 빙의해서 오류를 살피는 직업입니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들입니다. 그런데 주인공 하나는 특별합니다. 빙의가 아니라 동화되어버립니다. 빙의는 한 육체에 두 개의 영혼이 공존하지만, 동화는 캐릭터의 영혼과 융화되어 캐릭터가 곧 동화자이자 플레이어인 셈입니다.


최근 소설의 줄거리들이 엉키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토리텔러들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버그가 아니라, 안티 스토리텔러의 음모가 있습니다.


스토리텔러 A의 작업 중 이상 현상이 생겨 소설 속으로 뛰어들게 된 하나. 플레이어가 되어 A와 함께 스토리를 되찾는 모험을 하게 됩니다.


하나가 처음 들어간 소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입니다. 줄거리가 꼬인 세계에서 하나는 앨리스가 되어, 서사가 사라졌을 때 어떤 혼란이 발생하는지 체험하게 됩니다.


여러 명작이 혼합되어 엉망이 된 소설이라니, 이 역시 상상만으로도 즐거운걸요. 원작의 설정을 재해석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상상력이 이 소설의 재미 포인트입니다. 시현 작가의 일러스트는 스토리의 이해를 돕고 상상력을 더욱 풍부하게 합니다.


체셔 고양이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양자역학 이론이 등장하질 않나, 눈의 여왕이 와서 겨울 나라로 변해버린 세계에 대한 퀘스트가 등장하질 않나.


원작과 달라진 세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하나는 알쏭달쏭 한 퀘스트를 수행하게 됩니다. 게임의 퀘스트 시스템을 소설에 접목해 흥미롭습니다. 특정 퀘스트를 수행해 성공하면 보상을 받고 실패하면 페널티를 받는 구조입니다.


<퀘스트 줄거리를 회수하라>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린 왕자》, 《토끼와 거북이》, 《별주부전》 등 유명 명작들이 등장합니다. 기존의 명작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면서도 원작의 핵심 요소를 유지하는 균형감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우울감에 빠져 넷플릭스 중독과 비만에 빠진 《어린 왕자》의 이야기는 빵 터집니다. 《토끼와 거북이》, 《별주부전》 편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빛납니다. 기존 명작들의 줄거리를 변형하는 과정을 통해, 읽는 이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됩니다. 더불어 원작을 찾아 읽고 싶은 호기심도 불러일으킵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스토리텔러를 장래 희망으로 적었던 주인공 하나가 실제로 이야기 속 모험을 통해 자신의 재능과 관심사를 발견해 나가며 꿈과 진로를 찾아가는 여정 역시 멋집니다. 우연히 시작된 경험이 진로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마지막 에필로그 장면도 예술입니다. 덕분에 책장을 덮을 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더라고요.


이야기가 가진 힘,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와 깨달음도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은 기존의 이야기를 새롭게 보는 시각을 일깨우기도 합니다. 그저 수동적으로 읽기만 했다면, 이 책을 읽고 나면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재창조하는 능동적인 독자가 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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