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 - 자본주의는 어떻게 이동하며 세계의 미래를 바꿔왔는가?
이동민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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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자본주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이동민 교수의 신작 <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는 자본주의라는 복잡한 경제 체제를 ‘지리’라는 렌즈로 다시 조명한 독특한 접근법을 보여줍니다.


15세기 에스파냐의 항해와 무역을 시작으로 네덜란드의 금융 혁명, 영국의 산업혁명, 미국의 경제 패권 장악 그리고 21세기 한국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의 진화를 지리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분석하며 경제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입체적으로 그려냅니다.





오스만제국의 팽창과 육로 실크로드 무역로의 봉쇄는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 발달로 이어졌습니다. 오스만제국에 가로막힌 무역로 때문에 신항로를 개척해야 했던 겁니다. 이때 에스파냐는 천연 장애물인 피레네산맥보다 바닷길을 택합니다. 지리상의 발견으로 인한 에스파냐발 세계화가 시작됩니다.


에스파냐는 신항로 개척과 함께 식민지의 대규모 은 채굴은 초기 자본주의의 서막을 열게 됩니다. 에스파냐 은 유통은 유럽의 경제질서에 영향을 미치며 무역 경제활동은 물론 화폐경제 발전까지 촉진합니다.


네덜란드 사례도 흥미진진합니다. 청어 산업 발달로 구축한 해상무역 네크워크는 서구 경제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했습니다. 돈의 흐름과 가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바꾼 신용거래, 보험, 주식회사의 탄생으로 금융 중심지로 부상했으며, 상업자본주의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의 가장 큰 특징은 ‘지리적 문해력’을 통해 자본주의의 역사를 재구성한 점입니다. 기존 경제사 도서는 제도와 사상, 경제적 데이터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지형, 기후, 자원과 같은 지리적 요소와 자본주의의 밀접한 관계를 입체적으로 풀어냅니다.


특히 다중스케일적 접근법은 자본주의의 국지적·국제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경제와 부의 흐름이 지리적 조건과 어떻게 맞물렸는지 설명하고있어 자본주의와 세계사의 연결고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됩니다.


방어에 유리하면서도 완전히 고립되지도 않은 영국의 지리적 이점은 재정혁명과 산업혁명을 통해 본격 산업자본주의의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하기도 합니다. 미국은 대륙횡단철도와 파나마운하를 통해 지정학적 우위를 차지하며 자본주의의 종주국으로 자리 잡습니다.


1929년 대공황과 1970년대 오일쇼크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야기했으나, 수정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통해 재정비되었습니다. 새로운 경제 질서를 낳게 된 겁니다. 저자는 러시아의 공산주의, 독일의 파시즘, 미국 주도의 단극 패권 등 자본주의의 대립과 변천 과정을 지리적 맥락에서 상세히 풀어냅니다.





1990년대 이후 세계화의 신국제분업 체제 속에서 현대 자본주의는 성장합니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베트남의 도이머이 정책, 한국의 신자유주의적 발전 모델은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적 사례들입니다.


특히 국토와 자연환경을 착취에 가깝게 이용하고 개발하는 토건주의가 팽배한 한국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글로벌 차원의 경제 불평등과 환경위기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지리적 요인이 만든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합니다. 자원, 기후, 교통 등 지리적 요소가 자본주의의 성장과 몰락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분석합니다.


경제학, 지리학, 정치학 등 학문적 융합을 잘 보여주는 <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 지리학자가 들려주는 자본주의의 세계 지도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역사 속 경제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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